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험 성범죄자, 지정시설에서만 거주

2023-10-25 11:06:11 게재

법무부 '한국형 제시카법' 26일 입법예고

조두순 등 작년 기준 325명 적용 대상

"거주제한은 위헌, 이중처벌" 논란도

정부가 재범 가능성이 높거나 아동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고위험 성범죄자들을 출소 이후 지정된 시설에서만 거주하도록 하는 이른바 '한국형 제시카법'을 추진한다. 고위험 성범죄자로부터 잠재적인 피해자를 보호하겠다는 취지인데 이중처벌, 위헌 등의 문제가 제기되고 있어 법안 추진과정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법무부는 '고위험 성폭력 범죄자의 거주지 제한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오는 26일부터 12월 5일까지 입법예고한다고 24일 밝혔다.

제정안은 법원이 고위험 성범죄자에 대해 국가 등이 운영하는 시설로 거주지 제한 명령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보호관찰소장이 연령, 건강, 생활환경 등을 토대로 거주지 제한이 필요한지 판단해 검찰에 제한 명령을 신청하면 검찰이 필요 여부를 다시 검토해 법원에 청구하는 방식이다. 검사는 거주지 제한명령 청구를 위해 피해자 관련 사항, 재범 위험성, 거주지 주변 환경 등에 대한 조사를 요청할 수 있다. 법원이 거주지 제한명령을 부과할 때에는 거주지를 국가·지방자치단체 등이 운영하는 시설로 지정해야 한다.

거주지 제한 명령 대상은 13세 미만 아동을 대상으로 하거나 3회 이상 성폭력범죄를 저지른 전자장치 부착 대상자 중 10년 이상 형을 받은 성폭력범이다. 조두순, 김근식 등 이미 출소했지만 전자장치를 부착하고 있는 아동 성범죄자도 적용대상에 포함된다.

지난해 말 기준 거주제한 검토가 필요한 고위험 성범죄자는 325명이다. 2025년까지 출소자 중 거주제한 검토가 필요한 인원은 올해 69명, 내년 59명, 2025년 59명으로 파악됐다.

이 법은 고위험 성범죄자가 학교 등으로부터 일정 거리 이내에 거주하지 못하도록 한 미국의 '제시카법'을 본 뜬 것으로 '한국형 제시카법'이라 불린다. 제시카법은 2005년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성범죄 전과자에게 성폭행 당한 후 살해된 9세 소녀 제시카 런스퍼드의 이름을 따서 만든 법으로 성범죄자가 학교와 공원 600미터 이내에서 살 수 없도록 주거지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는 다만 거리 제한을 두는 대신 특정 거주지를 지정하는 방식을 택했다.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국토가 좁고 수도권 밀집도가 높아 거리 제한 방식을 택할 경우 고위험 성범죄자가 살 수 있는 곳이 일부 지역으로 국한돼 치안 격차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한 것이다.

법무부는 "한국형 제시카법이 도입되면 고위험 성범죄자의 주거 부정으로 인한 범죄 기회가 줄고, 성적 이상 습벽에 의한 재범이 억제돼 지역사회가 성범죄로부터 두텁게 보호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형기를 마치고 출소한 이들의 거주지를 제한하는 것은 이중처벌에 해당되는 데다 위헌 요소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응렬 동국대 교수는 "자신이 저지른 죄에 대한 형벌을 다 받고 출소한 이들의 거주지를 제한하면 이중처벌의 문제가 생긴다"며 "거주지 제한은 헌법에서 보장된 기본권 침해에 해당한다는 점에서 위헌 논란도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성범죄자들이 거주하게 될 시설 인근 지역 주민들의 반발도 불보듯 뻔하다.

이에 대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지만 꼭 해야하는 일"이라며 "충분한 논의과정을 거칠 것이고 시설을 신설하는 등 여러 방안이 있다"고 말했다.

위헌 논란에 대해선 "지정된 장소에서 하루종일 못 나오게 자물쇠로 문을 걸어 잠그는 방식이 아니라 주거지만 특정 장소로 제한하는 것"이라며 "헌법이 허용하는 한계 내에 있다고 본다"고 했다.

한편 법무부는 '한국형 제시카법'과 함께 '성폭력 범죄자의 성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 개정안도 26일 입법예고하기로 했다. 개정안은 검사가 고위험 성범죄자를 기소할 때 의무적으로 전문의 감정을 요청하고 성도착증 환자에 해당하면 성충동 약물치료 명령을 청구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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