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터널 통행료 '시내 방향만' 징수 가능성 커져

2023-11-30 11:04:27 게재

징수·폐지 놓고 논란가중

주변 자치구는 면제 요구

남산터널 혼잡통행료 유지를 놓고 논란이 가중되는 가운데 강남에서 도심으로 진입하는 방향만 징수하는 쪽으론 결론 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30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다음달 남산터널 혼잡통행료 정책을 논의하는 공청회를 계획 중이다. 시가 내부 검토를 벌인 결과 남산터널 일대는 녹색교통진흥지역으로 지정돼 있어 현행법상 혼잡통행료를 아예 없애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최근 서울시 안팎에선 남산터널 혼잡통행료를 두고 찬반 의견이 팽팽했다. 1996년 도입된 현행 혼잡통행료의 효과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주를 이룬다.

다만 징수 유지쪽은 도심 교통혼잡 완화를 위해 현재보다 통행료를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통행료 폐지 쪽은 낡고 교통량 분산 효과가 적은 제도인 만큼 이번 기회에 없애자고 주장한다.

터널 주변 자치구들의 폐지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중구 용산구 강남구 등에서는 적어도 자기 지역 주민들에 대해선 통행료를 면제해야 한다는 주장을 편다. 차와 사람 모두 왕래가 활발해야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되고 주민들 이동 편의도 증진되는데 통행료가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혼잡통행료 징수가 불가피하다는 시의 입장과 폐지를 원하는 의견이 맞서면서 일방향만 징수하는 쪽으로 결론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당초 남산터널 혼잡통행료가 만들어진 취지에 맞게 강남에서 도심으로 진입하는 방향에 대해서만 징수를 하는 방식이다. 강남에서 시내로 향하는 방향의 통행료를 받지 않으면 을지로와 퇴계로 등 도심권 혼잡도가 올라간다.

남은 일정은 공청회와 지방교통위원회다. 현재 2000원인 통행료를 계속 유지할지도 시민과 전문가 의견 등을 종합해 결정할 방침이다.

앞서 시는 혼잡통행료가 도심 진입 차량을 줄이는게 효과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실험을 실시했다. 실험 결과 남산터널 통행량은 평소 혼잡통행료 징수시간대(오전 7시~오후 9시) 기준 7만5619대였으나 강남 방향을 면제한 1단계(3월 17일~4월 16일)에선 7만9550대로 약 5.2%, 양방향을 면제한 2단계(4월 17일~5월 16일)에서는 8만5363대로 12.9% 증가했다. 2단계 실험에서 통행속도는 도심지역의 경우 직접 영향권에 속하는 도로인 삼일대로와 소공로 도심 방향에서 각각 9.4%, 13.5% 줄었다.

혼잡통행료 폐지 여부를 현장 실험을 통해 분석한 것은 사회적 갈등을 줄이는데 보탬이 된 것으로 평가된다. 실험 결과 정책 효과가 비교적 뚜렷하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공개적인 실험을 통해 나온 데이터를 바탕으로 방향을 정한 만큼 시민들을 설득하고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논란을 줄이는 데 기여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서울시가 지난 9월 한달간 혼잡통행료 징수 정책에 대한 시민 의견을 묻는 온라인 투표를 진행한 결과 '징수 효과가 있다'는 의견이 우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강남 방향은 교통량이 증가하더라도 12차로 한남대교와 강변북로 등으로 분산돼 통행량 증가에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었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통행료 징수를 유지하자는 의견은 서울시 뿐 아니다. 서울환경연합 등 시민단체들 역시 남산터널 혼잡통행료 징수를 유지하는 쪽에 찬성하고 있다.

하지만 유지 쪽으로 결론이 나더라도 통행료를 당장 인상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시는 최근 지하철 요금을 300원 인상하려다 물가 인상에 영향을 끼친다는 여론이 우세해지면서 150원씩 두번에 나눠 인상하는 쪽으로 선회하기도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민과 전문가 의견, 실험 결과 등을 폭넓게 반영해 합리적인 방안을 도출할 것"이라며 "다음달로 예정된 공청회에서 찬반 의견이나 통행료 인상 또는 유지 의견 등을 모두 반영한 공개 토론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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