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호 체포영장' 주저하는 공수처

2023-11-16 11:17:41 게재

다섯 차례나 출석 불응했지만

영장 또 기각되면 역풍 우려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 표적감사 의혹을 받는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거듭된 출석요구에 불응하면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공수처는 유 사무총장에 대해 체포영장을 청구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지만 좀처럼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공수처 관계자는 16일 "유 사무총장측과 출석조사 일정을 협의하고 있다"며 "체포영장 청구방안도 검토하고 있지만 아직 결정 난 것은 없다"고 밝혔다.

앞서 공수처는 유 사무총장에게 지난 주중 출석해 조사받을 것을 통보했지만 유 사무총장은 응하지 않았다. 유 사무총장측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참석 등을 이유로 12월 초에 출석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래 직원부터 조사하는 게 순서라는 취지의 입장도 전달했다고 한다.

유 사무총장의 출석 거부는 이번이 5번째다. 앞서 공수처는 지난달 16일과 24일, 31일, 그리고 이달 초 출석할 것을 통보했지만 유 사무총장은 국정감사 등을 이유로 응하지 않았다. 통상 피의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수사기관의 출석 요구에 세 차례 이상 응하지 않으면 강제수사에 나설 요건이 된다.

실제 유 사무총장의 출석 불응이 반복되면서 공수처는 여러 차례 체포영장 청구 등 강제수사로의 전환 가능성을 밝힌 바 있다.

김진욱 공수처장은 지난 7일 국회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공수처가 다섯 번째 부른 유 사무총장이 이번에도 안 나오면 체포영장을 청구하겠느냐"는 민주당 조응천 의원 질의에 "법이 허용한 수단을 사용하겠다"고 답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공수처가 유 사무총장에 대한 체포영장 청구를 주저하는 것은 감사원이 독립적인 헌법기관이라는 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데다 자칫 체포영장이 기각되면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그렇지 않아도 공수처는 지난주 10억원대 뇌물수수 혐의를 받는 감사원 간부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에서 기각돼 '공수처 무용론'에 시달렸다. 공수처 출범 후 네 차례 청구한 구속영장이 모두 기각된 것. 공수처가 그동안 청구한 5건의 체포영장도 모두 법원에서 기각됐다.

표적감사 의혹의 핵심인물인 유 사무총장에 대한 조사가 미뤄지면서 김 처장 임기 만료 전 수사를 마무리하겠다는 공수처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김 처장의 임기는 내년 1월 20일 종료된다. 이후 공수처장 자리가 공석이 되거나 지휘부가 바뀌면 수사 동력이 떨어질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유 사무총장이 출석 요구에 불응하며 수사를 지연시키려 한다는 관측도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전 전 위원장은 지난해 감사원이 전 전 위원장을 몰아내기위해 '표적 감사'를 벌이고 있다며 최재해 감사원장과 함께 유 사무총장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이에 공수처는 지난 9월 감사원을 압수수색 하는 등 수사를 진행해왔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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