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도상가 임대료 46% 폭등

2023-10-26 11:00:57 게재

3000만원 하던 연 임대료 4500만원까지

최고가 입찰방식으로 상인들 부담 가중

서울시가 관리하는 지하도상가 임대료가 최대 46%까지 폭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상공인들의 고통을 더하고 있다는 비판과 함께 입찰방식 변화, 이를 유발한 법개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한때 웃돈을 주고 거래됐던 서울 지하도상가가 불황과 높은 임대료 등이 겹치면서 속속 문을 닫고 있다. 지난달 9일 오후 7시 종각역 지하상가 모습. 주말 초저녁인데도 대부분 가게가 문을 닫은 상태다. 사진 이동주의원실 제공


26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이동주(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시설관리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월 12일 공단은 강남고속버스터미널 지하도상가의 위·수탁 계약 입찰을 진행했고 입찰금액 186억 9316만4400원을 써낸 (주)고투몰이 선정됐다. 이 의원실이 공단에 확인한 결과 낙찰된 업체가 납부할 입찰금액은 모두 터미널 지하도상가 상인들이 공단에 내야할 대부료이다. 대부료란 지하상가에 입점한 점포들이 위탁관리업체를 통해 공단에 지급하는 연간 임대료의 총액을 말한다.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 입점한 점포는 모두 620개이다.

문제는 대다수가 소상공인인 지하도상가 상인들이 내야할 임대료가 폭등했다는 점이다. 이번 입찰로 상인들이 내야할 연간 대부료가 59억2814만9000원이나 늘어났다. 무려 46%가 오른 것이다. 

원인은 최고가입찰방식에 있다. 서울 지하도상가 입찰은 공유재산관리법에 따라 서울시설공단이 입찰공고 시 최저입찰가를 정하고 이 금액의 120%를 상한선으로 정한다. 최저가를 정하기 때문에 사실상 상한가도 정해진다. 이번에 선정된 (주)고투몰도 공단이 최저 입찰가의 120%를 써냈고 위탁관리 업체가 됐다. 

점포당 평균 2058만8733원의 임대료를 납부했던 상인들은 이번 입찰로 인해 956만1531원이 오른 평균 3015만264원의 임대료를 내야 한다. 터미널 지하상가에서 의류소매점을 운영하는 인태혁씨는 "최고가  경쟁입찰로 원래 3000만원이던 임대료가 4500만원으로 올랐다"며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장사를 그만두면 빚더미만 남고 생업을 잃게 된다"고 말했다.

◆입찰방식 바꾸려면 법개정 필요 = 공단이 최고가방식을 따르게 된 것은 서울시가 2018년부터 '공유재산 물품관리법'에 따라 위탁업체 선정방식을 바꿨기 때문이다. 시는 입찰 가능금액을 최저가의 120%로 설정해 소상공인 임대료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지하도상가 상인단체는 "최저가를 시가 정하기 때문에 일종의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지고 상한선 취지가 무색해지면서 임대료 폭등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비판한다. 

문제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선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지하도상가 입찰 시 따라야 하는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은 소상공인 점포에 적용하기 부적합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최고가입찰방식을 적용할 수밖에 없는 공유재산물품법이 아닌 '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의 적용을 받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관련 법도 제출돼있다. 하지만 여야 정쟁으로 인해 심의가 지연되는 등 법안 통과가 차일피일 늦춰지고 있다. 

법안을 발의한 이동주 의원은 "소상공인 임대료 부담을 완화하는 것이 정부 자영업 정책의 기본방향인데 서울시설공단의 최고가 경쟁입찰방식은 안 그래도 어려운 상인들 임대료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면서 "서울시가 공유재산물품법으로 지하도상가를 운영하지 않도록 '전통시장특별법'에 특례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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