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광장 추모대회 '위로와 치유' 첫발

2023-10-30 11:21:10 게재

서울시·유가족 '대화'로 공식행사

"1년동안 나아진게 없지만 그래도 추모대회가 공식적으로 서울광장에서 열린 건 참 다행스런 일입니다. 1주기 행사마저 다투고 싸우면서 파행됐다면 유가족은 물론 이를 지켜보던 시민들도 또다른 상처를 입었을 겁니다."

29일 이태원참사 1주년을 맞아 서울광장에서 공식 추모대회가 열렸다. 참사 후 1년이 지나도록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등 아무 진전이 없다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이날 추모대회가 참사 수습과 재발방지책 마련의 전환점이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오후 5시 거리행진을 마친 추모행렬은 서울광장에 집결했다. 유가족과 시민 등 약 1만7000여명이 모였다. 대통령을 제외한 여당 관계자와 야 4당대표가 참석했고 오세훈 시장은 공식대회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분향소에는 159명 희생자를 기리는 시민들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서울광장에서 공식 추모행사가 열리게 된데는 유가족과 서울시측 대화가 원동력이 됐다. 분향소가 기습설치된 초기, 양측은 강제철거를 두고 지속적으로 충돌했다. 하지만 물밑 대화는 중단하지 않았다. 1주기를 앞두고 유가족은 밀린 변상금을 납부, 서울시에 광장 사용 승인의 명분을 제공했고 시는 사용 허가와 함께 추모행사를 위한 각종 행정적 지원을 제공했다.

자녀와 함께 추모대회에 참석한 윤민철(45)씨는 "유가족의 슬픔에 비할 수는 없지만 많은 시민들도 울분과 상처를 안고 있다"며 "이를 해소할 수 있는 추모대회가 유가족만의 행사가 아닌 시민이 함께 할 수있는 공식 대회로 열린 것은 의미가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교착상태에 빠진 특별법 마련과 참사 후속대책 마련도 대화와 타협에서 길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는 "참사를 당한 유가족과 이를 지켜본 시민들에게 법과 원칙, 행정적 기준만 들이대선 위로와 공감은커녕 상처를 덧나게 해 갈등만 키울 수 있다"면서 "(정치권이)진정으로 문제 해결을 원한다면 이번 추모대회를 선례삼아 양보와 타협, 대화로 해법을 찾아야 한다. 그렇지 않고 지금처럼 정쟁만 거듭한다면 갈등을 부추겨 정치적 이득을 취하려는 집단으로 분류돼 총선에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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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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