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태양광 보급이 지지부진한 까닭

2023-05-15 11:04:38 게재

정부지원은 철골방식만

입지규제는 점점 심해져

경북 의성에서 양봉을 하는 이병희씨는 지난해 봄 지붕에 태양광을 설치했다.

보조금 받아서 설치하는 3kW짜리 소규모가 아닌 발전사업자용 20kW짜리 대용량이다. 자부담 3400만원은 대출을 받았다. 지난해 7월부터 발전을 시작했다. 아직 1년이 안돼 연평균은 낼 수 없지만 발전수익이 이자와 원금을 초과한 건 지난해 여름 3개월 밖에 없었다.

(사)한국내셔널트러스트 동강사랑은 최근 지붕에 200mm 두께의 단열층을 시공했다. 에너지 자립을 위해 지붕에 태양광 발전 패널을 설치하려 했지만 비용 때문에 포기했다. 기와형 태양광패널 6kW에 2000만원 가까운 견적이 나왔다. 정부지원이 안되기 때문이다. 사진 남준기 기자


한달에 들어가는 이자와 원금상환금액이 47만원 정도인데 한달 발전수익 50만원을 넘기기가 어렵다. 경북 의성은 태양 고도가 높은 남부지방이고 이씨 집 주변에는 그늘을 지게 하는 높은 산도 없다. 태양광 발전에 아주 좋은 조건인데도 그렇다.

이씨는 "10년 동안 시설비용과 이자를 갚고 나면 그 이후엔 순수익이 된다는 기대로 매달 적자를 메꾸고 있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가 또 있다. 이씨는 '농지에 식물재배용 온실을 짓고 준공이 떨어지면 온실 옥상에 태양광발전을 할 수 있다'는 태양광업체 말을 믿고 선착순으로 지원해 계약을 했다. 100kW짜리 대용량이다. 계약금으로 1000만원을 지불했다.

"동네 사람들 중에는 200kW(계약금 2000만원) 400kW(4000만원)짜리를 계약한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지금까지 태양광업체는 군에서 사업허가를 못 받고 있고, 1년이 넘도록 제대로 설명하지도 않는다."

(사)한국내셔널트러스트(이사장 조명래)는 최근 에어비앤비 지원을 받아 강원도 정선에 있는 '동강사랑' 개보수를 했다. 동강사랑은 단열이 뛰어난 압축볏집을 소재로 지은 우리나라 최초의 스트로베일하우스인데 지붕단열이 제대로 안됐다.

이번에 지붕에 200mm 두께의 단열층을 시공했다. 개보수 과정에서 '에너지 자립을 위해 지붕에 태양광 발전 패널을 올리자'는 제안이 나왔다. 그런데 현실의 벽이 너무 높았다. 비용이 너무 비쌌다.

관계 업체 대표는 "기와형 패널을 시공하려면 지붕 동서쪽 양쪽으로 3kW씩 설치해도 2000만원 가까이 든다"며 "지붕은 일반 지붕으로 마감하고 주차장이나 마당 한쪽에 정부지원이 가능한 3kW짜리 태양광을 설치하는 게 낫다"고 조언했다.

'지붕형 태양광' '건물일체형 태양광' '영농복합형 태양광' 모두 정부보조금이 없어 시설비가 너무 많이 들어가고, 그렇게 설치한 발전설비로는 전기판매수익을 아예 기대하기 어렵다는 설명을 들었다.

동강사랑 부지 일부를 태양광업체에 임대를 주는 방안도 추진했지만 확인 결과 그것도 불가능했다. 동강 일대가 '자연휴식지'로 묶여있어 태양광발전 허가가 일절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관계 업체 대표는 "45도 경사에 독립된 철골기둥을 세운 아주 전통적인 태양광 시설만 정부지원을 받을 수 있다"며 "입지 규제는 규제대로 심하고 정부지원은 대규모 태양광업체들이 선호하는 방식으로만 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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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준기 기자 namu@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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