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시평

농촌, 여전히 뜨거운 중국의 감자

2023-05-04 11:39:04 게재
곽복선 경성대학교 교수, 전 코트라 중국사업단장

최근 '미국의 소리'(VOA)나 화교들의 유튜브 영상을 보면 미중갈등 대만 우크라이나전쟁 등이 주요 뉴스지만 중국 농촌에 대한 이슈도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공산당이 농민을 통제하기 위해 관리원들을 농촌에 파견하고 있으며 그동안 환경보호 목적으로 시행했던 경작지의 삼림환원 정책인 '퇴경환림(退耕還林)'이 일부 지방에서는 삼림을 경작지로 되돌리는 '퇴림환경(退林還耕)'으로 바뀌었다는 소식을 전한다.

이러한 이슈들은 공산당을 비판하려는 의도가 있고 정확한 내용을 파악하기 어려운 편이지만 가십거리로만 보기는 어렵다. 농촌문제가 중국에 뜨거운 감자이자 우리에겐 중국사회를 들여다 볼 수 있는 또 다른 창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이전처럼 농민의 비중이 절대적인 상황이 아니긴 하지만 공산당 입장에선 정권의 안정성을 위해서도 신중하게 처리해야하는 대상이 농촌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관련,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는 매년 벽두에 '중앙1호 문건'이라 지칭하는 문서를 중국정부에 내려 보내는데 2004년부터 금년까지 20년을 변함없이 농업-농촌-농민의 이른바 삼농문제를 주제로 삼고 있다. 그만큼 농촌문제가 공산당에게 중요하다는 것을 국내외에 표명하고 있는 것이다.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국무원총리가 발표하는 정부 업무보고에서도 식량안전 확보, 경작지보호 문제 등을 주요 이슈로 다룬다.

농촌인구 대규모 이동, 사회경제적 부담 커

중국통계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농촌인구는 4억9000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34.8%를 차지한다. 이 수치는 농촌에 거주하는 비농업인구도 포함되었기 때문에 순전한 농민인구로 볼 수 없지만 대체적인 추정치로 생각해도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농촌주민 생활수준을 나타내는 일인당가처분소득은 지난해 2만133위안(약 2993달러)으로 도시주민 소득의 45% 수준에 머물러 소득격차가 여전하지만 30%대였던 수년 전에 비하면 상당히 줄어들었다.

이러한 생활수준의 지속적 개선에도 불구하고 도시로 주거지를 이동하는 농촌인구가 상당히 많아 사회경제적으로 중국에 큰 부담을 안겨주고 있다.

농민이 원래 거주지를 벗어나 타지에서 6개월 이상 일하거나 원래 거주지에서 6개월 이상 비농업분야에 종사하는 경우 이를 '농민공'이라 지칭하는데 이중에서 외지에서 일하는 농민공이 1억7190만명이나 된다. 상하이 같은 도시는 이러한 외지유입 인구가 1000만명을 넘어서고 베이징도 수백만명에 달해 이미 포화상태다.

농민공들은 주로 저임금노동에 종사하는데 자녀교육이나 사회보장 부문에서 제대로 혜택을 받지 못하는데다 도시 원주민과 여러가지 사회갈등을 빚고 있다. 또한 언론에 거의 보도가 되지 않고 있지만 부모와 헤어져 사는 수천만명의 농촌지역 아동들의 정상적인 양육, 교육문제와 심리정서 불안에 따른 청소년비행 문제 등 해결하기 쉽지 않은 문제들이 중국사회에 사회경제적으로 큰 부담을 준다.

쌀 밀 옥수수가 주요 식량작물인 중국의 식량생산량은 지난해 6억6653만톤이었다. 중국정부의 식량안전 마지노선인 6억5000만톤을 넘어섰지만 생산기반인 경작지가 매년 줄어들고 있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 도시개발 공업용지개발 농토유실 등으로 경작지가 계속 줄고 있는 것이다. 2021년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중국의 경작지는 1억2786만ha로 식량안전 마지노선인 1억2000만ha를 넘어섰다.

경작지, 6년 동안 한국의 70% 면적 감소

그러나 이 면적은 6년 전에 비해 730만ha가 줄어든 것으로 한국 면적의 70%에 해당하는 경작지가 감소한 것이다. 경작지 마지노선과는 불과 786만ha 차이로 경작지의 안정적 유지가 정부의 시급한 과제가 된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하면 중국 일부지방에서 '퇴경환림' 정책으로 조성했던 삼림을 경작지로 전환시키는 '퇴림환경' 정책을 실시하는 것이 이상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 이해되는 상황이다.

중국정부가 부딪히고 있는 농촌문제는 우리와는 차원이 다른 방대하고 복잡하며 사회경제적 파장이 큰 문제들이지만 중국정부가 '퇴림환경' 정책에서 보여주듯 현실 상황에 따라 대단히 실제적인 정책을 과감히 추진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우리나라의 경우 수많은 단체들이 자신들의 이익이나 명분을 위해 비현실적인 주장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우리 나름의 '퇴림환경'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곽복선 경성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