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9일 서울지하철 멈추나

2023-10-20 10:39:34 게재

교통공사 노조 파업 예고

인력감축 놓고 노사 팽팽

서울 지하철이 2년 연속 파업 위기에 놓였다. 인력감축안을 놓고 노사 간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노조는 파업을 예고했다.

구조조정 방식에 대한 해묵은 갈등을 해소하지 않으면 가뜩이나 요금인상으로 부담을 안게 된 시민들로부터 지하철 노사 모두가 외면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서울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은 19일 기자회견을 열어 다음달 9일 총파업을 예고했다. 이번 파업 핵심 쟁점은 인력감축안이다. 노조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인력감축안은 서울시민과 노동자의 생명보다 돈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라며 "서울시는 2021년과 2022년 노사 합의를 통해 강제적 구조조정은 하지 않겠다고 두번이나 합의해놓고 무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교통공사 입장은 다르다. 단계적 인력감축안은 2021년 노사 대화를 통해 이미 합의된 내용이며 지난해에도 노조 의견을 존중해 감축을 유보했다는 것이다. 공사에 따르면 양측은 2021년 공사의 고질적 적자와 경영상황 개선을 위해 2026년까지 2212명의 정원을 감축하기로 했고 2021년에 301명, 2022년과 2023년 2년간 383명을 단계적으로 감축하기로 했다. 이 가운데 2021년 301명은 이미 감축했고 지난해에는 노사 협상 과정에서 감축을 유보했다.

양측 갈등의 이면에는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경영 여건이 어려워진 상태에서 정부에 제출한 경영합리화 방안이 놓여 있다. 2021년 교통공사는 행안부에 공사채 발행 한도를 늘려달라고 요청했고 행안부는 이를 들어주는 조건으로 부채 해소 방안을 요구했다. 현재 거론되는 2026년까지 2212명 단계적 감축방안은 당시 정부에 제출했던 내용이다.

양측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는 가운데 지난해에 이어 2년째 지하철 파업이 예고되면서 시민 불만은 고조되고 있다. 요금인상 결정이 얼마되지 않았는데 파업 예고 소식이 연이어 들려왔기 때문이다. 서울시의회 관계자는 "시민들은 요금인상은 서울시가 한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지하철 파업으로 인한 비판은 노조와 공사 모두가 받게 된다"며 "매년 똑같은 문제로 파업 논의를 거듭할 게 아니라 공사의 근본적인 혁신 방향을 마련하기 위해 양측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교통공사는 2019년 5865억원, 2020년 1조1137억원 지난해 1조2600억원 등 16조원이 넘는 누적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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