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부부 사실상 총선 행보?

2023-11-20 12:07:20 게재

보수 텃밭 대구 찾아 "총선, 국민 삶에 중요"

끝나지 않은 이재명 수사, 후임자 물색 어려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내년 총선 출마를 시사하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어 주목된다. 정치권에서도 '한동훈 총선 역할론'이 공공연하게 거론되면서 한 장관이 본격적으로 정치에 나설지 관심이 모아진다.

한 장관은 지난 17일 보수의 텃밭인 대구를 찾아 스마일센터와 달성산업단지를 방문했다. 법무정책 현장 방문 목적이었지만 그의 발언은 예사롭지 않았다.

한 장관은 "6.25 전쟁에서 한 번도 적에게 도시를 내주지 않았다"며 "자유민주주의를 위해 끝까지 싸워 이긴 분들"이라고 대구 시민들을 추켜세웠다. 총선 출마에 대한 질문에는 "총선은 국민들 삶에 중요한 것인 건 분명하다"고 답했다. 그동안 총선 역할론에 선을 그어왔던 것과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한 장관은 일정을 마친 후 대구시민들의 사진 촬영 요청이 이어지자 열차 시간을 미루고 요청에 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장관은 이에 앞서 15일 법무부와 서울시의 '범죄피해자 원스톱 솔루션 센터' 업무협약식에 참석했다. 원스톱 센터는 범죄피해자에게 필요한 지원 서비스를 한 곳에서 받을 수 있게 하기 위한 것으로 법무부와 서울시는 내년 7월부터 설치·운영하기로 했다.

이 자리에서 한 장관은 "저는 흉기 테러 위협 범죄의 피해자가 되어 봤고, 스토킹 범죄의 피해자가 되어 봤고, 청담동 조작·검언유착 조작 등 다수 가짜뉴스 조작범죄의 피해자가 되어 봤다"고 자신의 경험을 설명하면서 "여러 범죄 피해를 받는 동안 우리의 범죄 해결 시스템이 피해자를 배려하는 데 아직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했다. 이어 "범죄 피해자들에게 더 잘하고 최선을 다하겠다"며 "피해자의 인권이 먼저냐 범죄자의 인권이 먼저냐고 묻는다면 저는 단호하게 피해자 인권이 먼저라고 답하겠다"고 말했다.

같은 날 한 장관의 배우자인 진은정씨는 서울 대한적십자사 봉사활동을 통해 한 장관 취임 이후 처음으로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 장관은 다음 날 입장문을 내고 "역대 정부 국무위원 배우자들이 통상적으로 해온 봉사활동"이라고 했지만 정치권에선 한 장관의 정치 참여를 염두에 둔 행보라는 관측이 많았다.

대통령실이 직접 확인해주지는 않았지만 후임 법무부 장관 인선 작업을 진행한다는 보도가 이어지는 것도 한 장관 총선 역할론에 무게를 싣게 한다.

정치권, 특히 여당인 국민의힘에서도 한 장관을 향한 러브콜이 나오고 있다. 당내 지지도는 물론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한 장관이 내년 총선에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당 안팎에서는 한 장관이 총선 국면에서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 역할을 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점은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한 장관은 백현동 개발 비리와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등을 받는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처리를 국회에 요청해 가결됐지만 법원에서 구속영장이 기각돼 체면을 구긴 바 있다. 이 대표에 대한 수사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한 장관 이후 법무부를 이끌어갈 후임자를 찾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법무부 장관으로 내세울 만한 뚜렷한 '한동훈표' 정책 성과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부담이다. '가석방 없는 종신형', '한국형 제시카법' 등을 내놓긴 했지만 아직 진행 중이라 성과라 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한 장관은 최근 범죄피해자 보호 및 지원 대책에 공을 기울이고 있다. 한 장관은 지난 주 서울시와의 '범죄피해자 원스톱 솔루션 센터' 업무협약식에 참석하고 대구스마일센터를 방문한 데 이어 법무부는 20일 '전자감독 피해자 보호시스템'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법무부는 스토커가 피해자에게 일정 거래 이내로 접근하면 피해자 휴대전화로 위치정보를 자동으로 문자 전송하는 '스토커 위치정보 피해자 알림 시스템'을 개발해 내년 1월 12일부터 현장에 적용하기로 했다. 또 보호장치 없이 휴대전화만으로 피해자 보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피해자 보호용 '모바일 앱'을 내년 하반기까지 개발하기로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 재직시 같이 일했던 한 법조인은 한 장관 출마와 관련 "한 장관이 야당 저격수로 나선 마당에 국회에 입성하지 않으면 총선 이후 자기 보호가 되겠느냐"며 "여권 승리가 아니라 자기방어를 위해서라도 출마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구본홍 차염진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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