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단체장 만남 '빈손 회동' 되나

2023-11-16 13:30:20 게재

오세훈·김동연·유정복 16일 회동

현안 따라 단체장마다 셈법 복잡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세 단체장 만남에 눈길이 쏠린다. 3개 지자체는 대중교통 통합운영 문제에 서울편입론까지 굵직한 현안을 공유하고 있다. 하지만 각자 입장이 다르고 같은 당 안에서도 이견이 있는 등 셈법이 복잡하다. 이날 만남에서 의미있는 합의에 도달하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유정복 인천시장과 오세훈 서울시장, 김동연 경기지사가 지난달 23일 삼성서울병원에 마련된 김 지사 장모상 빈소에서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사진 왼쪽부터 시계방향). 사진 경기도 제공


서울시 경기도 인천시에 따르면 오세훈 김동연 유정복 수도권 세 단체장은 16일 오후 6시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비공개 회동을 갖는다. 세 단체장 모임은 지난해 7월부터 지역을 오가며 이어졌고 이번이 다섯번째다.

이번 모임에 특히 눈길이 가는 것은 서울 경기 인천 간에 첨예한 문제들이 불거진 상황에서 이뤄지는 회동이기 때문이다. 이날 회동 주요 주제는 당초 대중교통 통합 운영과 수도권 대체매립지 확보였다. 앞서 무제한 패스 공동운영 문제를 두고 대립하던 세 단체장은 김동연 지사 장모상 빈소에서 만나 회동에 합의했다. 하지만 그 사이 새 이슈가 부상했다. 김포시 서울편입론이다. 편입론 부상은 이날 회동이 되레 성과를 내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세 단체장 입장이 극명하게 갈리기 때문이다.

유정복 시장은 당론을 거스르고 김포시 서울편입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소속 지자체들의 잇따른 '탈 경 기도 선언'을 맞닥뜨린 김 지사 입장은 더욱 단호하다. 유 시장과 당은 같지만 오세훈 시장 입장은 또 다르다. 김포시장 구리시장 등과 연쇄회동을 가지면서 편입론 불씨를 이어가고 있다. 15일에는 조경태 국민의힘 뉴시티특위 위원장과 만나 6~10년간 준비 기간을 거쳐 추진하자는 이른바 '단계적 편입론'을 꺼냈다.

이해관계도 복잡하다. 대중교통 문제는 서울과 경기가 대립하는 양상이지만 메가시티 서울은 경기 인천이 한편을 이룬다. 쓰레기 매립지 문제는 인천과 서울이 충돌하는 사안이다.

이 때문에 이날 회동이 기대와 달리 의례적 만남에 그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가장 큰 이슈인 편입론은 아예 다뤄지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김 지사는 회동을 앞두고 "경기도 방침이 명확한 만큼 오 시장과 의견을 주고 받을 일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김 지사는 앞서 국민의힘이 김포시 서울편입 당론 추진 방침을 정하자 '황당하기 짝이 없는 국토 갈라치기' '실현 가능성 없는 대국민 사기극' 등 강도 높게 비판했다. 국민의힘 소속인 유 시장도 최근 기자회견에서 "행정체제 개편은 국민의견 수렴과 공감대 형성이 필수인데 (김포시 서울편입은) 이런 논의가 없었고 실현 가능성도 없는 정치쇼"라며 이례적으로 강한 비판을 내놨다.

이날 만남 형식도 '빈손 회동'이 될 것이란 예상에 힘을 싣는다. 당초 세 단체장 모임은 횟집, 호프집 등 편안한 곳에서 열렸다. 격의없는 만남을 위한 것이었지만 이번엔 프레스센터에서 비공개로 진행한다. 애초엔 인천 아라뱃길 근처에서 할 예정이었지만 소위 '딱딱한 형식'으로 급하게 변경됐다.

관심이 집중된 모임인 만큼 세 단체장이 그냥 넘어가진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세 지자체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날 회의 안건엔 '메가시티 서울'이 아예 들어있지 않지만 어떤 형태로든 관련된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 적지 않다. 수도권 지자체 한 관계자는 "편입론 이야기가 안 나올 순 없을 것"이라며 "하지만 토론이나 진전된 대화라기보다 각자 입장을 다시 한번 밝히는 성격이 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입장차만 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지자체 관계자는 "대중교통 통합, 코앞에 다가온 매립지 문제 등 민생사안이 앞서야 하는데 이미 정치적 이슈가 돼버린 편입론이 큰 장애물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제형 곽태영 김신일 기자 brother@naeil.com
이제형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