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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이 선거일이면, 어떤 선택을 할까

2023-04-05 00:00:01 게재
심재웅 여론조사 전문가

내년 4월 총선을 전망하는 여론조사가 서로 다른 결과를 보여준다. 한겨레신문 신년조사에서 '야당 후보를 지지하는' 응답(46%)과 '여당 후보를 지지하는' 응답(44%)이 사실상 동률이다.(글로벌리서치, 12.26~27) 경향신문 조사는 '야당 후보에게 투표한다'는 응답(53%)이 '여당 후보에게 투표한다'는 응답(38%)보다 15%p 높다.(메트릭스, 12.30~31)

총선 전망 조사결과가 상이하게 나온 사례는 작년에도 있었다. 지난해 10월 주간조선 조사는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후보 지지의향이 각각 33%로 동률이었다.(케이스탯리서치, 10.14~15) 반면 지난해 12월 한국갤럽 조사(11.29~12.1)는 '여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 36%, '야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49%였다. 야당 후보 선호가 13%p 더 많다.

조사결과를 보면 한국갤럽과 경향신문 조사는 내년 총선에서 야당이 압승할 것으로 전망하지만 주간조선과 한겨레 조사는 여야간 접전을 벌이는 양상이다.

총선 전망에 대한 여론조사가 상이한 결과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인가? 표본추출이나 조사방법은 차이가 없다. 조사기간도 근접한 시점이다. 언론사 성향과도 무관하다. 차이가 있다면 설문에 포함된 문항의 질문방식이다.

국정평가와 정당비교 프레임 차이의 문제

한겨레는 '국정안정' '정권견제'를 대비했다. 경향신문은 '원활한 국정운영'과 '독주를 견제'한다는 질문을 했다. 정치적 의미가 더 강한 문구다. 주간조선은 '어느 당 후보를 지지하겠느냐'고 묻고 당명을 불러주었다. 한국갤럽은 '여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 '야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를 제시했다. 정치적 당위성을 제시한 설문이다.

설문지 인접 문항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겨레 조사는 정치갈등의 책임과 해법에 대한 문항도 있다. 정치권에 대한 양비론적 주제여서 여야가 동일 선상에서 비교된다. 한국갤럽은 국정평가 이유를 개방형으로 묻는다. 국정평가의 환기 효과가 있을 수 있다.

총선에서 야당 압승과 여야간 접전을 예상하는 상이한 결과가 나오는 것은 응답자의 내면에서 두개의 인지적 프레임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국정평가는 단일평가 절대평가다. 정당지지도는 비교평가 상대평가다. 국정평가와 정당비교 중에서 어떤 프레임이 더 크게 작동하는가에 따라 여론조사 결과도 달라진다.

올 3월 초에 나온 여론조사는 내년 총선에서 여야가 접전을 치를 것으로 전망한다. 한국갤럽 조사(2.28~3.1)는 정부지원론 42%, 정부견제론 44%로 불과 2%p 차이다. KBS 조사는 정부지원론 44%, 정부견제론 48%로 4%p 차이다.(한국리서치, 3.5~3.7) 조사결과를 보면 국정평가보다 정당비교 프레임이 많이 작용한 것 같다. 당시 여당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가 주목을 받았고 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 논란이 고조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4월 조사에서는 한일 정상회담과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제3자 변제 해법을 둘러싼 정치적 논란으로 국정평가 프레임이 여론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여당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가 마무리되고 야당 당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장기화되면서 정당구도의 대비효과는 감소하는 추세다.

유권자 심리에서 총선은 대선과 다르다. 대선은 '누가 더 잘할까'라는 기대감이 선택의 기준이다. 반면 총선은 '누가 더 잘했나'를 따지는 경우가 더 많다. 대선이 미래에 대한 전망적 투표라면 총선은 성과와 책임을 묻는 회고적 투표의 성격이 있다.

3월 말 대통령 국정평가는 긍정 30%, 부정 60%다. 정당지지도는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33%로 동률이다.(한국갤럽 3.28~30) 총선이 국정평가 구도로 치러지면 여당은 힘겨운 승부를 할 것 같다. 정당간 비교평가가 부각되는 구도에서는 여야간 접전이 예상된다. 어떤 전략이 최선일까? 야당은 정권심판론을 내세울 것이다. 여당은 거대야당 책임론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크다.

30% 중간지대 스윙보터의 선택이 관건

닷새 후면 총선이 1년 앞으로 다가온다. 내일이 선거일이면, 유권자는 어떤 선택을 할까? 승부는 중간지대 유권자의 선택에 달렸다. 이들은 국정평가는 부정적이지만 야당에게도 비호감인 유권자다. 중간지대 스윙보터는 30% 전후로 추산된다. 정권심판론인가? 아니면 야당책임론인가? 그것이 승부다.  <여론조사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심재웅 여론조사 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