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전수미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경기북부센터장

"미래 불안 MZ세대, 투자 중독에 빠져"

2022-07-12 11:17:24 게재

코로나 거치며 2030 상담 급증

방치하면 극단적선택·범죄로도

"휴대폰으로 손쉽게 주식이나 가상화폐에 투자할 수 있다 보니 투자도 중독처럼 빠져드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습니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전수미 경기북부센터장(사진)은 11일 내일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2030세대들이 주식·가상화폐 투자 중독에 빠져드는 원인을 이같이 설명했다. 취업난, 집값 폭등 등으로 미래가 불안한 젊은 세대들이 요행을 바라게 되고 휴대폰으로 손쉽게 주식과 가상화폐 투자에 접하면서 중독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전 센터장으로부터 상담 현장에서 느끼는 주식·가상화폐 투자 중독 실태에 대해 들었다.


■2030세대에서 주식이나 가상화폐 중독을 호소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고 하는데 실태가 어떤가.

경기북부센터의 경우 주식 관련 상담 건수가 2018년 28건 정도에 그쳤는데 지난해에는 80건으로 세 배 가량 증가했다. 선물·옵션과 가상화폐 등 리스크가 큰 투자와 관련한 중독 상담 건수도 같은 기간 5건에서 32건으로 늘었다. 대부분 젊은 층들이다. 절대적인 건수가 아직 많은 것은 아니지만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주식·가상화폐 중독 상담자들은 어떤 어려움을 호소하나.

쉽고 빠르게 돈을 벌어보려고 투자했다가 점점 더 깊은 수렁에 빠져드는 경우가 많다. 처음에 주식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보면 이를 만회하려고 리스크가 더 큰 선물·옵션이나 가상화폐에 투자하고, 불법도박에까지 빠져드는 식이다.

대부분 여윳돈이나 대출을 받아 투자하다 안되면 지인과 가족들에게 돈을 빌려 투자한다. 심지어 주식과 가상화폐 투자 실패로 회사돈을 횡령하는 일도 늘고 있지 않나.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가족의 문제, 사회의 문제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가상화폐 투자 실패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는데 실제 자살 충동을 호소하는 이들도 있나.

최근에도 자살시도를 했던 주부가 상담을 받으러 온 적이 있었다. 남편 몰래 주식 투자하다 손실을 보자 친정집에서까지 돈을 빌려 큰 빚을 지게 된 경우였다.

주식이나 가상화페 투자에 중독된 이들은 가족 뿐 아니라 금융권에도 빚이 많다. 1금융권 뿐 아니라 2금융권, 안되면 사채를 끌어다 투자하기도 한다. 돈을 갚을 능력은 없는데 채무변제 압박이 강하게 들어오면 살고 싶은 마음이 있겠나.

그래도 가족들의 도움으로 상담을 받으러 오면 다행이다. 손실이 커질수록 오히려 더 주식과 가상화폐 등에 더 매달리게 되고 더 이상 투자할 돈을 끌어올 수 없게 되면 횡령을 한다든지,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든지 2, 3차 문제들이 발생하게 된다.

■왜 젊은 세대들에서 주식이나 가상화폐 중독 문제가 확산되고 있다고 보나.

취업이 어렵고, 직장을 갖는다 해도 부동산 가격이 너무 높아 직장생활만으로는 집 한 채 마련하기 어렵다보니 처음부터 건강한 투자보다는 큰 요행을 바라는 심정으로 주식이나 가상화폐에 투자하는 것 같다.

게다가 투자의 접근성이 용이해지지 않았나. 젊은이들이 스마트폰으로 주식이나 가상화폐 등에 손쉽게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이다 보니 중독증을 호소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또 요즘 워낙 주식이나 가상화폐 투자를 많이 하다보니 안하면 뭔가 부족한 사람처럼 여겨지고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되는 사회적 환경도 원인이 되고 있다고 본다.

■도박문제관리센터에서는 어떤 상담서비스를 제공하나

상담하러 오면 우선 문제 수준을 평가하고 이에 맞춰 상담이 진행된다. 약 12회기의 개인상담 및 집단·가족 상담, 재정·법률 상담 등이 진행되고 필요하면 추가 상담이 이뤄진다. 민간 상담 기관과도 연계해 치료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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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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