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관계 훈풍 불까? 최고위급 만남 연쇄 성사

2023-09-25 11:07:46 게재

윤 대통령과 리창 총리 만남 이어 한 총리 시 주석 면담

시 주석 "방한 진지하게 검토" 먼저 언급 … "내년 추진"

지난 7일 윤석열 대통령과 리창 중국 총리 회담 이후 이번엔 한덕수 국무총리와 시진핑 국가주석이 만나는 등 최고위급 만남이 연쇄적으로 성사되면서 한중관계에 훈풍이 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이동하는 한덕수 국무총리 | 제19회 아시안게임 개막식 참석을 위해 중국을 방문한 한덕수 국무총리가 23일 오후(현지시간) 중국 항저우 저장성 항저우 시후 국빈관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을 만나 인사를 마친 뒤 회담 장소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제공 국무총리실


한 총리는 항저우 아시안게임 개막식 참석차 23~24일 중국을 방문했다. 23일에는 항저우 시후 국빈관에서 시 주석과 약 30분간 면담했다. 이날 면담에서 특히 시 주석은 한 총리가 묻기 전에 '방한'을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이날 면담에 배석한 정부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시 주석은 "방한 문제를 진지하게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시 주석 방한시 유력한 시점은 내년 상반기쯤으로 점쳐진다. 조태용 국가안보실장은 24일 MBN방송 인터뷰에서 "시 주석 방한은 올해는 어렵지만 내년 정도 한번 서로 이야기해봐야 한다"며 "한중관계에 있어서 전기가 될 것으로 기대가 되는데 저희가 만들어야 될 목표"라고 밝혔다.

만약 내년 시 주석 방한이 성사될 경우 박근혜정부 시절인 2014년 7월 이후 약 10년 만이 될 전망이다. 시 주석은 지난해 11월 G20정상회의에서 윤 대통령과 만나 "코로나 상황이 안정되면 윤 대통령의 방한 초청에 기쁘게 응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다만 시 주석의 방한 언급이 들어간 한국측 발표문과 달리 중국측 발표문에는 이 언급이 빠졌다는 점은 여전한 한중간 '거리'를 느끼게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이날 한 총리와 시 주석 양자 면담에선 '이웃'이란 단어가 각각 언급되며 떨어질 수 없는 한중 관계를 강조하는 분위기도 연출됐다.

중국 측 발표문에 따르면 시 주석은 평소 자주 사용하는 '이사갈 수 없는 가까운 이웃'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시 주석은 한중관계에 대해 "이사 갈 수 없는 가까운 이웃이자 떼려야 뗄 수 없는 협력 동반자"라며 "안정적이고 실질적인 중한 관계는 양국과 양국 인민의 공동이익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또 "중국은 한국과 함께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시대에 발맞춰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한 총리도 회담 모두발언에서 "이웃 국가로서 항저우 아시안게임의 성공적 개최를 기원한다"며 "규칙·규범에 기반한 건강하고 성숙한 한·중 관계 발전을 추진코자 한다"고 밝혔다. 한 총리는 최근 한중간 고위급 만남이 이어지고 있는 점에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한 총리는 "작년 발리 지톤티에서 양국 정상회담이 있었고 최근 (윤 대통령과) 리창 총리 회담에 이은 면담을 뜻깊게 생각한다"며 "고위급 교류 소통은 한중 관계 발전에 대한 양국의 적극적인 의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근 한중간 고위급 교류가 이어지면서 다소 냉랭했던 한중관계에 훈풍이 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문정인 연세대 명예교수는 25일 KBS라디오 인터뷰에서 최근 한중 고위급 만남이 이어지는 데 대해 "전보다는 낫다"면서도 "(중국 입장에선) 정상회담을 한다고 해서 본질적인 현안이 해결되는 건 아니다, 한중관계의 큰 개선보다는 한중관계 악화 예방을 위한 관리를 분명히 하고 있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중국이 이미 한중관계에 대해 '현상유지' 정도에 방점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문 명예교수는 "중국은 한국이 미국과 동맹하는 건 반대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중국을 적대해선 안된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중립적 입장을 취해주길 바란다는 메시지 아닌가 싶다"면서 "윤석열정부에서 한미 관계를 단단히 다져나가는 것은 북한의 위협이 강화됐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중국은 그렇게 보지 않는다. 표면적으로는 북한 견제라지만 실질적으로는 중국을 겨냥한다고 보는 것이다. 이 때 한국이 대중 최전선이 되는 것인데 한국이 정말 그걸 원하느냐고 (중국이 한국에게) 대놓고 묻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 총리는 24일 우리 선수촌을 방문해 선수들과 조찬을 함께하며 격려했다. 한 총리는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등에게 "선수들이 마음껏 기량을 펼칠 수 있도록 안전 관리와 최상의 경기환경 조성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당부했다.

세르미앙 응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부위원장, 저우진창 중국 국가체육총국 부국장 등 국내외 체육계 주요 인사 200여명에게 내년 1월 열리는 제4회 강원동계청소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지원과 관심도 당부했다. 한 총리는 근대 5종 경기를 관람하며 선수들을 응원한 뒤 1박 2일간의 방중을 마치고 이날 밤 귀국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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