창간특집-나눔으로 차별에 맞서는 사람들 | ⑤ 경기도 노동국

언어소통·권리구제 … 외국인 맞춤형 지원

2020-10-29 13:51:52 게재

"어서와, 겨울은 처음이지?" 제3회 외투나눔 대축제

'경기도 외국인인권지원센터' 차별해소 앞장

코로나19 방역사각 해소 민관 협의체도 구성

내일신문은 2018년부터 매년 10월 창간 기념사업으로 '어서와, 겨울은 처음이지? 외국인 이웃과 함께 하는 외투나눔 대축제'를 주최해왔습니다. 시민들이 기부한 겨울외투를 따뜻한 나라 출신 외국인 이웃에게 전달하는 행사입니다. '진보와 보수를 넘어 내 일을 하며 내일을 지향한다'는 창간정신은 이제 '함께 하는 삶'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차별반대, 다문화, 융합은 외국인 거주자 200만명시대, 글로벌 대한민국에 꼭 필요한 키워드입니다. 힘과 지혜를 모아준 주역들을 소개합니다. <편집자주>

경기도 외국인 인권지원센터가 소외지역을 찾아가 외국인 노동자 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사진 경기도 제공


요르단 출신 A씨는 지난 2018년 11월 20일부터 경기도 시흥의 한 사업장에서 인조대리석 연마작업 등을 하며 가족의 생계를 유지했다. 그러나 지난해 말 갑자기 사업주가 일이 없으니 당분간 쉬라면서 일이 많아지는 이듬해 3월쯤 다시 부르겠다고 약속했다. A씨는 사장의 말을 믿고 휴직했으나 얼마 뒤 퇴직 처리된 사실을 알게 됐다. 마땅히 도움을 청할 곳이 없던 그는 경기도 외국인인권지원센터를 찾아 지원을 요청했다. 전문상담사인 박선희 노무사는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신청서를 접수하고 상담을 진행했다. 영어와 한국어 모두 능통하지 않은 A씨와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자 한국이주노동자인권센터에서 아랍어 통역 지원을 받았다. 다행히 부당해고 신고가 접수된 뒤 해당 사업주는 A씨를 해고 이전과 동일한 근로조건으로 복직시키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박 노무사는 "A씨가 사업장에 복직한 후에도 어려운 일이 있으면 연락하라며 최근까지 소통해왔는데 '괜찮다'는 문자와 생일 축하 메시지 등을 받았다"고 전했다.

◆포스트 코로나 대비 '온라인 진정접수 시스템' 운영 = 경기도가 '외국인 인권지원센터(지원센터)'를 통해 외국인 노동자들이 겪는 차별해소와 권리구제에 앞장서고 있다. 지난 2013년 문을 연 지원센터는 도내 외국인주민의 기본권 보장을 위해 설립·운영되는 외국인 인권정책 전담 개발기관이다. 민선 7기 들어 '누구나 차별없는 인권 경기 구현'이란 이재명 지사의 공약 실현을 위해 임금체불 부당해고 차별대우 등에 대한 권리구제부터 인권실태조사, 민관협력 네트워크구축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 중이다.

특히 지원센터는 지난 2월 상담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전문변호사·노무사를 정규직으로 채용했다. 또 권역별 고문변호사(4명), 서포터즈 상담활동가(20명)를 확보하고 35개 민간단체의 상담사례를 데이터베이스화해 공유하고 있다. 전문변호사와 고문변호사, 소외지역을 찾아가는 '법률자문단' 상담 등을 통해 올해 들어 1096건(9월말 기준)의 상담을 진행했다.

상담의 대부분은 임금체불, 산업재해, 부당해고 등과 직결되는 상담으로 전문성을 요한다. 주요민원은 임금체불·고용 관련 문제로, 상담 후 고용노동부 등 유관기관에 안내해 준다. 민·형사 관련 민원은 법률구조공단이나 변호사를 연결해 준다. 통역 섭외는 물론 법적 절차가 완료될 때까지 상담자의 상황을 유선 또는 방문해 파악한다.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대면상담이 어려워지자 지난 7월부터 '온라인 진정접수 시스템'을 신설, 운영하기 시작했다. 지원센터 등을 방문하지 않고도 온라인으로 원격상담을 받을 수 있다. 지원센터 누리집(www.gmhr.or.kr)에 접속, '진정신청(petition)'란을 클릭해 이름과 연락처 등 간단한 정보와 인권침해 사항을 접수하면 된다. 상담 뿐만 아니라 교육, 포럼 등 역량강화 교육도 온라인을 적극 활용했다. 이를 통해 벌써 올해 목표한 2500명을 훌쩍 넘긴 3222명의 상담, 교육 실적을 거뒀다.

◆"외국인주민도 코로나19 방역 주체" = 지원센터는 이주민 상담활동가를 지원하기 위해 '외국인 상담 매뉴얼'를 발간하고 언어소통이 어려운 외국인주민을 위해 '이주민 통·번역사' 지원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2개 권역에서 진행한 이주민 통·번역사 역량강화교육을 올해는 4개 권역(수원 안산 의정부 고양)으로 확대했고 의료기관 이용 시 필요한 '의료통역과정'을 교육내용에 추가했다.

외국인 노동자 관련 코로나19 방역에도 주력했다. 무자격 체류외국인 등의 방역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민관 협의체를 구성, 외국인 노동자를 대상으로 적극적인 홍보와 지원에 나섰다. 특히 외국인주민을 위한 코로나19 예방수칙 영상을 영어 카자흐어 등 4개 국어로 제작, 도내 외국인복지센터와 다문화가족지원센터의 SNS·유튜브채널 등을 통해 공유했다. 2분 정도 분량의 동영상에 도내 거주 외국인들이 직접 출연해 손씻기와 기침예절, 거리두기 등 5가지 감염병 예방수칙을 소개한다. 증상발현 시 문의할 수 있는 시군별 보건소 연락처도 함께 안내했다.

홍동기 경기도 외국인정책과장은 "도내 외국인들도 방역주체가 되어 코로나19 예방에 적극 참여하도록 지원할 것"이라며 "내외국민 모두 안전한 지역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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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태영 기자 tykwa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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