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입'만 바라보는 경기 지자체

2023-11-08 10:41:52 게재

김포 이어 구리시장 면담 예정

지자체 10곳, 시기·방식 타진

국회 "서울시 불러 경과 보고"

김포발 서울편입론이 인접 지자체 전체로 확산되면서 서울시가 몸살을 앓고 있다.

8일 내일신문 취재에 따르면 오세훈 서울시장은 오는 13일 경기 구리시장과 면담이 예정돼 있다.

김병수 김포시장이 지난 6일 오후 서울시청에서 오세훈 서울시장과 면담을 마친 뒤 서울시 관계자들로부터 배웅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6일 경기 김포시장에 이어 일주일새 두번째 인접 지자체장과 만남이다. 백경현 구리시장은 앞서 지난 2일 긴급 브리핑을 갖고 여론조사와 공청회 등을 통해 시민 의사를 확인한 뒤 편입 여론이 높을 경우 서울시 편입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김포 구리 외에 오 시장과 면담 일정이 공식적으로 잡힌 곳은 아직 없다. 정치권 상황은 물론 시민 반응, 면담추진 주체 등 정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울시 내부에선 "인접 지자체장들과 연쇄 회동은 시간 문제"라는 의견이 다수다.

현재 서울편입론은 인접 12개 지자체의 최대 현안이다. 단체장들 사이에선 "뭐라도 하지 않으면 안될 분위기"라는 말이 나온다. 김포 구리가 치고 나가는데 우리동네 시장은 뭐 하고 있냐는 주민들 질타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실제 김포시 구리시 외에 하남시 광명시 고양시 남양주시 성남시 등에서도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 강도는 다르지만 모든 인접 지자체가 서울편입론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얘기다.

서울시 관계자는 "벌써 대다수 지자체가 여러 채널로 만남 일정, 방식 등을 타진해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에 편입론 진행을 보채는 건 지자체 뿐만이 아니다. 국회도 가세했다. 7일 열린 국민의힘 뉴시티 프로젝트 특별위원회에서는 "서울시 관계자를 불러 진행 상황과 향후 계획을 보고 받겠다"고 결정했다. 특위는 김포시 서울편입 등 편입론 전반을 다루는 위원회다. 위원회 결정에 따라 9일 서울시 담당자가 국회를 방문할 예정이다.

서울시 내부에선 서울시가 시작한 게 아닌 편입론 때문에 시가 지나치게 들썩이게 됐다는 푸념이 나온다. 여당이 당론으로 정하고 특위까지 만든 마당에 논의를 도외시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서울시민 반대 의견이 높은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나설수도 없다.

또다른 측면은 숨은 민심이다. 시민 여론을 살핀 결과 편입론에 대해 강도 높은 부정적 의견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2022년 대선을 달군 '공정론'이 그것이다. 국민의힘 서울지역 한 관계자는 "편입론에 대한 시민 의견 수렴 과정에서 '우리가 서울에 살기 위해 얼마나 생고생을 했는데 김포가 어느날 갑자기 서울이 된다고?'라며 '그걸 찬성할 서울시민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는 불만이 상당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인천국제공항 비정규직 정규직화 때처럼 예기치 못한 저항에 부딪힐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 정치권 관계자는 "이 같은 여론이 확산되면 경기권 선거엔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서울은 폭망할 수 있다. 전체 총선판에도 보탬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가 인접 지자체들 요청에 딱히 내놓을 답이 없다는 것도 시 입장에서 난감한 요소다. 시 관계자들 사이에서 "서울시가 띄운 이슈가 아닌데 사방에서 서울시 입장, 오세훈 시장 입만 바라보고 있는 형국"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앞서 오 시장은 김포시장과 만남에서 즉답을 피한 채 "김포시와 공동연구반 구성, 타 지자체들 요청이 이어질 것에 대비한 서울시 자체 TF 구성 등 긴 호흡으로 검토에 착수하겠다"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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