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 어린이들의 무덤 됐다"

2023-11-03 10:32:27 게재

이, 집단학살 비난속 사흘째 난민촌 공습 … 병원·학교 폭격에 구급차 총격도

9000명 이상의 민간인이 사망해 '집단학살'이란 국제사회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이 2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난민촌에 연속 사흘째 공습을 감행해 또다시 참극이 빚어졌다.

1일(현지시각) 이스라엘군의 공습을 받은 가자지구 자발리아 난민촌에서 주민들이 건물 잔해에 깔린 소녀를 구조하고 있다. 자발리아 AP=연합뉴스


로이터, AFP, 스푸트니크 통신 등에 따르면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 보건부는 이날 북부 자발리아 난민 캠프 인근에서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가 운영하는 학교 인근에서 이스라엘군(IDF)의 공습으로 최소 27명이 사망하고 다수가 부상했다고 주장했다.

가자지구에서 활동하는 시민구조대 측은 "가자지구 중심부 알부레이즈 난민 캠프에 이스라엘의 공격이 가해진 후 잔해 속에서 15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고 주장했다.

팔레스타인 적신월사(PRCS)도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가자시티 서부 텔알하와 지역의 알쿠드스 병원이 이스라엘 점령군의 목표물이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로 인해 병원 앞에 서 있던 어린이 한 명과 청년 한 명이 흉부와 복부에 치명상을 입었다"며 병원 에어컨과 물탱크 등도 피해를 봤다고 언급했다.

PRCS에 따르면 병원에서 남쪽으로 약 1㎞ 떨어진 곳에서 이스라엘 군용 차량이 사격을 가해 병원의 벽을 관통했다고 한다. 특히 이날 IDF가 가자지구 라시드 거리에서 부상자들을 이송하던 PRCS 소속 구급차에 총격을 가해 구급대원들이 부상했다고 PRCS는 주장했다.

PRCS는 "이스라엘 점령군이 인도주의적 임무를 수행하는 구급차를 사격하면서 구급대원들이 어깨와 발 등에 총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카말 아드완 병원에서 소아과를 이끄는 의사 후삼 아부 사피야는 dpa 통신 취재진에게 "부상자 치료를 위한 필수적인 의약품이 부족하다"며 "염소(화학물질)에 물을 섞어 어린이들의 상처 부위를 소독해야만 했다"며 "병원들이 곧 묘지로 변할 것"이라고 호소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를 소탕하겠다며 지상작전 규모를 지속해서 확대하고 있는 가자지구에 야전병원을 세울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 국방부 산하 팔레스타인 민간 업무 조직인 민간협조관(COGAT)은 이날 "가자지구 남부에 야전병원을 설립하는 방안을 의료기관들과 논의 중"이라며 전쟁으로 외상 피해를 입은 부상자들을 위한 의료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COGAT는 가자지구 북부 주민 100만명 중 70만명이 남쪽으로 대피했다며 "우리는 가자 주민들과 전쟁하는 것이 아니며, 더 많은 인도주의적 지원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무고한 민간인 피해가 잇따르면서 국제사회의 비판 여론도 거세질 전망이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이날 전쟁 발발 이후 팔레스타인인 사망자 수가 어린이 3760명, 여성 2326명을 포함해 9061명까지 늘어났다고 밝혔다. 특히 어린이 희생자가 크게 늘어나고 있어 워싱턴포스트(WP)는 2일 기사에서 "이스라엘의 공습 강화로 가자지구는 '어린이들의 무덤'이 됐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가자지구 곳곳에서 물과 식량, 의약품이 절실히 부족해 어린이에게 치명적일 수 있는 탈수증과 설사병이 증가하고 있다"면서 "이스라엘의 공습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하마스의 터널과 은신처는 물론 가정, 학교, 예배당에까지 쏟아지고 있다"고 참상을 전했다. 세이브더칠드런 팔레스타인 지역 책임자는 WP에 "우리는 지금 10분마다 어린이 한명이 사망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고 했다. 제임스 엘더 유니세프 대변인은 "가자지구는 어린이들의 무덤이 되었고, 다른 모든 이들에게는 살아 있는 지옥"이라고 말했다.

세이브더칠드런에 따르면, 지난달 7일 이후 전쟁 3주 만에 가자지구에서 사망한 어린이 수가 2019년 전세계 모든 분쟁 지역에서 사망한 어린이 수를 넘었다.

이스라엘은 지난달 29일 "지난 2주간 가자지구 북부와 가자시티 주민들에게 남쪽으로 이동할 것을 요구해왔다며 최후통첩 한 뒤 31일부터 사흘 연속 가자지구 최대 난민촌인 자발리아 주거지를 공습, 수백명의 사상자를 발생시켰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경악했다"며 규탄 메시지를 냈고,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도 "민간인 안전과 보호는 도덕적인 의무일 뿐만 아니라 법적 의무"라고 이스라엘을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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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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