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주택도시공사가 삼척에 신도시를?

2023-11-10 10:46:21 게재

서울-강원 골드시티 조성

서울은퇴자 이주 2700세대

서울시가 강원 삼척에 조성하는 미니 신도시급 은퇴자 단지에 관심이 모인다. 서울 은퇴자 이주로 지방소멸을 막고 서울 빈집은 시가 매입, 청년과 신혼부부에 공급하는 이른바 '주거 빅딜'이다.
미국 애리조나주에 위치한 은퇴자 거주지역인 썬시티 모습. 1978년 입주를 시작했으며 주거공간, 쇼핑센터, 레크레이션 센터 등이 함께 들어서 있다. 약 2만6000여개의 개별주거시설이 있으며 거주인구만 4만2500여명에 달하는 대규모 단지다. 사진 SH공사 제공 (출처 www.zillow.com)


10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가 삼척시와 손잡고 조성할 예정인 '골드시티'는 공공주택과 일반분양을 합쳐 2700세대에 달한다. 은퇴자들에 가장 필요한 시설인 병원 건립(강원대병원 삼척분원)이 예정돼 있다는 게 입지 선정의 핵심 배경이 됐다. 삼척 인근에는 대학캠퍼스도 3개나 있다. 청년과 장년층이 어우러질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진 셈이다.

시가 골드시티 조성에 나서게 된 주요 배경은 베이비부머 세대가 본격적인 은퇴 시점을 맞게 됐다는 점이다. 2023년 1차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 약 730만명 모두가 만 60세 이상 고령층에 진입한다. 서울 거주 노년층의 자가점유율은 다른 연령대에 비해 높은 편이다. 60대 가구는 63.2%, 70대 이상은 68.3%다.

하지만 이들의 자산은 집 한채뿐인 경우가 허다하다. 은퇴 후 서울을 떠나고자 하는 이들은 늘어나고 있다. 서울시 귀농귀촌가구는 2019년 32만9000명에서 2021년 37만8000명으로 증가 추세다.

골드시티는 여기에 착안했다. 구매력 있는 서울 은퇴자는 지방으로 이주해 인구소멸을 막고 서울 인구 이주와 그로 인해 남는 주택을 젊은층에게 공급하자는 것이다.

과제도 있다. 골드시티엔 일반분양도 있지만 SH가 사업을 맡는 만큼 공공주택이 주를 이룬다. 공공주택은 무주택자에게 입주 자격이 주어지기 때문에 서울 집을 팔지 않으면 자격을 얻을 수없다. 일반분양을 받더라도 다주택자로 분류돼 세 부담이 적지 않다.

시는 이 같은 사업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법·제도 개선에 나설 계획이다. 서울은 주택공급을, 지방은 인구유입을 얻을 수 있는 상생사업인 만큼 정부와 국회의 협조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방분권균형발전법, 지역개발지원법 등 관련법에 골드시티 관련 조항을 추가하고 조례도 제정할 예정이다. 서울에 보유한 주택을 SH에 매각하거나 시세이하로 임대한 이주자를 특별공급 대상에 포함하는 것도 추진한다.

시는 삼척 골드시티를 노년층을 위한 단순 주거시설이 아닌 일자리와 의료, 여가가 해결되는 자족도시로 구상 중이다. 입주민을 위한 각종 편의 및 운동시설, 도서관 등 문화시설이 생기면 일자리가 따라올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골드시티를 전국으로 확산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여건만 맞으면 전국 어디에도 서울 은퇴자 이주를 위한 단지 또는 특별지구를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삼척 규모 골드시티 10곳이 생기면 인구 5만~8만명 이주, 서울 빈집 3만여호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 집을 SH에 매각하거나 임대를 주고 주택연금을 받으면서 저렴한 주거비용으로 쾌적한 노후를 보낼 수 있는 방법"이라며 "서울 인구를 분산하고 지방인구 소멸을 막는 서울-지방 상생형 순환주택사업에 지자체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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