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타제도 안 고치면 도시철도 못만든다"

2023-11-07 10:37:54 게재

2019년 이후 철도노선 예타 통과 전무

신분당선 탈락·강북횡단선 좌초 위기

"현행 예비타당성제도를 고치지 않고는 앞으로 서울 도시철도 노선 신설은 불가능합니다."

서울 서북권 주민들 숙원사업인 신분당선 서북부연장선이 정부 평가에서 탈락하면서 예비타당성제도(예타) 개선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래 수요를 반영하지 못하는 기존 평가 틀이 교통 취약지역 주민들 이동권을 심각하게 제약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시가 7일 오전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각계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예비타당성제도 개선에 대한 토론회를 열었다. 사진 서울시 제공


7일 내일신문 취재에 따르면 이같은 주장은 최근 신분당선 서북부연장선 예타 탈락으로 정점에 달했다. 십수년간 추진됐고 대선 당시 모든 후보가 공약으로 내걸었음에도 서울 서북권 교통난 해소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됐던 해당 노선 설치가 좌초되면서 주민들 불만이 고조됐다.

예타는 도로 철도 등 재정사업에 대해 사전 타당성을 검증하고 평가하는 제도다. 투입되는 비용 대비 이용 편익이 얼마나 나올지를 계산한다. 기대 효과가 '1'을 넘지 못하면 감점 혹은 탈락요인이 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예타 기준에 큰 허점이 있다고 지적한다. 미래 수요 예측 실패다. 대표적 사례가 김포골드라인이다. 신도시가 만들어졌음에도 정부는 수요가 적을 것으로 판단했다. 마음이 급한 김포시는 예타 통과를 위해 졸속 계획을 세웠고 달랑 2량짜리 지하철이 만들어졌다. 더 큰 문제는 이미 지하철역 설계가 끝난 상태라 객차 수를 1량도 늘릴 수가 없다는 것이다.

결정적 문제는 불안정한 세계 정세와 이로 인한 원자재 공급 차질이 불어온 공사비 증가다. 대규모 토목공사가 필수인 지하철 공사현장에서 비용이 크게 증가하다보니 경제성 평가가 하락한다. 결론은 신분당선 서북부연장선과 같은 예타 '탈락'이다.


7일 서울시가 개최한 예타제도 개선 토론회에서도 이 같은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도로, 철도 등 교통 복지와 연관된 사업에 대해선 도시경쟁력이나 교통 접근성 등 다양한 관점에서 기존 평가 항목을 개선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기후위기 대응, 탄소중립이 전 지구적 관심사로 떠오른 상황에서 대중교통 활성화는 이를 실현할 유력한 실천방안이다. 2022년 영국에서 발간된 UK보고서에 따르면 가솔린 엔진을 사용하는 중형차는 1㎞당 192g의 탄소를 배출한다. 디젤 중형차는 같은 거리를 달릴 때 172g, 버스는 105g을 내뿜는다. 반면 철도는 이보다 훨씬 작은 41g을 배출한다. 가솔린 중형차에 비해 1/4 수준이다. 김기봉 서울시 균형발전정책과장은 "낙후지역 주민을 위한 교통 편의뿐 아니라 대기오염 감축 등 친환경교통수단 확대를 위해서도 철도 확충이 필요하다"며 "서울시가 추진하는 도시철도 신설은 이를 실현할 최적의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예타제도 개선을 위해선 경제성 평가 항목의 비중을 축소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현행 제도는 경제성과 정책성을 평가하는데 이 중 정책성 비중을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정책성에는 미래잠재수요를 반영하는 부분과 이를 통한 사회적 비용 저감 부분이 반영된다. 또 현재 예타 평가 시 고려되고 있지 않은 지역균형발전 비중이 반영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를 통해 경제성 평가에 좌우되는 종합평가 체계를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토론회에 참석한 한 패널은 "서울을 중심으로 주변 신도시가 들어서고 서울 경기 인천이 하나의 생활권을 형성한다는 점에서 서울의 촘촘한 철도망 구축은 광역교통 인프라 확대와 직접 연결된다"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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