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 지열' 신재생에너지 전략 바꿨다

2023-11-22 10:42:27 게재

서울시 2030년까지 원전 1기 규모 보급

가락시장·용산 등 5개 권역에 대형시설

서울시 신재생에너지 전략이 태양광에서 지열로 전환된다.

시는 "지열 에너지를 오는 2030년까지 원전 1기 설비용량에 해당하는 1GW(1000MW) 수준으로 확대하겠다"며 이를 뼈대로 한 지열 에너지 활성화 종합계획을 22일 발표했다.


세계 주요 국가들이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에너지 전환에 나서는 가운데 서울시를 지열에너지 선도도시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시에 따르면 지열 냉·난방은 땅속의 일정한 온도(평균 15℃)를 건물 냉·난방에 활용하는 에너지 수급 방법이다. 15도는 여름보단 낮고 겨울보다는 높은 온도다. 날씨에 영향을 받지 않고 사계절 내내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시 관계자는 "미국환경보호청(EPA)에서 '현존하는 냉·난방 기술 중 가장 환경친화적이며 효율적인 기술'로 인정한 신재생 에너지원"이라고 말했다.

지열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데는 지열 발전과 지열 냉·난방이 있다. 발전은 대규모 저장 설비를 갖춰야 하기 때문에 도심에선 구현이 어렵다. 서울시가 추진하는 지열 에너지 사업은 건물 냉·난방에 지열을 활용하는 것이다. 땅속 200~250m 깊이로 천공을 뚫어 지열을 끌어 올리면 히트펌프를 통해 추울 땐 열을 실내로, 더울 땐 실내의 열을 외부로 내보낸다.

서울 주요 권역별로 대형 설비를 구축한다. 가락시장 용산국제업무지구 서울아레나 서울혁신파크 등 주요 권역별 시 주요사업에 대규모 지열 설비를 도입해 일종의 랜드마크를 조성하는 것이다. 특히 가락시장은 2030년까지 국내 최대 규모(23MW)의 지열 설비를 도입해 건물 냉·난방의 90% 이상을 지열로 공급한다.

서울 가락시장에 설치된 지열 에너지 설비 모습. 서울시는 오는 2030년까지 가락시장에 국내 최대 규모 설비를 도입, 건물 냉·난방의 90% 이상을 지열로 충당할 계획이다. 사진 서울시 제공


지열 보급에 공공부문이 앞장서기 위해 신·증축, 개축 공공시설에는 신재생에너지 공급 의무비율(2023년 32%) 가운데 50% 이상을 지열로 우선 적용한다. 자치구 보조사업에도 지열을 우선 도입할 방침이다.

지열의 최대 장점은 낮은 에너지 비용이다. 화석연료 냉·난방 대비 약 40%를 줄일 수 있다. 이를 통해 에너지 수요가 많은 복지시설, 인상된 냉·난방비로 고통받는 취약계층에 대한 에너지 복지도 확대가 가능하다. 서울주택도시공사가 고덕강일지구에 짓는 청년주택은 지열 냉·난방을 포함한 제로에너지 아파트로 짓고 공공 의료시설은 냉·난방을 100% 지열로 공급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종합계획에 따라 2030년까지 지열 1GW를 보급하게 되면 온실가스 51만8000톤을 감축할 수 있다고 시는 추산하고 있다. 전기차 약 32만4000대 보급에 상응하는 효과다.

높은 초기 투자비용과 안전은 과제다. 대형 시설의 경우 에너지 절감 폭이 커져 그만큼 투자비 회수 기간이 짧지만 민간의 소규모 건물은 선뜻 투자가 어렵다.

전문가들은 땅속 깊은 곳에 파이프를 박는 만큼 이의 파손 등으로 인한 안전 문제 발생 가능성을 지적한다. 2017년 포항 지진 당시 지열발전소에 의한 이른바 '촉발지진' 이 발생, 피해 규모가 커졌다. 법원도 지열발전소 책임을 인정하면서 지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된 사례가 있다.

지열 전문가인 한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지하에 매설한 관이 터질 경우 토양 오염을 발생시키거나 토사 유실로 인한 지반 침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초기 설비 구축 시 안정성 확보에 만전을 기해야 하며 이를 위한 공공의 관리 감독 기능이 적극적으로 작동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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