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시평

미국의 대중(對中) 마지막 카드, 타이완

2022-09-29 11:53:37 게재
황재호 한국외대 국제학부 교수

굴기중인 잠재대국이 현실상의 초강대국이 되기 위해서는 경제 외교 군사 문화 분야에서 절대적 영향력을 가져야 한다. 이와 함께 스스로 강력한 리더십 의지가 있어야 하며 국제사회가 그 독점적 위치를 인정해야 한다. 그런데 중국이 미국처럼 세계적 초강대국으로 등장할 가능성은 아직 낮다. 아시아에서만큼은 초강대국 영향력을 가질지라도 세계적으로는 준 초강대국 수준이다.

중국이 미래 초강대국으로 도약할 수 있을지 가늠할 최종 시험대는 타이완 문제일 것이다. 타이완과의 통일 없이 중국의 세계적 초강대국 실현 가능성은 낮다. 중국의 아킬레스건인 타이완과 통일 시나리오는 크게 세가지다.

첫째는 타이완과 평화공존을 거쳐 통일을 달성함으로써 국력 손상없이 초강대국에 등장하는 것이다. 둘째와 셋째 시나리오는 중국이 의도하든 의도치 않든 타이완과의 무력충돌이 결과적으로 성공하거나 실패하는 경우다. 무력을 사용했음에도 성공하면 대외 이미지 손상에도 준 초강대국 기반을 확실히 다지며 패권 성향의 초강대국으로 나아갈 것이다. 실패한다면 준 초강대국 위상 유지도 어려울 것이다.

중국의 세가지 타이완 통일 시나리오

세 시나리오 중 중국의 선택은 첫째일 듯하다. 둘째와 셋째는 중국몽에 미치는 악영향과 후유증이 지대하기 때문이다. 중국이 이런 상황을 자초하거나 모험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 만큼 지난해 9월 미국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필립 데이비슨 전 인도태평양사령관이 "중국은 2027년까지 타이완을 침공할 수 있다"며 그 근거로 시진핑 국가주석의 재집권 연장 의지를 내세운 것은 다소 도식적이고 과장된 면이 있다. 중국은 타이완의 제2 홍콩화를 원하며 시간을 자기편이라 믿어 타이완 해결의 시간표는 따로 없어 보인다.

그럼 유사시 미국은 타이완에 군사적 개입을 할 것인가? 미국은 중국군이 타이완해협을 넘으면 저지, 무력화하려 할 것이다. 단 그러기 위해서는 타이완이 잘 버티면서 시간을 벌어주어야 한다. 적어도 러시아를 상대하는 우크라이나처럼 싸워주어야 한다. 한일 같은 미국의 역내 동맹들이 유럽국가들의 우크라이나전쟁 지원 수준 이상으로 해주어야 한다.

중국은 어떠할까? 유사시 경제제재 미사일공격 해상봉쇄 상륙작전 등 다양한 선택지가 있다. 그러나 현재 중국군의 육해공 연합작전, 상륙전과 공습전 능력에는 의문이 있다. 중국은 타이완의 전략적 가치에 대한 미국의 판단, 타이완 주민들의 중국에 대한 적대감 수준, 무력 발발 초기의 빠른 대응을 포함한 미 군사력의 준비태세, 국제여론의 향배 등을 종합해 결정할 것이다. 그럼에도 중국은 그 어떤 경우에도 타이완판 젤렌스키가 출현한다면 선택의 여지가 없다. 적극 대응하지 않는다면 정권의 정통성에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최근 미 상원 외교위원회를 통과한 타이완정책법은 타이완관계법 이래 가장 전면적이고 중국에 도전적인 타이완 관련 법안이다. 타이완을 비나토동맹국으로 지정하고, 군수물자 판매 제한을 철폐하며, 준대사관급 외교관계로 격상하는 등 사실상 하나의 중국을 폐기하는 내용이다.

단 미중관계가 파탄 날지 여부는 미 의회가 타이완정책법을 통과시킬 경우 원안의 변형 정도에 달려있다. 미중 법리전이 더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중국은 미국의 타이완정책법을 중국견제법을 넘어 중국압제법으로 인식하는 듯하다. 내년 3월 중국 양회에서 반분열국가법의 대응 수위에 주목하게 된다.

트럼프는 본인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대선 기간에 미 국익에 유용한 홍콩카드를 쉽게 소진해버렸다. 바이든은 이미 경제안보 카드를 꺼냈고 이제 미국이 오랫동안 아껴왔던 대중국 마지막 카드 '타이완정책법'을 흔들었다.

그게 회심의 카드가 될지는 좀 더 지켜보아야 한다. 대규모 시위를 계기로 국가보안법을 제정, 오히려 홍콩을 중국의 체제에 편입시키는 기회로 활용했듯 중국의 이번 타이완정책법 대응 능력에 따라 미국과의 전략적 격차를 좁힐지 넓힐지 알 수 있다.

우리 외교는 타이완 파고 넘을 수 있을까

로버트 에이브럼스 전 주한미군 사령관이 26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중국의 타이완 침공 시 주한미군의 투입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 묘하게 신경을 자극한다. 타이완 관련 한국의 전략적 모호성에 상당한 압박으로 다가온다.

비속어 논란과 외교안보팀의 능력에 대한 질타가 쏟아지는 가운데 우리 외교는 과연 공전의 타이완 파고를 넘을 수 있을까? 우리가 가진 카드는 무엇일까 돌아보게 된다.

황재호 한국외대 국제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