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국감 '수도권과 동행' 오세훈 압박

2023-10-17 11:06:56 게재

기후동행카드, 경기·인천 배려 부족

쓰레기 매립지 등 기피 시설 문제도

홍범도 흉상 이전, 정부와 다른 입장

오세훈 시장의 '기후동행카드'가 국정감사 도마에 올랐다. 서울의 발전도 중요하지만 경기·인천 등 수도권 지자체와의 동반 성장에 서울시장이 앞장서야 한다는 주문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16일 서울 시청에서 열린 서울시청에 대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16일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은 서울시장 역할론, 특히 수도권 지자체와의 동행 정책에 오 시장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후동행카드가 주된 사례로 꼽혔다. 서울시가 단독으로 결정하면서 무제한 패스의 핵심 장점으로 거론된 탄소배출 저감 효과가 오히려 반감될 것이란 지적이 나왔다. 문진석(충남 천안시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서울시만 참여하면 탄소배출 문제 해결이 더딜 수밖에 없다"며 "본래 목적대로 기후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경기와 인천, 충남 등 서울을 둘러싸는 광역 지자체와 치밀하게 협의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그러면서 문 의원은 "(이번 정책이)일각에서 섣부른 대선정책 아니냐, 윤석열정부와의 갈라치기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라고 꼬집었다.

대중교통정책에서 수도권과 보조를 맞춰야 한다는 지적은 국민의힘에서도 나왔다. 이만희(경북 영천청도) 의원은 기후동행카드에 대해 "가장 아쉬운 것은 서울시민을 상대로 하지만 교통 흐름은 수도권, 즉 경기도나 인천시가 포함됐을 때 제도가 진정한 효과가 있다고 본다"면서 "그러나 이 부분에 대한 진전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오 시장은 "경기도, 인천시와 협의를 완벽하게 마치고 시범사업을 하려 했다면 내년 상반기 시작도 어려웠을 것"이라며 "경기도는 버스 준공영제를 시행하지 않기 때문에 각 시·군과 교섭을 해야 하고 노선도 복잡하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그러면서 "정책효과를 빨리 보기 위해 서울시가 우선 시작하고 가급적 빠른 시간 안에 경기·인천과 협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쓰레기 매립지 문제도 서울시의 동행 의지를 가늠하는 잣대로 거론됐다. 김교흥(인천 서구갑) 행안위원장은 "쓰레기 매립지 문제가 벌써 32년째"라며 "최근 환경부장관도 지자체끼리 갈등만 일으키지 말고 빨리 매립지를 찾으라고 했다. 수도권 매립지 역시 발생지 처리 원칙에 따라 (서울시가) 자체적으로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그러면서 "서울시장의 분명한 행동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서울시와 중앙정부, 오 시장과 윤석열정부 사이 틈을 벌리려는 질의도 나왔다. 이해식(서울 강동을) 민주당 의원은 "국토부가 K패스 발표를 하면서 하루 전날 서울시에 통보했다고 하는데 서울시도 발표 4일 전에서야 경기도와 인천시에 통보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오 시장과 원희룡 장관이 교통정책을 놓고 주도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것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서울 지하철 적자의 주요 원인인 노인 무임승차 관련 질의도 정부에 대한 서울시 불만을 겨냥했다. 민주당뿐 아니라 국민의힘까지 가세한 해당 질의에서 의원들은 "무임승차 적자를 해결하려면 정부에 보다 강력하게 요청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주문했다. 정우택 국민의힘 의원이 "법사위까지 통과한 무임승차 적자 국비 지원이 왜 최종단계에서 막혔나. 서울시 노력이 부족했던 것은 아닌가"라고 지적하자 오 시장은 "국회가 도와주신 것은 잘 알고 있지만 기획재정부가 끝까지 반대했다"면서 "솔직히 기재부는 철벽처럼 느껴진다"고 답했다.

한편 오 시장은 이날 국감에서 정부 정책과 다른 발언으로 눈길을 끌었다. 논란을 빚은 육사 내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문제와 관련해 "역사적 인물에 대한 평가는 장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누구에게나 공이 있고 실수도 있는데 굳이 단점을 부각하는 것 보다는 후손들에게 귀감이 될 수 있는 장점을 부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의견을 밝혔다. 오 시장은 이어 "위치 이전은 중요한 게 아닐 수 있다"며 "독립운동가로 일생을 사셨던 부분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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