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유해환경, 청소년이 감시한다

2023-11-20 00:00:01 게재

서울시 청소년유해환경 점검단 모집

파티룸·룸카페 등 신·변종 업소 감시

갈수록 다양화하는 청소년 유해환경을 줄이기 위해 청소년들이 직접 나선다. 서울시는 파티룸·룸카페 등 신·변종 유해환경을 청소년 시각에서 점검, 단속 사각지대를 보완하기 위해 청소년 유해환경 점검단을 모집한다고 20일 밝혔다.
청소년들로 구성된 시립마포청소년센터 청소년유해환경감시단은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와 호의를 가장해 접근하는 가출 청소년 헬퍼들을 집중 감시했다. 사진 시립마포청소년센터 제공
청소년 유해환경을 감시, 단속하는 조직은 기존에도 전국에 수백개가 있다. 하지만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유해업소가 날로 지능화되면서 기존 환경에 익숙한 성인들만으로는 빠른 대응이 어려워지고 있다. 유해환경의 온라인화가 대표적이다. 가출 청소년을 유혹하는 헬퍼(Helper)들이 주로 활동하는 무대는 트위터(현재는 'X'로 이름이 바뀜)다. 온라인 불법도박, 텔레그램에서 빈번하게 이뤄지는 마약 유통도 성인 위주 감시단의 시야에서 포착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서울시가 만드는 유해환경 점검단 모집 대상은 19~24세 이른바 '후기 청소년'이다. 점검 활동이라 해도 청소년들이 유해환경에 노출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 혹시라도 있을 위험 상황을 피해야 한다는 점 등이 고려됐다.

점검단은 청소년들이 자주 이용하는 인스타그램 틱톡 등 사회관계망(SNS)을 우선 감시한다. 오프라인 활동은 안전도 문제지만 무엇보다 신·변종 유해환경이 온라인에서 집중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최근 미성년대상 성범죄 온상이 되고 있는 룸카페, 집단적인 불법 약물 복용 장소 등으로 쓰이는 등 사고 온상이 되고 있는 파티룸 등은 온라인으로만 예약이 된다. 시와 자치구, 경찰이 제보를 듣고 단속을 나가도 문이 잠겨 있고 간판도 제대로 없어 식별이 어렵다.

점검단 활동은 활동 주체가 청소년이란 점을 감안해 주로 감시활동으로 찾아낸 유해업소를 방문, 이용해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사전에 점검사항에 대한 교육을 받은 점검단은 해당 업소가 주류를 파는지 방은 안이 보이게 만들어졌는지, 샤워실이나 욕조가 있는지 등을 점검표에 표시한다.

정식 단속반이 아니고 위험 상황도 피해야 하는 만큼 점검사항 체크는 업소 밖으로 나와서 한다. 의심 사항이 있으면 시나 자치구 또는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 경찰 등에 신고해 단속이 이뤄지고 위반사항이 적발될 경우 고발 등 후속 조치가 이뤄진다.

◆현행법 몰라 이용하는 경우도 = 청소년들이 직접 참여하는 유해환경 감시단은 처음이 아니다. 시립마포청소년센터는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청소년들로 구성된 유해환경 감시단을 운영했다. 시립마포청소년센터는 1차(2022년 11월~2023년 1월) 10명, 2차(2023년 11~12월) 15명으로 운영 중이다. 불법 온라인 도박과 가출 청소년 헬퍼를 집중 감시했다. 스포츠 토토는 합법과 불법이 있지만 청소년들이 하는 것은 모두 불법이다. 하지만 수능을 마친 청소년들이 이에 대해 인지하지 못하여 스포츠 토토를 통해 온라인 도박에 발을 들이는 경우가 있다는 게 시립마포청소년센터 관계자 이야기다.

가출 청소년 헬퍼도 마찬가지다. 호의를 가장해 접근하지만 성매매를 시키거나 성착취 대상으로 삼는 경우가 있다. 시립마포청소년센터에서 청소년유해환경감시단을 운영했던 이지원 청소년지도사는 "가출 청소년들에게 선의라도 숙식을 제공하는 것은 불법"이라면서 "어른들은 물론 청소년들에게도 이 같은 사실을 알리기 위해 숏폼 동영상을 만드는 등 홍보 활동을 전개하고 트위터를 뒤져 헬퍼들 활동을 감시했다"고 말했다. 온라인 환경에 익숙한 청소년들은 그간 단속 사각지대에 있던 청소년 대상 불법이 의심되는 도박 사이트 등 10곳을 찾아냈고 이를 방송통신위원회에 신고, 공식접수까지 이뤄지는 성과도 거뒀다.

구종원 서울시 평생교육국장은 "청소년으로 이뤄진 점검단 활동은 그간 사각지대에 있던 유해환경을 발굴, 청소년에게 안전한 환경 조성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앞으로도 청소년의 시각에서 제도적으로 개선할 사항을 적극 찾아내 반영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이제형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