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책 | 꽃은 무죄다

이성윤 전 서울고검장의 '풀꽃'이야기

2023-11-21 11:40:34 게재
이성윤/아마존의나비/19800원

'꽃개'. 이성윤 전 서울고검장(현 충북 진천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을 아내가 부르는 말이다.

이 검사 아내의 취미는 꽃 그림 그리기다. 교육 자료를 위해 시작했는데 작품을 모아 책을 낼 정도로 전문가가 됐다. 덩달아 바빠진 것은 이 검사다. 짬이 날 때마다 식물도감을 찾아보는 등 들꽃에 대한 지식을 늘렸다. 어느 새 풀꽃을 직접 찍은 사진이 상당량이 됐다.

주말에 함께 뒷산을 오르노라면 아내보다 두어 걸음 앞서 가면서 풀꽃을 찾는 것은 이 검사의 몫이다. 아내가 계절에 맞춰 피어나는 꽃 이름을 말하면 이 검사가 앞장서며 풀꽃을 찾는다.

그리하여 아내는 이 검사에게 '꽃개'라는 별명을 붙여 준다. '꽃향을 금세 잡아내는 개코를 가졌다'는 뜻이다.

최근 이 검사가 출간한 '꽃은 무죄다'에는 다양한 풀꽃들의 이야기가 담겼다. 아내의 그림과 이 검사의 사진이 곁들여진다.

진천연수원은 어지간한 대학의 캠퍼스 보다 더 넓기에 한 바퀴를 둘러보는 데 두어 시간은 걸린다. 저자는 걸으며 풀꽃을 둘러보며 카메라 초점을 맞추며 정약용과 정약전을 떠올린다. 천주교인이라는 죄목으로 정약용의 큰형 정약전과 정약용은 유배형을 받았으며 정약용의 작은형은 죽임을 당했다. 정약전은 우리나라 최초의 해양 생물 전문서 '자산어보'의 저자다. 섬에서 귀양살이하던 그의 심정을 조금이나마 새겨 본다.

저자는 1994년 초임 검사로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사2부장, 광주지검 특수부장, 대검찰청 반부패부장과 법무부 검찰국장 등을 거쳐 서울중앙지검장과 서울고검장을 역임했다.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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