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추모만 하라? 거세지는 반발

2022-11-02 11:10:30 게재

"국민에게 침묵 강요 … 참사 축소시키려는 정치적 셈법"

용혜인 의원 공개 비판 … '정부책임론' 피하려는 꼼수 지적도

'이태원 압사 참사' 직후 정부가 국가애도기간을 선포하며 조용한 추모를 강조한 데 대한 논란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대형참사인 만큼 추모의 시간을 갖는 것은 당연하더라도 원인규명 촉구 등의 목소리까지 정쟁 프레임으로 몰고가서 책임을 희석시키려는 의도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된 것이다. 특히 희생자를 사망자로, 참사가 아닌 사고로 표시하라는 등의 정부지침이 알려지면서 '조용한 추모' 강조가 정부책임론을 피해가려는 꼼수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이태원 참사 현안 보고 ㅣ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현안 보고하고 있는 가운데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왼쪽 두번째)이 여야 합의로 질의를 하지 않기로 한 것에 대해 항의하며 퇴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1일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조용한 추모'에 대한 비판이 공개적으로 터져나왔다.

"아무 말도 하지 말고 그저 추모만 하라고 이야기하는 윤석열 정부의 태도에 도대체 왜 국회가 행정안전위원회가 들러리를 서야 합니까?"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이날 전체회의에서 국회의원들의 질의 없이 행정안전부 등 당국의 보고만 받고 끝내기로 했다는 점을 비판했다.

용 의원은 의사진행발언 요구를 거부당하자 "여기 정쟁하러 온 의원들이 한 명이라도 있겠느냐"면서 "당연히 확인해야 할 것, 원인을 규명해야 할 것을 정쟁으로 몰고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이날 전체회의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의 사과 및 보고 이후 40분 만에 산회됐다.

용 의원은 질의응답 없는 행안위 회의진행과 윤석열정부의 태도를 비판한 데 대해 "참사를 축소시키려는 정치적 셈법만 남았다는 답답함이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용 의원은 이날 저녁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선동성 주장이라거나 정쟁이라고 원인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에 프레임을 씌우고 있는 점이 많이 답답하다"면서 "국민들에게 침묵을 강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희생자 대신 사망자라는 표현을 쓰고, 축제가 아니라 현상이라고 하고, 글씨 없는 리본을 쓰라고 한다"면서 "어떻게든 책임을 피해보려는 사람들만 있다고 보여진다"고 비판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도 같은 날 YTN라디오 인터뷰에서 "행정안전부 공문에서, 이번 참사를 사고라고 표현했고 희생자를 사망자라고 표현했다. 참사를 축소시키고, 이것이 정부의 안일하고 미온적인 대책으로 인해서 희생자가 발생한 것이 아니라 사고로 돌아가신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이런 인식들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추모의 시간' 뒤에 숨어 여당과 정부가 책임론을 피해보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은 진작부터 나왔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1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이태원 사고와 관련 가짜뉴스가 많이 생산되고 있다"며 "미국산 쇠고기를 먹으면 뇌에 구멍이 뚫린다, 사드 전자파에 몸이 튀겨진다, 세월호는 미군 잠수함과 충돌했다는 등 가짜뉴스 사례를 나열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덧붙였다. 박정하 당 수석대변인도 논평에서 "각종 유언비어와 가짜뉴스가 무분별하게 유포되고 있어 우려스러운 상황"이라면서 "서로에게 위로가 필요한 시기에 마녀사냥식 유언비어는 국민에게 혼란만 불러일으킨다"고 논평했다. 문제는 이같은 지적들은 자칫하면 국민들에게 '입단속을 잘하라'는 강요로 비칠 수 있다는 점이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대통령실 등이 지금은 애도의 시간이라고 강조하고 있는데 대해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추모하고 애도해야 한다고 해서 원인을 무조건 뭉개고 가라는 의미는 아니다"며 "사람을 잃어버린 입장에서는 원인도 모르고 무조건 애도만 하라는 건 오히려 입을 막는 것으로밖에 느끼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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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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