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제 식구' 수사 제대로 할까

2023-11-22 11:05:35 게재

이정섭·광주브로커 의혹 불거져

공수처 "이첩 요구 검토 단계 아냐"

각종 비위 의혹에 휩싸인 이정섭 전 수원지방검찰청 2차장 검사(대전고검 검사)에 대해 검찰이 강제수사에 착수한 가운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도 수사에 나설지 주목된다. 이 사건의 법리를 검토 중인 공수처는 본격적인 수사 개시를 놓고 신중한 모습이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는 지난 14일 이 검사 사건을 특별수사본부(이대환 부장검사)에 배당하고 고발장 등 사건 기록을 검토하고 있다. 검찰이 지난 20일 이 검사를 직무에서 배제하고 처가 골프장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하는 등 적극적인 수사에 나선 것과 달리 신중한 모양새다.

공수처 관계자는 전날 기자들과 만나 "검찰이 강제수사에 착수한 만큼 지켜보는 게 맞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18일 이 검사를 주민등록법과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위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범죄기록 조회 및 공무상 비밀누설, 국가공무원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데 이어 이달 10일 같은 혐의로 공수처에도 고발한 바 있다.

이 검사는 골프장을 운영하는 처남의 부탁으로 골프장 직원 등의 범죄기록을 조회하고 선후배 검사들이 해당 골프장을 저렴한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게 예약을 도와줬다는 의심을 받는다. 또 2020년 12월 엘리시안강촌 리조트에서 가족·지인 모임을 하면서 대기업 부회장의 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자녀 학교 배정을 위해 위장전입했다는 의혹도 있다. 최근에는 처남의 마약 수사를 무마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된 상태다.

의혹이 제기되자 이 검사는 자녀의 위장 전입 외에는 관련 의혹이 모두 사실이 아니라는 취지의 입장문을 낸 바 있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검사의 범죄 혐의는 공수처의 수사대상이다. 다만 직무 관련성이 인정되는 혐의에 대해서만 수사할 수 있다.

공수처가 이 검사에 대한 수사에 신중한 것도 이 때문으로 관측된다. 이 검사에게 제기된 의혹 중 위장전입이나 골프장 예약 청탁 등은 공수처의 수사 영역으로 보기 어렵다. 범죄기록 조회 의혹은 직무와 연관되나 공수처장이 검찰로부터 사건 이첩을 요구하려면 수사 진행 정도와 수사 공정성 등을 따져야 한다. 검찰 수사가 이제 시작단계인 점을 고려하면 공수처가 당장 검찰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아 주도적으로 수사하기는 쉽지 않다.

검찰이 얼마나 공정하게 수사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 수사의 공정성은 '광주 브로커' 사건과 관련해서도 시험대에 오른 상태다. 브로커 성 모씨에게 수사무마를 청탁한 탁 모씨에 대해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이 검찰 단계에서 5차례나 반려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검찰에 대한 로비 의혹이 제기된 탓이다.

이 검사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은 엄정한 수사의지를 강조하고 있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내 손이 깨끗해야 남의 죄를 단죄할 수 있다"며 엄정한 기준으로 수사와 감찰을 진행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 관계자는 "검찰 수사 상황을 보면서 기초적인 수사를 진행할 것"이라며 "아직 이첩 요구를 검토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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