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경제 곳곳에서 요동치기 시작

2022-06-20 10:36:05 게재

주택거래 얼어붙고 테크산업은 대량해고 돌입 … 불안한 소비자들 지갑 닫아

미국경제가 곳곳에서 요동치기 시작했다. 그간 강력하다는 평가를 받아온 고용시장마저 테크 업종을 시작으로 대량 감원에 나섰다. 낮은 이자율로 활황을 유지하던 주택시장은 금리인상 여파로 주택 모기지 이자율이 급등하면서 찬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수주째 이어진 주가 폭락으로 미국민들의 은퇴저축 액면가가 3조달러 이상 증발해 은퇴를 앞둔 사람들은 비상이 걸렸다.

경기 불안감에 미국 소비자들은 서둘러 지갑을 닫고 있다. 18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미국의 이달 소비심리는 사상 최저로 떨어졌다. 미국 미시간대가 발표하는 소비심리 지수는 5월 58.4에서 이달 50.2로 급락, 역대 최저치인 1980년 5월 51.7보다 낮아졌다. WP는 미국인들이 외식, 휴가, 이발, 청소 등 일상적 서비스에 대한 수요를 급격히 줄이는 추세라고 보도했다.

'고공행진' 미국 LA 휘발유 가격│16일(현지시간) 갤런당 7달러대 후반의 휘발유 가격이 게시된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한 주유소 인근에서 행인들이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휘발유 가격 고공행진이 지속되면서 미국인들의 주머니 사정은 압박을 받고 있다. 로스앤젤레스 AP=연합뉴스


◆주택 모기지 이자율 2배로 급등 = 미국 내 대도시 주택가격은 중위 가격이 39만1200달러로 3월에도 전년대비 20.6% 올랐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해 가격은 계속 오름세다.

연준이 6월에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리고 앞으로도 자이언트 스텝을 예고해 주택 모기지 이자율이 급등하고 있다.

국책 모기지 회사인 프레디 맥이 16일 발표한 30년 고정 주택 모기지 이자율은 한주 전 5.23%에서 5.78%로 치솟았다. 주간 상승폭으론 2008년 이후 14년 만의 최대다.

민간 주택 모기지 금리는 6%를 웃돈다. 이자율이 1년 전 3%의 두 배로 올라 매달 상환금도 급증세다. 모기지 25만달러(한화 3억2375만원)를 얻었을 경우 월상환금이 843달러(109만여원)에서 1199달러(1552만여원)로 356달러(46만여원) 늘었다. 50만달러(6억4750만원) 모기지이면 월 1686달러(218만여원)에서 2398달러(310만여원)로 712달러(92만여원)나 급증했다.

이 때문에 모기지신청과 주택거래가 얼어붙고 있다. 모기지 신청은 전년보다 15% 줄었고 재융자 신청은 70% 폭락했다. 기존주택 판매는 4월에 전달보다 2.4%, 전년보다 5.9% 줄면서 석달 연속 하락했다.

부동산 전문 리얼터닷컴은 당초 올해 주택판매가 6.6%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으나 이제는 6.7% 하락으로 전망을 정반대로 바꿨다.

부동산 회사들은 대량 해고에 나섰다. 레드핀은 전체의 8%인 470명, 컴패스는 10%인 450명의 감원을 발표하는 등 부동산 업계에 해고 태풍이 불고 있다.

◆감원 태풍에 고용시장도 흔들 = 미국경제의 버팀목인 고용시장도 흔들리기 시작했다. 물가급등과 증시폭락, 암호화폐 가치 하락 등으로 불경기 공포가 확산되자 테크 업종에서부터 고용 중지와 잡 오퍼(Job Offer) 취소, 대량해고의 태풍이 시작됐다.

암호화폐 교환소인 코인베이스는 전체 인력의 18%인 1100명의 감원을 발표했고, 프라이버시 마켓팅 회사인 원트러스트는 지난주 950명을 해고했다.

앞서 전기차의 선두주자 테슬라는 신규고용 중지에 이어 조만간 전체 1만명 가운데 10%인 1000여명을 해고할 계획이라고 비즈니스 인사이더가 지난 3일 보도했다. 넷플릭스는 유료구독자가 20만명 급감했다며 150명을 감원했고 온라인 주식거래 회사인 로빈후드는 300명을 해고했다. 페이스북의 모회사인 메타는 중간급, 간부급 직원의 신규고용을 전면 중지하고 감원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CBS뉴스는 올 들어 테크업종에서만 3만5000명이 감원됐다고 14일 보도했다. 테크 업종 뿐만이 아니다. 주택 모기지 스타트업인 베터닷컴은 4000명을 대량 해고했고, 온라인 자동차 판매사 카바나는 전체 인력의 12%인 2500명을 감원했다. 운동기구 회사인 펠로톤은 전체의 20%인 2800명을 무더기로 내보냈다.

상당수 회사는 직원 대량 해고에 앞서 고용을 중지하고, 새로 뽑으려고 임금 수준까지 제시했던 잡 오퍼를 취소하고 있다. 코인베이스는 1100명을 감원하는 동시에 연봉 30만달러를 제시했던 신규 고용 후보 300명의 잡 오퍼를 취소했다.

미국 고용시장은 5월 실업률이 3.6%로 유지되고 한달간 39만개의 일자리가 늘어 아직은 강력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나스닥 지수가 올 들어 30%이상 폭락했기 때문에 테크업종의 감원 태풍은 계속될 전망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마저 현재 월 55만개의 일자리를 늘리고 있는 미국 고용시장이 내년에는 월 15만개로 3분의 1 수준으로 급속 냉각될 것이라 경고한 상황이다.

◆주가폭락에 은퇴저축 3조달러 허공으로 = 최근 수주째 이어진 주가폭락으로 미국민 상당수가 이용하는 직장 은퇴저축 401(K)와 개인 은퇴저축 IRA에서 무려 3조달러가 증발했다고 CBS뉴스가 17일 보도했다.

IRA 가입자의 저축액에서 2조달러가 증발됐고 401(K) 저축에서 1조4000억달러가 날아갔다고 이 방송은 전했다.

뉴욕증시는 연일 폭락세다. 16일 다우존스지수는 3만선이 무너졌고 S&P500지수와 나스닥은 고점에서 20%이상 급락한 베어마켓(약세장)으로 떨어졌다. 올 들어 현재까지 다우존스지수는 13% 떨어졌고 S&P500은 22%, 나스닥은 30%이상 폭락했다. 미국 증시에선 주가가 고점에서 20% 이상 상승하면 불 마켓(강세장), 20% 이상 급락하면 베어마켓으로 평가한다.

미국의 은퇴저축 프로그램은 은퇴저축액의 75~80%를 증시에 투자하고 있어 주가폭락시 은퇴저축액도 증발되기 때문에 은퇴 시점을 앞둔 시니어들에게는 치명타다. 은퇴저축으로 평생 저축해 현재 8만1000달러를 쌓은 사람은 이번 주가폭락으로 6만4800달러로 급감하게 돼 치명타를 맞는다고 CBS뉴스는 전했다.

더욱이 저소득층일수록 높은 수익률을 노리고 증시 투자 프로그램에 가입하고 있어 위험이 크다. 연소득 3만달러 이하는 81%, 3만~5만달러는 78%, 5만~15만달러는 77%, 15만달러 이상은 76%가 증시에 투자하는 은퇴저축 프로그램을 이용하고 있다.

미국민들은 은퇴 시기의 증시와 일반경제 상황에 의해 은퇴 후 생활이 좌우된다.

지금 같은 시기에 은퇴하는 사람들은 40년 만의 물가급등과 유가폭등, 28년 만의 최대 폭 금리인상, 여기에 더해 주가폭락까지 갖은 악재를 한꺼번에 마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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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한면택 특파원 hanm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