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돈봉투 의혹' 수사 탄력 받나

2023-11-21 11:12:20 게재

송영길 수사심의위 기각

검찰, 21명 의원 명단 공개

총선 영향 미칠까 촉각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검찰이 위법한 별건수사를 하고 있다며 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신청했으나 기각됐다. 검찰은 2021년 민주당 당대표 경선 당시 돈봉투 수수 의심을 받는 의원 21명의 실명을 법정에서 공개했다. 22대 총선을 채 5개월도 남겨두지 않은 가운데 민주당을 겨냥한 검찰 수사가 속도를 낼지 주목된다.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9일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 2층에서 열린 '송영길의 선전포고' 출판기념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다움 기자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찰시민위원회는 전날 부의심의위원회를 열고 논의 끝에 송 전 대표가 신청한 안건을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에 올리지 않기로 결정했다. 부의심의위는 서울고검 내 검찰시민위원 중 무작위로 선정된 15명의 일반 시민들로 구성된다. 회사원, 교수, 사회복지사 등으로 구성된 부의심의위는 이날 송 전 대표와 검찰이 제출한 서면 의견서를 토대로 1시간 40분간 논의를 진행한 후 비밀투표를 통해 이같이 결정했다.

앞서 송 전 대표는 지난 3일 서울중앙지검에 수사심의위 소집을 신청한 바 있다. 검찰이 '돈봉투 사건' 수사과정에서 확보한 '평화와 먹고사는 문제 연구소' 후원금 내역을 토대로 위법하게 별건수사를 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수사심의위는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적 이목이 쏠린 사건의 수사 과정을 심의하고 적법성을 평가하는 기구다. 법조계와 학계, 언론계, 시민단체 등 각계 전문가들로 구성되며 수사의 계속 여부, 기소 여부 등을 판단해 수사팀에 권고한다. 수사심의위에 안건을 올릴지는 각 검찰청 검찰시민위원회가 부의심의위를 열어 결정하는데 송 전 대표가 신청한 안건은 부의심의위 단계에서 기각돼 수사심의위 부의가 무산됐다.

민주당 돈봉투 의혹은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의 비위 수사 과정에서 검찰이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당시 송 전 대표 당선을 위해 현역 국회의원과 캠프 관련자들이 수천만원의 금품을 살포한 정황이 담긴 휴대전화 녹음파일을 확보하면서 불거졌다. 검찰 수사는 송 전 대표와 경선캠프 등에 유입된 정치자금 전반으로 확대됐고, 이 과정에서 박용하 전 여수상공회의소 회장이 운영하는 기업과 단체가 송 전 대표의 후원조직인 먹사연에 3억여원을 기부한 사실을 파악한 검찰은 뇌물 혐의 등에 대해서도 수사를 진행해왔다. 송 전 대표의 수사심의위 소집 신청이 기각되면서 검찰 수사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날 검찰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2부(김정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무소속 윤관석 의원 등의 정당법 위반 등 혐의 재판에서 돈봉투가 살포된 것으로 의심되는 회의에 참석했을 가능성이 높은 민주당 의원 21명의 실명을 공개했다. 앞서 검찰은 윤 의원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에서 돈봉투 수수 의심 의원 19명의 명단을 재판부에 제시하고, 공판 과정에서 일부 명단을 공개한 적이 있으나 전체 명단을 공개법정에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검찰은 이날 송 전 대표의 보좌관이었던 박용수씨를 신문하면서 2021년 2월부터 4월까지 매주 수요일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실에서 정기적으로 개최했던 모임 참석자 21명의 명단을 제시했다.

검찰은 박씨가 2021년 4월 300만원이 든 돈봉투를 10개씩 두 차례 이 전 부총장에게 전달했고 이는 다시 윤 의원에게 전달돼 같은 달 28일 외통위원장실과 29일 국회 의원회관 등에서 의원들에게 건네진 것으로 의심한다. 검찰이 공개한 명단은 돈봉투가 살포된 것으로 의심되는 회의체에 참석한 적이 있는 의원 명단으로 보인다.

하지만 박씨는 "참석자가 고정적이지 않아서 어떤 분들이 참석했는지 다 기억하지 못한다"며 "윤관석 의원이 4월 28일 국회의원 모임 전후로 돈봉투를 의원들에게 살포한 장면을 목격하지는 못했다"고 했다. 박씨는 또 돈봉투를 준비해 이 전 부총장에게 전달한 사실은 시인하면서도 송 전 대표에게 보고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검찰은 재판에서 돈봉투 수수 의심 의원으로 임종성, 허종식 의원을 거론한 뒤 10일 만인 지난달 2일 두 의원의 주거지와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바 있다. 검찰이 이번에 돈봉투를 받은 것으로 의심받는 의원 전체 명단을 공개한 만큼 이들에 대한 본격적인 강제수사에 나설지 관심이 모아진다. 검찰 수사에 따라 내년 4월 총선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수사팀 관계자는 "정치 일정에 대한 고려 없이 수사하고 있다"며 "사안의 진상 규명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 전 대표측 변호인은 "부의심의위원회 결정과는 별도로 검찰의 부당한 별건수사에 대해서는 맞서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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