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현동 수사, 법조비리로 확대되나

2023-11-28 11:06:43 게재

'수사무마 의혹' 전 검·경 고위간부 압수수색

백현동 개발비리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검·경 고위직 출신 변호사들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섰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기소로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보였던 검찰 수사가 법조 비리로 확대될지 주목된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반부패수사3부(김용식 부장검사)는 전날 고검장 출신인 임정혁 변호사와 총경 출신 곽정기 변호사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현직 변호사인 이들에게 각각 변호사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임 전 고검장과 곽 전 총경은 백현동 개발비리 의혹 관련 수사를 받던 민간업자 정바울 아시아디벨로퍼 회장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뒤 각각 검찰과 경찰 단계에서 수사 무마 로비 명목으로 금품을 수수했다는 의심을 받는다. 임 전 고검장은 수임료 명목으로 1억원대, 곽 전 총경은 7억원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백현동 개발비리 의혹은 이 대표가 경기도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던 2014년 4월~2017년 2월 분당구 백현동 옛 한국식품연구원 부지에 아파트를 짓는 과정에서 민간업자에게 특혜를 몰아줘 성남시에 손해를 끼쳤다고 의심받는 사건이다. 검찰은 지난 10월 이 대표를 배임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이에 앞서 백현동 민간업자인 정 회장은 아시아디벨로퍼 등 회사에서 총 480억원을 횡령·배임한 혐의로 지난 6월 구속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이 대표 기소로 일단락되는 듯 했던 백현동 개발비리 의혹 수사는 지난 1일 이 모 전 KH부동산디벨롭먼트 회장이 체포되면서 수사 무마 의혹으로 번지는 모습이다.

검찰은 정 회장으로부터 백현동 개발비리 의혹 수사를 무마해주겠다며 수차례에 걸쳐 13억원을 수수한 혐의로 지난 20일 이 전 회장을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이 전 회장 조사 과정에서 임 전 고검장과 곽 전 총경이 수사 무마 의혹에 연루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임 전 고검장은 대검찰청 공안부장, 서울고검장, 대검 차장검사 등을 지냈다. 2015년 법무연수원장을 끝으로 검찰을 떠나 변호사로 활동해왔다. 곽 전 총경은 경찰청 특수수사과장, 서울 광진경찰서장, 서울청 지능범죄수사대장 등을 지내고 2019년부터 변호사로 일해왔다.

두 사람이 검찰과 경찰의 고위 간부 출신이라는 점에서 수사 무마 청탁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법조계 신뢰에도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다만 이 전 회장이 정 회장으로부터 받은 13억원의 일부가 두 사람에게 전달됐는지, 정 회장이 변호사비 명목으로 수사 무마 로비용 자금을 건넸는지, 실제 수사단계에서 영향력 행사가 있었는지 등에 대해선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정 회장이 결국 구속기소된 것을 고려하면 영향력 행사가 있었더라도 수사 결과에 영향은 없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임 전 고검장은 정식으로 변호사 선임 계약을 맺고 정당하게 수임료를 받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압수물 분석을 마치는대로 임 전 고검장 등을 불러 사건 수임 경위와 실제 수사 무마가 있었는지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백현동 수사과정에서 새로운 의혹 정황이 포착돼 수사하는 것"이라며 "의혹에 대해 확인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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