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구 CCTV 관제센터, 절반이 '외주'

2022-11-08 11:22:58 게재

재난안전 관리 1차 관문, 외부에 맡겨 … 책임성·업무 지속성 문제

서울 25개 자치구들이 운영하고 있는 CCTV 통합관제센터에 대한 전반적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태원참사 당시 용산구는 통합관제센터 CCTV 관제업무를 민간 용역사에만 맡겨 국가기관과 이어진 재난상황 전파시스템에 구멍이 생겼다는 지적을 받았다. 당시 용산구 관제센터는 행안부와 경찰에 아무런 상황 보고를 하지 않았다.


7일 내일신문이 서울 25개 자치구 CCTV 통합관제센터를 전수조사한 결과 관제 업무를 민간 용역사에 맡기는 곳은 용산구 외에도 6곳이 더 있었다. 4곳은 용역사 직원과 공무원을 병행해서 운영 중이었고 나머지 14곳은 공무원(기간제)을 뽑아 관제 업무를 맡겼다.

전문가들은 국가재난안전·위기관리 시스템 재정비와 함께 자치구 통합관제센터 현황 파악 및 운영체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주민 안전을 책임질 1차 재난안전 점검 업무를 민간에 통째로 맡기는 것은 책임감 문제와 국가시스템과 연계 문제 등 위험 요인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조성일 르네 방재정책연구원장은 "이번 이태원참사에서 드러났듯이 민간 용역사가 얼마나 책임감을 갖고 재난 대비에 나설 수 있는지 전반적 점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간 용역사에 관제업무를 맡기는 것에 대해 지자체 내부에서도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용역업체에 관제센터를 맡기고 있는 7곳 자치구 가운데 5곳이 내년부터 용역을 중단하고 공무원을 선발해 해당 업무를 맡길 예정이다. 자치구 산하 시설공단에 관제업무를 위탁하고 공단에서 파견한 직원들을 채용해온 노원구의 경우도 내년부터 해당 직원을 직고용하기로 했다. 관제 업무의 책임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다.

재난안전 업무 외주화에 대해선 공무원들 사이에서도 우려가 나온다.

관제센터 담당부서에서 근무하는 한 자치구 관계자는 "CCTV 모니터링은 지역과 주민 안전을 관리하는 첫번째 과정"이라며 "이처럼 중요한 업무에 대한 책임감과 지속성, 지역 상황에 대한 축적된 전문성 등을 고려할 때 외부에 맡기는 것보다 직원이 담당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해당 구는 이같은 관제업무 유경험자들 의견을 수렴해 내년부터 방범 관제요원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재난안전 업무에 대한 공공의 관리 감독 책임을 분명히 하고 누가 와서 일해도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수 있는 메뉴얼을 갖추는게 더 중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윤명오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20만명이 모이는 행사 안전계획을 자치구에만 맡겨놓아선 안된다. 자치구 차원에선 경찰, 소방과 원활한 협조를 기대하기 어렵다"면서 "서울시가 나서 경찰, 소방, 자치구를 연결하는 협조체계를 구축해야 하며 행안부 등은 자치구 통합관제센터가 제 역할을 감당할 수 있도록 CCTV 운영 메뉴얼, 관제센터 운영 가이드 등을 정교하게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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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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