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1인당 1벌씩 기부했어요"

2020-11-05 11:22:50 게재

서울 양천구 1200벌 나눔

구청 58개 부서 모두 참여

"출근길 한번만 불편하면 외국인 이웃들이 겨울 내내 따뜻하게 보낼 수 있어요."

최지영(39) 서울 양천구 총무과 주무관은 외투 나눔 축제를 준비하는 매일 아침 직원들에 이같은 메일을 보냈다. 외국인 이웃들에 외투를 기부하자는 취지에 공감해도 부피가 적지 않은 외투를 출근길에 들고 나오는 건 보통 불편한 일이 아니다. 최 주무관은 이런 직원들의 형편을 헤아려 '귀차니즘'을 극복할 방법을 고민했고 직원들의 따뜻한 마음을 자극했다.

양천구 총무팀 직원들이 기부할 외투할 들고 행사 성공을 기원하고 있다. 사진 양천구 제공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서울 양천구는 올해 외투나눔 행사에 서울 자치구 중 가장 많은 1200벌을 기증했다. 타 자치구 평균인 300벌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물량을 모은 셈이다. 양천구 외투나눔 참여의 최대 성과는 동주민센터를 포함한 구 소속 모든 부서가 하나도 빠짐없이 행사에 참여했다는 점이다. 최 주무관 등 총무팀 식구들은 외투 수거가 쉽게 이뤄질 수 있도록 모든 부서에 봉투를 나눠줬다. 옷 수거도 구에서 직접 트럭을 몰고 순회하며 걷었다.

최 주무관이 평소 외국인 이웃에 큰 관심을 가졌던 것은 아니다. 이번 행사를 준비하며 외국인 노동자 관련 기사와 자료를 수차례 검색하다 소위 '필'이 꽂혔다. 이왕 하는 거 제대로 해보자는 각오를 다진 최 주무관은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외투를 걷을까 동료들과 머리를 맞대고 합심한 결과 3일만에 무려 1200벌을 모으는 성과를 거뒀다. 최 주무관은 "양천구 전 직원이 1200명이니 모든 직원이 1벌씩 참여한 셈"이라며 "모두의 참여로 일궈낸 성과라 더 보람있다"고 말했다.

수거된 옷을 트럭에 싣는 날 때아닌 장관이 벌어졌다. 많은 옷이 모일 줄 모르고 1톤 트럭이 온 것. 총무팀 직원 약 20여명이 줄을 지어 옷 봉투를 날랐고 간신히 트럭에 옷을 실을 수 있었다. 양천구 관계자는 "처음엔 귀찮았지만 내가 기부한 옷이 누군가의 따뜻한 겨울에 도움이 될 생각을 하니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며 "앞으로 지역에서 외국인 이웃들을 대할 때도 자세가 달라질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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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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