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하마스전쟁 '인도주의 휴전' 온도차

2023-10-24 10:33:22 게재

유엔촉구, EU 찬반 엇갈려

미국 "하마스 도와" 부정적

지난 18일 가자지구에 인도주의적 접근을 허용하는 유엔 안보리 결의안이 미국의 거부권 행사로 무산된 데 이어 유엔이 촉구한는 '인도주의 휴전'을 놓고도 서방진영이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미국은 인도주의 휴전마저도 부정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유럽연합(EU)은 23일 27개국 외교장관들이 참석한 룩셈부르크 회의에서 소위 '인도주의적 (군사행위) 일시중지'에 관한 입장을 통일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dpa, AFP 통신 등 외신이 전했다.

한 소식통은 AFP에 "(회의에서) 명확한 합의가 이뤄졌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입장 조율에 실패한 것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를 둘러싼 이해관계가 저마다 다르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스페인, 네덜란드 등은 인도주의적 휴전을 지지하는 데 비해 독일, 오스트리아 등은 상대적으로 이스라엘 자위권에 방점을 두고 있다고 dpa 통신은 짚었다.

이런 분위기는 회의를 주재한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고위대표의 회의 전후 발언에서도 감지된다.

보렐 고위대표는 회의 시작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서는 사견임을 전제로 "인도주의적 일시중지(pause)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고, 이를 일부 외신들은 사실상 '휴전'(ceasefire)을 촉구한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그는 회의가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인도주의적 중지와 휴전은 동일한 의미인가'라는 질의에 "일시중지는 휴전보다 덜 야심 찬 목표"라고 거리를 뒀다. 또 26∼27일로 예정된 EU 정상회의를 언급하며 "인도적 지원 반입을 촉진하기 위한 인도주의적 일시중지 제안을 회원국 정상들이 지지할 것으로 믿는다"고 답을 대신했다. 다만 이날 모든 회원국은 가자지구에 더 많은 인도물자 반입이 이뤄져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고 그는 전했다. 아울러 EU가 '두 국가' 해법을 지지하며, 이스라엘의 자위권에도 "국제인도법상 제한선이 있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이에 반해 미국 정부는 이스라엘이 민간 시설에 위치한 하마스 군사 표적을 공격할 권리가 있으며 가자지구 주민에게 구호 물품을 전달하기 위한 휴전은 하마스에 도움이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매슈 밀러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스라엘의 공습에 따른 가자지구 민간인 피해에 대해 하마스가 학교와 병원, 아파트 등 민간 건물에 자리 잡으며 민간인을 "인간 방패"로 이용하는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그래서 이스라엘은 외국 테러 단체를 겨냥한 군사 의무를 수행할 정당한 권리가 있다"면서 "이스라엘은 민간인 피해를 가능한 한 최대한으로 줄이는 방식으로 (하마스 공격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밀러 대변인은 '인도주의적 (군사행위) 일시중지'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밀러 대변인은 "중지라고 부르든, 휴전이라고 부르든 이스라엘이 테러 공격을 당했고 계속 당하는 상황에서 이게 의미하는 바를 생각해야 한다"며 "어떤 휴전이든 하마스에 휴식하고 재정비하고 이스라엘에 테러 공격을 계속할 준비를 할 능력을 제공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가자지구에 인도주의 지원을 반입하고, 민간인이 안전할 수 있는 장소를 구축하기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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