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국방성 "모든 군사적 조치 회복"

2023-11-23 10:54:41 게재

9.19군사합의 전면 파기 선언 … 정찰위성에 대한 남측 대응에 강력 반발

북한이 23일 9.19 남북군사합의에 구속되지 않겠다며 이 합의에 따라 중지했던 모든 군사적 조치들을 즉시 회복한다고 밝혔다. 북한 정찰위성 3차 발사에 대응한 남측의 9·19군사합의 일부 조항 효력정지에 반발하며 사실상 전면 파기를 선언한 것이다.

북한이 로켓을 발사해 군사정찰위성을 우주궤도에 진입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주장한 22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주한미공군 오산기지에서 고공정찰기 U-2S가 착륙하고 있다. 평택=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북한 국방성은 이날 성명을 통해 "우리의 정찰위성 발사는 날로 우려스러워지는 조선반도 주변에서의 적들의 각이한 군사적 행동들을 엄밀히 감시하고 그에 철저히 대비하기 위한 자위권에 해당한 조치이며 합법적이며 정당한 주권행사"라며 "대한민국 것들은 북남군사분야합의서를 파기한 책임에서 절대로 벗어날 수 없으며 반드시 혹독한 대가를 치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국방성은 성명을 통해 3가지 원칙적 입장을 천명한다고 밝혔다. 국방성은 먼저 "지금 이 시각부터 우리 군대는 9.19북남군사분야합의서에 구속되지 않을 것이다. 상대에 대한 초보적인 신의도, 내외에 공언한 확약도 서슴없이 내던지는 대한민국 것들과의 그 어떤 합의도 인정할수 없으며 상종자체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다시금 내린 결론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북남군사분야합의에 따라 중지하였던 모든 군사적 조치들을 즉시 회복할 것"이라며 "지상과 해상, 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 군사적 긴장과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취하였던 군사적 조치들을 철회하고 군사분계선 지역에 보다 강력한 무력과 신형 군사장비들을 전진배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국방성은 "북남 사이에 돌이킬 수 없는 충돌사태가 발생하는 경우 전적으로 대한민국 것들이 책임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국방성은 "세계에서 가장 첨예한 군사적 대치 상태가 지속되고 있으며 사소한 우발적 요인에 의해서도 무력 충돌이 전면전으로 확대될 수 있는 가장 위험한 군사분계선 지역의 정세는 대한민국 정치 군사 깡패무리들이 범한 돌이킬 수 없는 실책으로 하여 수습할 수 없는 통제 불능에 놓이게 되었다"고 비난한 뒤 "도를 넘은 적들의 반공화국 대결광기로 하여 조성된 군사적 긴장상태는 우리가 만사를 제치고 강행하고 있는 핵전쟁 억제력 강화와 무력 현대화사업의 당위성과 정당성을 더욱 뚜렷이 립증해 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북한은 지난 21일 밤 군사정찰위성 1호기 '만리경-1호'를 성공적으로 발사해 궤도에 정확히 진입시켰다고 22일 발표했고, 우리 군은 이날 오후 3시를 기해 9.19 합의 1조 3항의 비행금지구역 설정에 대한 효력정지를 의결한 뒤 최전방에 감시정찰자산을 투입해 대북 정찰을 재개했다.

정찰위성 발사와 9.19합의 파기는 주변국과 국제사회에도 적잖은 파장을 미치고 있다.

미국 국무부는 22일(현지시간) 북한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대응해 한국 정부가 9.19 남북군사합의 일부 조항의 효력을 정지한 것에 대해 "북한의 지속적인 합의 위반에 대한 신중하고 절제된 대응"이라며 "남북군사합의는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하는 데 기여했으나, 북한의 합의 미(未)준수는 한국 안보에 감당할 수 없는 도전이 됐다"고 밝혔다.

또 "한국이 (합의) 이행을 중지하면서 군사분계선(MDL) 한국측 지역의 감시 및 정찰 활동이 복원될 것이며 이는 북한 위협에 대한 한국의 감시(monitor) 능력을 향상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러시아는 21일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발사는 사전에 예고된 것이었다고 규정하고, 한국이 보복 조치에 나서면 상황이 악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22일 브리핑에서 "북한이 예고했던 위성 발사를 단행했다. 이에 한국, 일본, 미국은 고통스럽게 반응했다"고 논평했다.

그러면서 9.19 합의 일부 효력을 정지한 남측 대응에 대해서는 "이 합의는 군사분계선 일대 안정을 유지하고 무장사고를 예방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이 모든 것은 대규모 분쟁으로 확대될 수 있다. 한국의 이런 조치는 유감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한반도 주변 긴장이 고조되는 것은 미국과 미국 동맹국의 공격적 군사 활동의 직접적 결과"라고 주장했다.

자하로바 대변인은 북한이 러시아의 지원을 받아 이번 위성을 발사했다는 의혹에 대해 "러시아와 북한이 불법으로 군사 기술 협력을 하고 있다는 서방의 지속적인 주장에는 증거가 없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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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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