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돈봉투 의원 '살라미(얇게 자르기)' 수사?

2023-11-03 11:24:26 게재

이성만 후 7개월만에 임종성·허종식 압수수색

대상 의원 20명 총선까지 장기화 가능성 높아

검찰 "당사자 법원 일정 때문, 정치 고려 없어"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민주당 임종성·허종식 의원의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했다. 돈봉투를 받은 것으로 의심받는 현역 국회의원에 대한 강제수사는 지난 4월 이성만 무소속(당시 민주당) 의원에 대한 압수수색 이후 약 7개월 만이다. 이번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최대 20명으로 추정되는 돈봉투 수수 의심 의원들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될지 주목된다.

2일 국회 더불어민주당 임종성 의원 사무실에서 압수수색을 마친 검찰 직원들이 나오고 있다. 검찰은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을 수사 중이다. 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반부패수사2부(최재훈 부장검사)는 전날 정당법 위반 혐의로 임 의원과 허 의원의 주거지와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임 의원과 허 의원은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둔 2021년 4월 28일 국회 외교통상위원회 소회의실에서 무소속(당시 민주당) 윤관석 의원으로부터 송영길 전 대표를 지지해달라는 명목으로 300만원이 든 돈봉투를 받은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압수수색 과정에서 당시 두 의원이 사용하던 휴대전화를 압수물로 적시했지만 허 의원은 휴대전화를 교체해 바꾼 기기를 검찰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의원은 돈봉투 의혹 수사의 단초가 된 '이정근 녹취록'에 등장한다. 2021년 4월 28일 녹취록에서 윤 의원은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에게 "인천 둘 하고 종성이는 안 주려고 했는데 '형님, 우리도 주세요'라고 해서 3개 빼앗겼어"라고 말한다.

검찰은 지난달 23일 돈봉투 의혹 사건 재판에서 이같은 녹취록을 공개하면서 "인천 둘은 이성만, 허종식 의원, '종성이'는 임종성 의원이 맞느냐"고 물었고 이 전 부총장은 "네"라고 답했다. 이 전 부총장은 "인천에서 송영길 전 대표를 지지하는 사람으로 회의 나왔던 사람이 그 둘(이성만·허종식)이니 맞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판에서는 임 의원과 허 의원 외에도 여러 의원의 실명이 언급됐다.

녹취록 속 윤 의원 발언이 '1차 전달 현장에 없어 미처 돈봉투를 교부하지 못한 이용빈 김남국 윤재갑 김승남 의원에게도 주는 게 맞다는 취지냐'는 검사 질문에 이 전 부총장은 "네"라고 답했다. 다만 이 전 부총장은 실제로 이들에게 돈봉투가 전달됐는지는 알지 못한다고 했다.

검찰은 지난 8월 윤 의원과 이 의원에 대한 구속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서 돈봉투를 건네 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민주당 현역 의원 19명의 명단을 재판부에 공개한 바 있다.

그로부터 석달이 지나서야 검찰이 일부 의원들에 대해서만 강제수사에 착수하면서 관련 수사가 내년 총선까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검찰 관계자는 '총선용 수사'라는 야권의 주장과 관련해 "당사자나 법원 일정, 포렌식 등 증거관계 분석으로 시간이 걸린다"며 "정치적 고려 없이 신속하게 진상 규명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부인했다.

검찰 관계자는 "그동안 돈봉투가 만들어지고 전달된 과정을 수사했고 이를 통해 일부 의원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한 것"이라며 "확보된 자료와 진술 등을 바탕으로 당대표 경선 금품 살포 경위를 면밀히 확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돈봉투 의혹의 최종 수혜자로 지목된 송 전 대표에 대한 조사도 순차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송 전 대표는 돈봉투 살포에 관여한 혐의 외에도 외곽 후원 조직인 '평화와 먹고사는 문제 연구소(먹사연)'를 통해 불법후원금과 인허가 해결 청탁 대가로 뇌물을 받았다는 의심을 받는다.

검찰 관계자는 "송 전 대표의 책임 범위나 경중을 살펴보고 있다"며 "해당 수사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맞춰 송 전 대표에 대한 수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임 의원은 입장문을 통해 "돈봉투 300만원을 받은 사실이 없다"며 "차분하고 정직하게 무고함을 밝히겠다"고 밝혔다. 허 의원도 입장문에서 "300만원을 받은 적이 없다"며 "검찰에 있는 그대로 답하겠다"고 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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