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 '정부책임론' 잠재우려다 '구설수'만 남긴 한덕수 총리

2022-11-02 11:10:30 게재

1일 브리핑서 '농담' 논란

"112 대응체계 혁신할 것"

중대본 회의 모두발언

"지금도 정부가 (이태원 참사를) 막을 수 없었을 거란 입장에 변함이 없습니까?"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좁은 공간에 운집하도록 방치했습니까?"

1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외신 브리핑에서 나온 질문들이다. 외신들은 '이태원 압사 참사'와 관련해 공통적으로 '정부의 사전 조치 미흡에 따른 인재'라는 분석을 타전하고 있다. 브리핑장에 직접 나선 한덕수 국무총리는 외신들과 직접 소통하며 이같은 '정부책임론'에 대해 적극 해명에 나섰지만 오히려 '말장난 논란'만 낳았다.

이날 외신 브리핑은 오전에 긴급하게 잡혔다. 주요 외신에서 윤석열정부에 대한 비판을 쏟아내자 대통령실이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신기자들과 질의응답은 예정됐던 1시간을 훌쩍 넘겨 2시간 20분간 진행됐지만 성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외신들의 질문은 정부 책임에 집중됐다. "주최자가 없는 행사였다고 해서 과연 방지할 수 없었다고 보느냐"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경찰과 소방 배치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다고 했는데 지금도 정부가 막을 수 없었을 거란 입장을 유지하느냐" 등의 질문을 쏟아냈다.

이에 대해 한 총리는 "인파관리 시스템에 부족함이 있었다"면서도 "치안 담당하는 인원을 많이 투입했더라도 한계가 있지 않았을까"라고 답했다. 정부의 무한 책임을 시종일관 강조하기는 했지만 이 장관을 두둔하는 것을 해석될 수 있는 답변이다.

농담 논란은 NBC기자가 던진 질문이 제대로 통역이 되지 않으면서 불거졌다. 통역 관련 문제가 있었다는 공지가 나오자 한 총리는 해당 기자의 질문("누구의 잘못도 아닌 것 같은 이런 상황에서 한국 정부 책임의 시작과 끝은 어디라고 보나")을 흉내내 "이렇게 잘 안 들리는 것에 책임져야 할 사람의 첫번째와 마지막 책임은 뭔가"라는 농담을 던졌다. 이 장면은 온라인 상에서 편집돼 퍼지며 "지금 말장난할 때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한편, 2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한 총리는 참사 당일 저녁 112신고 녹취록이 공개된 데 대해 "경찰의 가장 기본적인 임무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것이다. 이런 임무를 수행하는 데 안일한 판단이나 긴장감을 늦추는 일이 있다면 국민들의 믿음을 저버리는 것"이라면서 "경찰은 특별수사본부와 감찰을 통해 철저히 조사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어 "정부는 조사가 끝나는 대로 상응하는 책임을 엄중히 묻고 112대응체계의 혁신을 위한 종합 대책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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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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