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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자주 접하게 될 용어 '인공일반지능(AGI)'

2023-11-30 11:52:01 게재
이해성 내일e비즈 CTO/부사장

오픈AI 영리법인의 CEO였던 샘 앨트먼의 해임, 마이크로소프트로의 이적, CEO 재취임은 최근 세계적인 화젯거리였다. 무명 엔지니어가 챗GPT라는 히트상품으로 세계적인 경영자로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할 무렵 발생한 일련의 해프닝으로 앨트먼은 이제 스티브 잡스, 빌 게이츠, 마크 저커버그, 제프 베조스, 세르게이 브린, 래리 페이지, 사티아 나델라 만큼이나 유명한 IT 경영자로 인식되게 되었다.

그런데 며칠 사이에 숨가쁘게 발생한 쿠데타와 진압과정을 바라보는 시각도 여러가지다. 겉으로는 속도전을 주장하던 앨트먼과 속도조절을 주장하던 공동창업자이자 핵심 개발자인 일리야 수츠케버와 이를 지지하는 비영리법인 이사들의 충돌로 보인다. 그런데 실상은 세계적인 이목과 이를 발판으로 투자를 쉽게 받기 위한 자작극이라는 시각도 있다.

여하튼 이번 해프닝으로 앨트먼에 비판적이던 비영리법인의 존재감 없던 이사들이 축출되었고 영리법인의 CEO 앨트먼을 지지하는 이사들이 영입돼 마이크로소프트와의 협력이 더욱 공고화될 것 같다. 특히 엄청난 투자를 감행한 마이크로소프트 등 투자자들의 영향력이 오픈AI의 복잡한 지배구조 때문에 비상식적으로 축소되는 현상을 바꾸기 위한 시도도 있을 것 같다.

챗GPT4에 AGI라는 수식어가 붙은 이유

이와 더불어 이 사건의 근본 원인이라고 일부에서 주장하는 '인공일반지능(AGI, 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도 살펴봐야 한다. GPT4에 AGI라는 거창한 용어를 붙여준 것을 보면 마케팅 전략 외에도 무언가 차별화되는 기능도 있을 것 같다.

사실 인공지능을 공부했던 엔지니어 입장에서 보면 AGI보다 겸손한(?) 용어로 멀티모달 인공지능(Multi-Modal AI)이라는 말이 더 적절해 보인다. Multi-Modal은 주로 통계학의 분포곡선(Distribution)에서 봉우리가 정규분포(Gaussian Normal Distribution)처럼 1개가 아니라 2개 이상인 경우를 칭하던 용어인데, 인공지능 분야에서는 하나의 AI 프로그램이 '영상 인식' '음성 인식'과 같이 서로 상이한 2개 이상의 영역에서 동시에 사용 가능함을 의미한다.

즉 거대언어모델(LLM, Large Language Model)에서 이제는 대화 작문 번역 등 자연어처리(NLP, Natural Language Processing)뿐만 아니라 음성인식(STT, Speech To Text), 음성합성(TTS, Text To Speech), 영상인식까지 동시에 처리하는 것을 최근 Multi-Modal이라는 말보다는 AGI라는 용어로 표현하기 시작했다.

AGI는 기존 인공지능 연구자들 사이에서 사용되던 강인공지능(Strong AI)을 연상시킨다. 기존에는 단순히 한가지 기능만 수행하는 AI를 약인공지능(Weak AI)이라 부르고, 영화 터미네이터의 스카이넷 같은 전지전능한 AI를 강인공지능이라 불렀다. 그러다 보니 AGI라는 이름만으로도 꽤나 공포스러운 느낌을 줄 수도 있다.

어쨌건 최근의 인공지능에 꽤 우려스러운 부분이 분명히 존재한다. 인류를 지배할 가공할 존재가 탄생해서가 아니라 아직도 인공지능에 오류가 꽤 많다는 점에서다. LLM만 하더라도 생성한 문장이나 번역한 문장이 관례적 구문이 아닌 경우에는 완벽하지 않은 경우들이 많고, LLM이 만들어낸 프로그램 코드는 숨은 버그를 가지고 있거나 아예 제대로 동작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한 게 현실이다.

뿐만 아니라 현재까지 유일하게 제대로 해결했다고 믿어지던 영상인식 분야에서도 영상이미지가 단지 몇개의 점들로 오염만 되더라도 갑작스레 인식이 잘 안되는 현상들도 보고됐다. 더구나 인공지능의 저작권 침해에 불만을 가진 저작권자들이 자신들의 글, 그림과 같은 작품에 약간의 수정을 가해서 인공지능이 이를 학습을 하면 꽤 큰 오류를 출력하게 만드는 일종의 독을 일부러 방출하고 있다.

기술수준보다 앞서나가는 용어와 마케팅

요약하자면 인공지능의 현 수준은 △발전하고 있는 AI기술 △아직까지 정확도를 너무 신뢰하면 안되는 AI △그렇지만 정확도보다는 창의성(그림, 글 등)을 요구하는 분야에 상당한 파괴력을 보여줄 것 같은 AI △이로 인해 앞으로 발생할 심각한 저작권 관련 분쟁들 △현재 기술 수준보다 앞서나가는 용어·마케팅남발 등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