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긴급대피 촉구" 최후통첩

2023-10-30 10:35:22 게재

네타냐후 '2단계 전쟁' 선언에 이은 경고 … 이란 "레드라인 넘어"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전쟁 2단계'를 선언한 다음날 가자지구 주민에 대한 대피를 촉구해 사실상 최후통첩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29일 이스라엘 탱크가 가자지구 안에서 기동하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28일밤 가자지구에서 지상 군사작전이 시작돼 전쟁의 두 번째 단계에 들어섰다고 밝혔다. 로이터=연합뉴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군(IDF) 대변인 다니엘 하가리 소장은 29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지난 2주간 가자지구 북부와 가자시티 주민들에게 임시로 남쪽으로 이동할 것을 요구해왔다"며 이같이 밝혔다. 하가리 소장은 "남쪽으로 이동하는 것은 그들 개인의 안전을 위한 것"이라며 "오늘 우리는 이것이 매우 긴급한 요구임을 강조한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28일 밤 텔아비브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전쟁이 두 번째 단계에 들어섰다"면서 "길고 어려운 전쟁이 될 것"이라고 밝혀 본격적인 지상전에 돌입했음을 시사했다.

그는 "두 번째 단계의 목표는 분명하다"며 "하마스의 통치와 군사력을 파괴하고 인질들을 집으로 데려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가자지구에 억류된 200명 이상의 인질을 구출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지상 군사작전이 인질 구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작전 중에도 인질 석방을 위한 접촉은 계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마스의 가자지구 지도자인 야히야 신와르는 이와 관련, 억류 인질과 이스라엘에 수감 중인 팔레스타인 죄수들을 교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신와르는 이날 성명에서 "우리는 팔레스타인 저항 세력이 억류 중인 모든 수감자와 이스라엘에 있는 팔레스타인 수감자를 맞바꾸는 즉각적인 교환 협상을 진행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고 AFP 통신이 전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인질 구출과 하마스 와해가 절대 서로 모순되지 않는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는 전면봉쇄와 포격 등으로 수많은 가자지구 팔레스타인들이 인도주의적 위기에 처했다는 국제사회의 비난 여론을 인식한 것으로 보여진다. 네타냐후 총리는 "전쟁범죄로 비난하는 사람들은 위선자"면서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도덕적인 군대"라고 주장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하마스 공격 배후에 이란이 있느냐'는 질문에 "이란의 지원 없이는 하마스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이란은 이스라엘 뿐만 아니라 서방을 적대시하는 '악의 축'"이라고 비난했다.

이런 가운데 이스라엘군 라디오는 남부 국경에서 불과 수백m 떨어진 가자지구의 한 터널 입구에서 이스라엘군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대원들간의 교전이 벌어졌다고 보도했고, 앞서 IDF는 이스라엘 남부 지킴 마을 부근에서 하마스 무장대원 다수를 사살했다고 밝혔다.

하마스를 지원하는 이란은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를 내놓았다.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은 29일 엑스(X·옛 트위터)에 글을 올려 "시오니스트(유대민족주의) 정권의 범죄가 레드라인을 넘었다"며 "이것이 모두를 행동하게 만들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또 "미국은 우리에게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하면서 그들은 이스라엘에 전방위적 지원을 계속하고 있다"고 미국의 이중적 태도를 비난했다.

이에 따라 이란의 지원을 받는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 예멘의 후티 반군, 시리아정부군과 민병대, 이라크 내 친이란 민병대 등 소위 '이란 대리세력'들의 움직임에 관심이 쏠린다.

한편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 보건부는 이날 누적 사망자가 8000명을 넘어섰다고 발표했다. 전날 오전에 집계한 누적 사망자는 7703명이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가자지구의 상황은 시시각각 더 절박해지고 있다. 이스라엘이 국제사회의 지지를 받는 인도적 전투 중단 대신 군사작전을 강화한 것은 유감"이라고 우려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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