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장 선거개입' 유죄판결 파장

2023-11-30 11:16:55 게재

법원 '하명수사' 인정 … 송철호·황운하 징역3년 선고

문재인 청와대 도덕성 타격 … 국민의힘, 공세 나서

'경쟁후보 매수 의혹'은 무죄 … 임종석 등 재수사할까

법원이 문재인정부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송철호(사진) 전 울산시장과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등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법원이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청와대가 조직적으로 선거에 개입했다고 인정한 것으로 파장이 예상된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1-3부(김미경 부장판사)는 29일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송 전 시장과 황 의원에게 각각 징역 3년을 선고했다. 백 전 비서관은 징역 2년, 박형철 전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문 모 전 민정비서관실 행정관은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받았다. 송병기 전 울산시 경제부시장에게도 징역 3년이 선고됐다.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은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문재인 전 대통령의 오랜 친구로 알려진 송 전 시장의 당선을 위해 청와대가 조직적으로 개입했다고 의심받는 사건이다.

검찰은 송 전 시장을 2017년 9월 울산지방경찰청장이었던 황 의원에게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현 국민의힘 대표)관련 수사를 청탁한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은 송 전 부시장이 전달한 김 전 시장의 비위 정보를 문 전 행정관이 범죄첩보서로 작성했고, 백 전 비서관과 박 전 비서관을 거쳐 황 의원에게 전달돼 '하명수사'가 이뤄졌다고 봤는데 법원은 이 부분을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황 의원이 김 전 시장 주변 수사에 미온적인 경찰관들을 부당하게 인사조처한 혐의도 유죄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수사를 청탁한 점이 인정된다"며 "경찰 조직과 대통령 비서실의 공적기능을 정치적 이익을 위해 사적으로 이용해 투표권 행사에 영향을 미치려 한 선거개입 행위는 죄책이 매우 무겁고 엄중한 처벌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할 공익사유가 매우 크다"고 선고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다만 송 전 시장과 송 전 부시장이 이진석 전 청와대 사회정책비서관과 장환석 전 균형발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에게 김 전 시장의 핵심공약인 산업재해모병원 사업의 예비타당성 조사 발표를 연기해달라고 부탁한 혐의에 대해선 입증이 되지 않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송 전 시장의 당내 경쟁자였던 임동호 전 민주당 최고위원에게 경선 포기 대가로 공직을 제안한 혐의로 기소된 한병도 민주당 의원도 무죄 판결을 받았다.

1심 판결이기는 하지만 법원이 청와대의 조직적인 선거개입이 있었다고 판단함에 따라 문재인정부의 도덕성은 타격을 입게 됐다.

1심 판결이 나오자 국민의힘은 "2018년 6월 지방선거에서 청와대는 그 어느 때보다 조직적이고 일사불란했다"며 "이제 국민들의 시선은 이 모든 불법에 대한 최종 책임자, 문재인 전 대통령을 향하고 있다"고 공세를 폈다.

송 전 시장 등은 1심 선고에 반발하며 즉시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송 전 시장은 "황 의원과 처음 만난 자리에서 특정인을 수사해 선거에 유리하도록 모의했다는 너무나 일방적인 주장을 (재판부가) 그대로 수용했다"며 "향후 재판을 통해 진실이 밝혀지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 의원도 "납득할 수 없는 판결"이라며 "법원이 오판한 부분을 잘 분석해 항소심에서 소명하면 무죄가 선고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했다.

검찰이 울산시장 선거개입 배후로 의심하는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 전 청와대 고위인사에 대한 재수사에 착수할지도 주목된다.

앞서 검찰은 송 전 시장이 당내 경선 없이 민주당 울산시장 후보로 단독 공천받도록 경쟁자인 임 전 최고위원에게 경선 불출마를 종용한 혐의로 임 전 실장과 조 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 이광철 전 민정비서관 등을 수사했지만 기소하지 않았다. 강한 의심이 들지만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이유에서였다.

검찰이 이들을 불기소 처분하자 국민의힘은 곧장 항고했다. 고검은 항고 타당성 여부를 검토해 일선지검에 재기수사를 명령하거나 기각할 수 있다. 서울고검은 그동안 재판 결과를 기다려보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1심에서 수사청탁 의혹은 유죄로 인정한 반면 임 전 최고위원 매수 의혹은 무죄로 판단한 만큼 서울고검은 이같은 선고 결과를 분석해 혐의와 당사자별로 재기수사 명령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관측된다.

구본홍 서원호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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