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섭 수사' 마약 무마로 확대되나

2023-11-29 10:59:51 게재

처남댁, 마약수사 무마 의혹 폭로 파장

압수수색엔 수서경찰서 포함되지 않아

이원석 "잘못 되풀이않게 경계를" 강조

이정섭 검사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이 검사의 처남 마약 수사 무마 개입 의혹으로 수사범위를 확대할지 주목된다. 검찰은 제기된 의혹에 대해선 철저하게 수사한다는 입장이다.

29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이 검사가 처남의 마약 수사 무마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이 검사의 처남과 이혼 소송 중인 처남댁 강미정씨는 자신의 신상을 공개하고 언론과 연이어 인터뷰하면서 이같은 의혹을 제기했다.

강씨에 따르면 그가 남편인 조 모씨의 가정폭력과 대마 흡입을 112에 신고한 것은 지난 2월 6일. 하지만 신고를 받고 출동한 수서경찰서 경찰관들은 별다른 조치 없이 철수했다. 당시 조씨는 처음엔 간이검사에 응했으나 경찰이 지원 요청을 하는 사이 누군가와 통화하고는 검사에 불응했다고 한다. 경찰도 어디선가 걸려온 전화를 받고 추가 증거 확보 없이 철수했다고 한다.

강씨는 하루 뒤 수서경찰서에, 같은달 28일 서울경찰청에 정식으로 고발했지만 시료채취는 두달이 지난 5월말에 이뤄졌고, 6월 불송치 결정이 내려졌다.

강씨는 경찰에 고발하며 조씨의 휴대전화와 마약 카트리지를 제출했으나 증거로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수사관 교체가 반복되는 등 경찰 수사의 석연치 않은 점들을 제기하며 이 검사의 영향력이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강씨의 인터뷰를 통해 마약 수사 무마 의혹이 처음 제기된 것은 지난10월 말이었지만 이달 20일 본격화된 검찰의 강제수사 대상엔 포함되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형사1부(김승호 부장검사)는 이날 용인CC 골프장과 강원 춘천의 엘리시안강촌 리조트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같은 날 대검은 이 검사를 수원지검 2차장에서 대전고검 검사로 직무대리 발령했다. 마약 수사 무마 의혹의 핵심인 수서경찰서는 압수수색 대상이 아니었다.

이처럼 검찰의 압수수색이 골프장과 리조트에 맞춰진 것은 더불어민주당이 이 검사를 고발하면서 처남 마약 수사 무마 개입 의혹은 포함시키지 않았기 때문으로 관측된다. 민주당은 이 검사의 위장전입과 범죄경력 조회, 동료 검사들에 대한 처가 골프장 예약 편의 제공, 전 대기업 임원의 리조트 접대 의혹 등에 대해 지난달 18일 검찰에, 이달 10일에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한 바 있다. 민주당도 마약 수사 무마 개입 의혹에 대해 제보를 받았지만 검증이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해 고발 내용에서는 제외했다.

하지만 최근 마약 수사 무마 개입 의혹이 확산되는 만큼 검찰이 이 부분에 대해서도 강도 높은 수사에 나설지 관심이 모아진다.

이와 관련 수서경찰서 관계자는 "당시 당사자가 검사를 거부했고 강제로 수사할 상황과 단계가 아니었다"며 "강남 납치살인사건으로 한 달 정도 길어졌지만 정상적인 수사절차대로 엄정하게 수사했다"고 밝혔다.

이 검사는 강씨와의 인터뷰를 처음 보도한 뉴스버스에 "당시 (처남이) 나한테 전화를 한 일이 없다"며 "일체 관여도 않고, 관여할 일도 없다"고 해명한 바 있다. 이 검사에게 좀 더 자세한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한편 이원석 검찰총장은 28일 월례회의에서 "검찰의 일은 완전무결함을 지향해야 하지만 이 또한 모두 사람이 하는 일이라 문제가 없을 수는 없다"며 "겸손한 태도로 문제를 직시하고 바로잡아 잘못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엄한 경계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를 알면서도 짐짓 외면하는 것은 '하책'이고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예방책까지 마련하는 것은 '상책'이라고도 했다. 이는 이 검사가 각종 비위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는 상황을 염두에 둔 것으로 엄정한 수사와 재발방지책 마련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수사 상황에 대해선 얘기할 수 없다"며 "제기된 의혹은 철저하게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본홍 박광철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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