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등 여행자 마약 전수검사 논란

2023-11-23 11:38:08 게재

입국자 신체 스캔 도입 발표

수백만명 입국절차 불편 가중

전수검사 현실성 떨어질 우려

정부가 마약류 관리 종합대책을 내놓으면서 우범국으로부터 입국하는 모든 입국자에 대해 신변검색(스캔)을 하기로 했지만 실효성을 놓고 논란이 예상된다. 입국자들이 큰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는데다 검사 인력 등을 고려하면 전수조사의 현실성이 떨어져서다.
국무총리실 방기선 국무조정실장이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마약류 관리 종합대책 추진성과 및 향후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재구 기자

정부는 마약범죄 빈발지역에서 입국하는 사람들에 대해 전수검사하는 내용 등을 담은 마약류 관리 종합대책을 22일 발표했다.

대책에 따르면 정부는 국경단계에서 마약류 밀반입을 차단하기 위해 입국여행자 대상 검사율을 2배 이상 높이고 특히 우범국 여행자에 대해선 신체검색을 통한 전수검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전수검사 시점도 입국심사 이후에서 이전으로 앞당겨 항공편에서 내리는 즉시 기내수하물과 신변검사를 실시하게 된다. 이를 위해 정부는 옷 속에 숨긴 소량의 마약도 검출할 수 있는 밀리미터파 신변검색기를 내년에 전국 모든 공항만에 도입할 예정이다.

밀리미터파 신변검색기는 고주파를 통해 전신을 검사할 수 있는 스캔 장비로 지난해 인천공항에 처음 도입한 데 이어 올해 2대를 추가해 현재 3대를 운영하고 있다. 공항관계자는 "현재 전수조사는 하지 않고 특정 비행기편이나 승객을 대상으로 실시한다"고 했다.

정부는 또 특송화물, 국제우편 등 국제화물에 대한 검사체계를 개선해 고위험국에서 들어오는 화물은 일반 화물과 구분해 집중검사를 실시하고 우범국발 우편물은 검사 건수를 50% 이상 상향하기로 했다.

정부가 이처럼 국경단계에서부터 마약류 밀반입 차단에 중점을 두는 것은 국내에서 유통되는 마약의 대부분이 해외에서 들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여행자 밀수 적발 건수도 2021년 86건에서 지난해 112건, 올해 9월까지 129건으로 최근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문제는 우범국에서 들어오는 여행자들에게는 사실상 입국 절차가 새로 추가되는 것이어서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올 10월 국적기를 이용한 해외여행객은 742만명이다. 동남아 국적의 방한객들도 한달 평균 100만명에 이른다. 정부는 우범국가를 지정하지 않고 당국간 마약 정보 교류와 마약 사고, 트렌드 등을 종합해 탄력적으로 운영한다는 방침이지만 주로는 동남아 지역 국가와 유럽 일부 국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밀리미터파 신변검색기가 전신 검사를 하는데 드는 시간이 1인당 3초에 불과하다고 하지만 실제 줄을 서 대기하고, 이상 감지시 세부검사 과정 등까지 고려하면 이보다 훨씬 긴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간단한 수속절차만 밟으면 입국할 수 있는 지금과 달리 수많은 입국자의 불편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전수조사에 필요한 인력이 부족한 것도 문제다. 현재 인력 상황으로는 전수조사가 사실상 힘들다는 것은 정부도 인정하고 있다.

관세청 관계자는 "현장 검사 인력 등 상황에 맞게 최대한 검사를 하겠지만 100% 다 할 수는 없다"며 "우범국가에서 오는 모든 여행자가 아니라 마약 의심 항공편 등 특정 항공편에 탑승한 여행자들에 대해 전수검사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전수검사에 따른 시간 소요 등 불편이 발생할 소지가 있는 건 맞다"며 "입국시 검사 강화에 따른 불편에 대해 국민들의 양해를 구할 것"이라고 했다.

테러 방지용으로 주로 운용되는 신체검색기를 단지 마약소지 검색 만을 위해 별도로 운용하는 데 따른 인권침해 시비 등도 향후 논란 거리가 될 수 있다.

한편 정부는 마약범죄특별수사본부를 중심으로 전국 17개 시·도의 마약수사 실무협의체를 운영하고 사실상 1년 365일 상시 집중단속체계로 마약범죄 집중 수사 및 단속을 펼쳐나가기로 했다.

마약범죄에 대한 처벌도 대폭 강화할 방침이다. 정부는 마약류를 밀수·매매한 공급사범은 초범이라도 원칙적으로 구속 수사하고, 영리목적으로 마약을 상습 거래한 것으로 확인되면 최대 무기징역을 구형하도록 내부 지침을 내리기로 했다. 특히 영리 목적으로 미성년자에게 마약류를 공급하면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구형한다. 마약류를 단순 투약하거나 소지한 초범도 원칙적으로 재판에 넘기기로 했다.

의료용 마약류 관리체계도 개편한다. 정부는 의사가 처방시 준수해야 하는 처방·투약금지 기준을 강화하고 이른바 '뺑뺑이 마약쇼핑' 차단을 위해 처방시 환자 투약 이력을 반드시 확인하도록 의무화하기로 했다. 의료인 중독 판별을 제도화해 마약중독 의료인은 면허를 취소한다.

정부는 아울러 마약류 중독치료가 원활히 이뤄지도록 치료보호기관을 25개에서 내년 30개소로 확대하고 중독재활센터를 현재 3곳에서 내년 전국 17개소로 확대하는 등 치료·재활 인프라를 대폭 확충하기로 했다.

방기선 국무조정실장은 "마약청정국 지위를 회복하고 미래세대 아이들이 일상에서 마약을 접하지 못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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