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데시, 민병대에 체포 권한 '시끌'

2023-10-27 10:39:33 게재

야당, 정부법안 철회 요구

총선 앞두고 야권 탄압용

방글라데시 정부가 민병대에 범법자 체포 권한을 부여하는 법안을 의회에 상정하자 야당이 반발하며 철회를 요구하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24일(현지시간) 미르자 파크룰 이슬람 알람기르 방글라데시민족주의당(BNP) 사무총장은 수도 다카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고 현지 일간 더데일리스타가 25일 보도했다.

알람기르 사무총장은 "전 세계적으로 경찰만이 범법자 체포 등에 대한 권한을 갖고 있다"면서 "기본 훈련조차 받지 않은 민병대에 경찰과 같은 권한을 주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방글라데시에는 1948년 결성된 '안사르' 민병대가 내무부 산하단체로 활동하면서 치안유지와 법 집행을 지원하고 있다. 안사르는 아랍어로 자원봉사자를 의미하며, 현역 및 예비 요원을 합쳐 약 610만명에 달해 세계 최대 규모 민병대로 알려져 있다.

경찰은 법률과 행동강령 등에 의해 운영되지만, 안사르 민병대의 역할과 활동은 경찰과 다르다는 설명이다.

알람기르 사무총장은 "정부는 안사르 민병대를 정치화하려는 의도로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며 "우리는 법안을 강력히 비판하며 철회를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이번 법안 추진은 내년 1월 총선을 앞두고 셰이크 하시나 총리 정부가 야권과 시민사회단체를 탄압하고 있다는 국내외 비판이 이는 가운데 이뤄져 더욱 정치적 배경을 의심받고 있는 상황이다.

더데일리스타는 'Ansar Battalion Bill-2023'라는 제목의 법안에 따르면 안사르 대대원들이 범죄자를 체포하고, 구금자를 감찰하고, 물품을 압수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돼 전문가들도 혼란을 야기한다고 우려했다.

일요일 방글라데시 경찰청 지도자들을 포함한 경찰 고위 관리들은 내무장관과의 회의에서 안사르에게 범죄자를 체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결정에 반대했지만 묵살됐다.

아사두자만 칸(Asaduzzaman Khan) 내무장관은 이 법안을 하원에 제출했고, 이 법안은 추가 조사를 위해 내무부 산하 의회 상임위원회로 보내졌다.

의회 감시단체는 근무일 기준 3일 이내에 보고서를 자티야 상사드(Jatiya Sangsad)에 제출하라는 요청을 받았으며, 이는 이 법안이 현재 진행 중인 25차 JS 회의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11월 2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회기는 11대 국회 마지막 회기이기도 하다. 야권에서 법안을 철회하고 새 법안을 하원에 제출할 것을 요구하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내무부 장관은 "의회 여론 조사를 앞두고 있다"면서 "적절한 수의 법 집행관을 배치하려면 안사르 구성원도 경찰 구성원과 함께 배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정부는 안사르를 경찰과 병행할 수 있는 부대로 설립할 계획이 없다. 또 법안에 상충되는 조항이 있을 경우 국회 심의를 거쳐 개정하겠다"고 말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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