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대중교통 정책, 결국 각자도생?

2023-10-23 10:37:44 게재

무제한 교통패스 지자체별 딴목소리

시민들 실망감 커, 협력 필요성 제기

수도권 주민들 기대를 한몸에 받던 대중교통 통합운영 정책이 좌초 위기에 놓였다. 정쟁으로 날을 새는 정치권과 비교하면 서울시와 경기도가 벌이는 정책 경쟁은 긍정적 효과가 있다. 하지만 치솟는 물가 속 서민 일상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대중교통 정책만큼은 경쟁이 아닌 협력과 상생을 앞세워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오세훈 서울시장, 김동연 경기지사, 유정복 인천시장이 지난해 9월 인천 월미도 한 횟집에서 회동을 갖고 있다. 연합뉴스


23일 내일신문 취재에 따르면 서울 경기 인천 주민들을 위해 3개 지자체가 공동으로 모색하던 이른바 수도권 '무제한 패스'가 무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3개 지자체 의견이 모이지 않으면서 각자도생 길로 접어 들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김동연 지사가 내놓은 경기도판 무제한 교통카드 '더 경기 패스'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함께 하면 효율성을 비롯 여러 효과가 커질텐데 경기도가 소위 '튕기고' 있다는 것이다.

경기도는 경기도대로 '각자도생을 부추긴 건 서울시'라는 입장이다. 특히 "서울시가 하면 경기 인천은 따라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오 시장 발언이 불을 지폈다고 보고 있다. 가뜩이나 준공영제 미실시 등 여러 어려움이 많은 상황에서 '도와 줄테니 함께 하자'고 해도 모자랄 판에 '안 따라오곤 못 배길 걸'이란 태도가 곱게 보일 수 없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서울시만 욕을 먹는 것은 아니다. 통합 무제한 패스를 거부한 김 지사 행보도 수도권 지자체 간 정책 협력을 기대했던 시민들 기대를 외면한 건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교통전문 시민단체 관계자는 "김 지사 행보가 이해되지 않는 건 아니지만 시민들 눈엔 두 단체장 사이 힘 겨루기로 보이는 것이 사실"이라며 "더 큰 문제는 두 단체장 갈등이 정책경쟁이 아닌 민주당과 국민의힘 단체장 간 또다른 정치 싸움으로 보인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막걸리 회동, 4번이나 가졌는데 … 정치권의 끝이 안 보이는 정쟁에 지쳤던 국민들은 지난해 지방선거 이후 신선한 장면을 접했다. 정쟁으로 날새는 여야와 달리 소속 정당이 다른 수도권 단체장들이 수시로 한자리에 모였기 때문이다. 오세훈 김동연 유정복 3개 단체장은 지난해 7월 이후 4번이나 만났다. 정치색과 성격은 서로 다르지만 공동생활권 10개 과제 해결을 위해 머리를 맞댔다. 김동연 지사가 처음 제안한 것으로 알려진 수도권 3자 협의체는 2달 간격으로 지속됐고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현안을 논의했다. 이들은 막걸리잔만 부딪힌 것이 아니라 '수도권 공동생활권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이라는 결과도 도출했다. 단체장들이 서로 협력해 수도권 주민들이 더욱 편안하고 안락한 일상을 누리도록 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진영과 이념을 떠나 주민 삶의 질을 높이는데 힘을 모으겠다는 이들 모습에 국민들은 박수를 보냈다.

지자체 관계자들에 따르면 수도권 무제한 패스를 3개 광역 지자체가 연결하는 것이 쉬운 문제는 아니다. 서울은 대중교통 정책을 시가 결정하지만 경기도는 시·군 등 기초지자체에 우선권이 있는 등 풀어야할 과제가 많다.

하지만 전문가들을 차이에 집중하면 대화와 타협은 애초에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여론조사·정치분석 전문기관인 인사이트K 배종찬 소장은 "국민들 눈에 현재 무제한 패스 논란은 여의도 정쟁의 아류로 비춰지고 있다"면서 "수도권 대중교통은 특정 지자체만의 문제가 아니다. 처한 상황이 달라 어쩔 수 없다는 핑계와 독자노선을 접고 이제라도 공동협력과 최적의 운영 방안을 찾는 것이 진정 시민을 위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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