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1인당 1벌씩 기부했어요"
서울 양천구 1200벌 나눔
구청 58개 부서 모두 참여
"출근길 한번만 불편하면 외국인 이웃들이 겨울 내내 따뜻하게 보낼 수 있어요."
최지영(39) 서울 양천구 총무과 주무관은 외투 나눔 축제를 준비하는 매일 아침 직원들에 이같은 메일을 보냈다. 외국인 이웃들에 외투를 기부하자는 취지에 공감해도 부피가 적지 않은 외투를 출근길에 들고 나오는 건 보통 불편한 일이 아니다. 최 주무관은 이런 직원들의 형편을 헤아려 '귀차니즘'을 극복할 방법을 고민했고 직원들의 따뜻한 마음을 자극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서울 양천구는 올해 외투나눔 행사에 서울 자치구 중 가장 많은 1200벌을 기증했다. 타 자치구 평균인 300벌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물량을 모은 셈이다. 양천구 외투나눔 참여의 최대 성과는 동주민센터를 포함한 구 소속 모든 부서가 하나도 빠짐없이 행사에 참여했다는 점이다. 최 주무관 등 총무팀 식구들은 외투 수거가 쉽게 이뤄질 수 있도록 모든 부서에 봉투를 나눠줬다. 옷 수거도 구에서 직접 트럭을 몰고 순회하며 걷었다.
최 주무관이 평소 외국인 이웃에 큰 관심을 가졌던 것은 아니다. 이번 행사를 준비하며 외국인 노동자 관련 기사와 자료를 수차례 검색하다 소위 '필'이 꽂혔다. 이왕 하는 거 제대로 해보자는 각오를 다진 최 주무관은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외투를 걷을까 동료들과 머리를 맞대고 합심한 결과 3일만에 무려 1200벌을 모으는 성과를 거뒀다. 최 주무관은 "양천구 전 직원이 1200명이니 모든 직원이 1벌씩 참여한 셈"이라며 "모두의 참여로 일궈낸 성과라 더 보람있다"고 말했다.
수거된 옷을 트럭에 싣는 날 때아닌 장관이 벌어졌다. 많은 옷이 모일 줄 모르고 1톤 트럭이 온 것. 총무팀 직원 약 20여명이 줄을 지어 옷 봉투를 날랐고 간신히 트럭에 옷을 실을 수 있었다. 양천구 관계자는 "처음엔 귀찮았지만 내가 기부한 옷이 누군가의 따뜻한 겨울에 도움이 될 생각을 하니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며 "앞으로 지역에서 외국인 이웃들을 대할 때도 자세가 달라질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