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그루밍 성착취' 위장수사 어떻게 하나

성범죄 조직 등 잠입 때는 '법원 허가'

2021-02-19 11:22:52 게재

단순 위장수사는 부서장 승인으로 가능 … 성적 대화 지속 반복하면 강력한 형사처벌

18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가 온라인 그루밍 처벌과 경찰 위장수사를 허용하는 특례규정을 담은 아동청소년 성보호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번 개정안은 기존에 법망의 사각지대라는 비판을 받았던 온라인 그루밍을 형사처벌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는 점, 아동청소년을 타깃으로 활동하는 디지털 성범죄자들을 추적할 수 있도록 경찰 위장수사가 가능해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긴급한 경우엔 사후에 위장수사 승인 = 이번 개정안의 가장 큰 특징은 온라인 그루밍 행위에 대한 처벌을 강력한 수준으로 했다는 점이다. 애초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 안에는 19세 이상의 사람이 아동청소년에게 성적 목적의 대화를 하거나 대화에 참여시키는 행위, 또 성적 행위를 하도록 유인 권유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이 법안 등을 반영해 여가위에서 마련된 대안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벌금 상한선을 높였다.

새로 도입되는 경찰의 위장수사와 관련해선 인권침해 논란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세부적인 지침을 마련한 점도 눈에 띈다. 위장수사의 법적 근거 마련이 사실상 처음이라는 점에서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일단 위장수사의 종류를 신분비공개수사와 신분위장수사로 나눴다. 아동청소년 등으로 위장해 범죄자에게 접근하는 수사 방식이 신분비공개수사라면 디지털성범죄 조직이나 범죄자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는 경우는 신분위장수사로 본다.

신분비공개수사는 상급 경찰관서의 수사부서의 장에게 승인을 받아 3개월을 초과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수사를 할 수 있다.

신분위장수사 시에는 더 엄격한 절차를 밟아야 한다. 신분위장수사의 종류·목적·대상·범위·기간·장소·방법 등을 적시한 신청서를 검사에게 내고 법원의 허가(영장)를 받아야 한다. 허가를 받았더라도 3개월 안에 수사를 마쳐야 한다.

기간연장이 가능하지만 이 경우에도 아무리 길어도 1년을 초과할 수 없도록 했다.

만약 수사에 긴급을 요하는 경우라면 먼저 수사를 개시한 후 사후적으로 법원 승인을 받도록 했다. 다만 48시간 이내에 법원 허가를 받지 못하면 신분위장수사를 중지해야 한다.

◆법사위 문턱넘기 관건 = 국회 여가위에서도 8개월 가까이 논의 과정을 거치는 등 진통을 거쳐 통과됐지만 다음 주 예정돼 있는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문턱을 어떻게 넘을지가 가장 큰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법안을 대표발의한 권 의원은 여가위 통과 후 "3번의 법안심사와 반년이 넘는 부처간 협의과정을 거쳤다"며 지난한 과정을 소개했다. 권 의원은 "온라인 공간의 디지털 성범죄가 아동청소년에게 일상의 위협이 된 지 오래됐음에도 국가가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있었다"면서 "법사위를 거쳐 본회의 의결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가위 관계자는 "경찰과 법무부가 위장수사 관련해서 이견이 있었는데 완벽하게 조정됐다고 보기는 힘들다"면서 "법사위에서 또 한번 이견조정이 있을 텐데 이 과정을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여가위에서도 경찰과 법무부 간 이견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아동청소년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를 줄이려면 폭넓은 위장수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한 반면, 법무부는 위장수사를 통한 경찰의 권한 남용 가능성을 막으려면 영장 발부가 필수적이라고 주장해왔다. 여가위에서 의결된 개정안에 위장수사의 종류를 신분비공개수사와 신분위장수사로 나눈 것도 이같은 이견을 반영한 것이지만 법무부가 이 정도에 만족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이현숙 탁틴내일 상임대표는 "법무부의 이견이 여전하다고 들었는데 이를 이유로 법사위에서 발목잡기를 한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면서 "위장수사의 안전장치를 마련한 만큼 조속히 법안을 통과시켜 아이들이 온라인 공간에서도 성범죄로부터 안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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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선 장세풍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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