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민주당의 오판이 겹치면

2023-09-25 10:49:33 게재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처리 이후 최근 더불어민주당 안에서 벌어지는 갈등은 아직은 '심리적 분당' 수준이다. 총선 공천 시점에 다다르면 국회의원과 지지자가 뒤엉킨 '막장 드라마'가 나타날 수도 있다. 대선에서 패한 정당이 다음 총선에서 종종 겪었던 현상이다. 내부 위기→ 오판·분열 → 선거패배의 경로를 거친다. 15대·18대 총선에서 민주당 계열 정당이, 17·21대 총선에선 국민의힘 계열 정당이 정치적 파산 위기에 몰렸다.

'우리는 다르다'고 외쳤던 지금 민주당도 그렇다. 내로남불과 약속 불이행 행태로 대통령직을 내줬다면서도 그 쳇바퀴 안에 있다. 오판의 연속이다.

이번 이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도 마찬가지다. 국회 연설에서 '불체포특권 포기'를 약속하더니 비회기중 영장을 청구하라는 뜻이라고 뭉갠다. 그렇다면 '당당하게 영장심사 받아 검찰의 정치탄압을 증명하겠다'는 뜻으로 이해한 국민들이 곡해한 것인가. 22일 공개된 한국갤럽 조사에서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가 정당한 수사절차라는 응답(46%)이 부당한 정치탄압이라는 응답(37%)보다 높았다. 누가 오판을 했는가.

친명계가 '가결투표는 해당행위'라며 배신자 색출을 공언한 것은 정당한가. 의원 개개인이 헌법기관이라거나 국회의 권능을 강조할 때는 언제였던가.

지난 대선 패배가 비명계가 열심히 돕지 않아서라고 믿는 구원은 이해 못할 바 아니나 위기관리 실패를 내부의 정적 몰아내기로 돌리려는 시도는 명분도 실익도 약해 보인다. 헌정사상 초유의 총리해임건의안 가결이 엄중한 정치적 무게를 갖고 있듯, 국회의 제1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가결 결정을 무겁게 받아들이는 것이 먼저다.

비명계의 정치적 선택은 성공할까. 그들은 '11월 안에 이재명을 버려야 산다'는 절박감으로 조직적 가결표를 던졌다고 했다. 이 대표 영장이 기각되면 친명 주도성은 훨씬 강화될 것이니 그 반대에 다걸기인 셈이다.

21일 이재명 체포안 가결 뒤 5700명이 민주당을 나가고 2만7700명이 입당했다고 한다(24일 12시 현재). 대표가 바뀐다해도 공천은 당원들의 경선으로 치른다. 비명계의 진정성을 얼마나 알아줄지 모르겠다.

가장 큰 오판의 징후는 따로 있다. 대통령 직무에 대한 부정평가가 60%대에 달하는데 야당 지지도는 그 절반 수준이다. 무당층 비율에 밀리기도 한다. 여당 지지도가 안 오른다고 안심할 일이 아니다. 투표장에 가지 않는 것으로 야당을 심판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민주당의 주요 화력은 내부로 향해 있다. '내년 총선에서 최소한 패하지는 않는다'는 낙관론이 배경인 것 같은데, 글쎄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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