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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은 얼마나 인간을 대체하게 될까

2023-03-24 12:03:45 게재
이해성 내일e비즈 CTO/부사장

인공지능(AI)과 관련된 관심이 여느 IT 유행어들의 수명보다 길게 지속되고 있다. 얼마 전까지 유행했던 '메타버스'는 갑작스레 탈락한 느낌이고 한때 가장 뜨거웠던 '블록체인'도 요즘은 뜸해졌다. 그런데 대략 10년 전 '빅데이터'란 용어의 유행 이후 수십년 만에 인기가 되살아난 '인공지능'은 최근 챗GPT로 대표되는 생성형AI(Generative AI) 대두로 다시 그 인기를 유지해 나가고 있다.

물론 '인공지능'이라는 커다란 카테고리의 세부 내역을 살펴보면 양상은 각양각색이다. 최초로 큰 관심과 기대를 모았던 1950~60년대 1차 인공지능 열풍의 주역은 일명 '심볼릭AI(Symbolic AI)'라고도 불리는 규칙 기반(Rule Based) AI였다. 2차 붐의 주역은 1980년대 중후반의 '다층 신경망(Multi-Layered Neural Network)'과 '역전파(Back Propagation) 알고리즘'이었다.

10년 전부터 시작한 3차 붐은 힘을 잃어가던 '다층 신경망'과 '역전파 알고리즘'이 강력한 하드웨어와 거대한 학습데이터들의 도움으로 그 효용성을 증명할 수 있게 된 '깊은 신경망 학습(Deep Neural Network Learning)', 이른바 '딥러닝'의 성공에 기인한 것이었다. 딥러닝을 이용한 '컴퓨터 인공시각(Computer Vision)'의 성능이 사람과 대등한 수준에 이르면서 진짜 인공지능 시대가 열릴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딥러닝으로 성능 향상됐지만 인간엔 못미쳐

이후 딥러닝 방식은 '자연어 처리' '음성인식' '음성합성' 등 여러 분야로 도입돼 성능이 기존 방식보다 많이 향상됐지만, 아직 인간 수준에는 많이 미치지 못하고 있었다.

이때 'GAN(Generative Adversarial Network)'이라고 불리는 근사한 아이디어가 제시돼 인공지능이 기존에 학습한 데이터를 이용해서 꽤 괜찮은 수준의 새로운 영상(Image)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게 된다. 그리고 기존의 검색엔진과 관련된 연구에서 진행되어 온 언어의 벡터모델 이론이 딥러닝 기반 자연어 처리 기술과 혼합되면서 거대언어모델(LLM, Large Language Model)이라는 강력한 기술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최근에는 이 기술들이 여러 방식으로 통합되면서 사람이 컴퓨터에게 대화로 요청하면, 컴퓨터가 마치 사람처럼 해답을 말하거나, 이미지나 동영상을 생성하거나, 음악을 만들어 주는 등의 서비스들을 제공한다.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필자는 두가지 정도를 예측한다. 하나는 AI 기술이 먼저 적극적으로 도입될 분야는 정확도나 정답이 요구되지 않는 쪽일 것이다. 그림 그리기, 디자인, 글쓰기, 작곡 등의 분야에 초벌 작업용으로 널리 활용될 것 같다. 아마도 인공지능이 생성한 그림 도안 글 음악이 그대로 사용되기보다는 사람이 추가 작업을 통해서 더욱 보완하고 다듬어서 완성작을 만드는 일종의 협업 시스템이 정착되리라 생각한다.

MS가 오픈AI에서 서비스하는 DALL-E를 기반으로 만든 'MS 디자이너', GPT4를 기반으로 만든 '오피스 코파일럿', 영상을 자동으로 만들어 주는 '미드저니' '스테이블 디퓨전' 등의 서비스들이 이런 방향으로 가고 있다.

다른 하나는 만약 인공지능이 정확성이나 정답이 엄격하게 요구되는 분야에 적용된다면 반드시 사람 전문가의 보증을 요구할 것 같다. 챗GPT에게 전문적인 질문을 던져본 사람들이라면 챗GPT가 틀린 답변 즉 거짓말을 마치 진실인 양 품격있고 자연스럽게 제시하는 것에 놀랐을 것이다.

예를 들어 AI의사가 인간 의사보다 더욱 정확하더라도 세상은 인간 의사 권위자에게 해당 AI 답변의 진실성을 판단해주기를 요청할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공학과 자연과학 등 엄밀성과 정확성을 추구하는 모든 분야에서 일어날 것이다.

전문가 보조역할, 비전문가에겐 경쟁자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그림 영상 글 음악 디자인 등 예술성과 창의성을 요구하는 분야에서는 전문가를 보조하는 역할이 AI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고, 정확성과 정답이 요구되는 분야에서는 전문가가 그 결과를 보증하는 AI 결과물이 더 신뢰를 받는 상황이 올 수 있다.

AI가 전문가에게는 생산성을 높여주는 보조자가 되는 반면, 아직 전문가가 되지 못한 이에게는 일자리를 두고 다투는 경쟁자가 될 수도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