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자립은 좋은 일자리에서 출발"

2021-04-23 11:42:01 게재

사회적협동조합 굳잡스

'굳잡스'는 경기 파주시 탄현면에 있는 보건복지부 인가 사회적협동조합이다.

장애 정도가 심해 학교를 졸업한 뒤 갈 곳이 없는 발달장애 자녀를 둔 부모들이 모여 조합을 설립했다. 처음엔 발달장애 자녀들의 정서적 불안과 따가운 사회적 시선이 부담이었다. 하지만 부모가 먼저 떠난 후 남겨질 아이들을 생각하면 이들이 자립할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드는 일을 더 미룰 수 없었다.

굳잡스는 발달장애인의 직업재활을 통한 사회 적응 훈련뿐만 아니라 인지치료를 비롯해 미술심리·음악·요리활동 치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사진 굳잡스 제공


굳잡스는 올해로 법인 설립 6년째를 맞았다. 신옥경 굳잡스 조합원 대표는 "특수학교는 장애 학생의 초·중·고 교육과정을 지원하지만, 졸업 후에는 교육 기회가 제한된다"면서 "특히 자폐나 지적장애가 있는 발달장애인은 졸업 이후 진학과 취업의 기회가 많지 않아 이 문제를 부모와 가족이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굳잡스에는 '좋은 일자리'라는 뜻과 함께 '굳게 잡는다'는 중의적 의미가 담겨 있다. 발달장애인의 직업교육과 재활훈련을 통해 일자리를 찾아주고, 경제·생활적인 부분에서 자립하도록 돕는 것이 목표다.

직영으로 운영하는 장애인 보호 작업장에는 현재 10명의 성인 발달장애인이 근로자로 일한다. 훈련계약을 맺은 뒤 직업교육과 재활훈련에 참여하는 훈련생도 20명이나 된다. 파주시와 인근 지역에 거주하는 발달장애인의 직업교육과 재활훈련에 필요한 프로그램과 장소 제공에도 앞장서고 있다.

김영남 굳잡스 사무국장은 "코로나19로 어쩔 수 없이 중단했지만, 학기마다 특수교육 대상 재학생 신청자가 40~50명 정도 된다"면서 "근로자와 훈련생을 위한 특수교육도 지역사회 네트워크를 활용해 작업장 안에서 꾸준히 병행한다"고 말했다.

장애인 일자리 창출 등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고 있는 굳잡스는 지속가능한 사회적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매출 증대 방안도 꾀하고 있다. 각종 문구류 포장은 물론 노트, 다이어리, 달력, 쇼핑백 등 종이제품 주문 제작과 카탈로그 명함 등 인쇄업까지 영역을 확장했다.

김 사무국장은 "홀트학교와 함께 하는 '굳잡스쿨(직업체험학교)'을 운영한 데 이어, 관내 특수학교·특수 학급 학생에게 직업훈련과 실습의 기회를 제공한다"면서 "발달장애 아동을 키우는 부모를 대상으로 진로 컨설팅, 상담, 견학 등의 프로그램도 운영한다"고 소개했다.

굳잡스의 보호자 조합원들은 요즘 주거공동체 마련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교육적 측면에서 발달장애인의 일자리 창출이라는 성과를 낸 것처럼 생활적 자립을 위한 훈련도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김 사무국장은 "일터와 주거공간이 한곳에서 가능한 원스톱서비스를 비롯해 성인기 발달장애인에 대한 소득과 돌봄을 연계한 공익신탁제도, 후견인 제도, 이용자 중심의 오픈형 발달장애인 공동체의 도입이 제도적으로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홍정아 리포터 jah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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