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 '유죄' … 이재명 재판 험난 예고

2023-12-01 11:21:52 게재

법원, 불법자금 6억7천만원 수수 판단 징역 5년 선고

'이' 재판 불리하게 작용 … 유동규 '입' 구체성 관건

법원이 대장동 특혜 의혹 관련 사건 첫 판결에서 유죄를 선고함에 따라 관련 혐의를 받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재판과 수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법원이 대장동 특혜의 실체를 인정하고 의혹의 근거가 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의 증언을 상당부분 받아들였다는 점 등에서 이 대표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3부(조병구 부장판사)는 전날 정치자금법 위반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 혐의로 기소된 김 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에게 징역 5년과 벌금 7000만원을 선고하고 6억7000만원 추징을 명령했다.
'불법 정치 자금' 김 용 법정 구속 | 대장동 민간업자들에게서 불법 정치자금과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김 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며 지지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이날 선고공판에서 김 전 부원장은 징역 5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앞서 검찰은 민주당 대선 예비경선 전후인 2021년 4~8월 유씨, 정민용 변호사와 공모해 대장동 민간업자인 남 욱씨로부터 4차례에 걸쳐 대선자금 명목으로 8억4700만원을 받은 혐의 등으로 김 전 부원장을 기소한 바 있다.

재판부는 이 가운데 6억원이 김 전 부원장에게 전달된 것으로 판단했다. 나머지 2억4700만원 중 1억4700만원은 유씨가 사용했고, 1억원은 남씨가 다시 찾아간 것으로 봤다.

재판부는 또 김 전 부원장이 2013년 4월 성남시의회 도시건설위 상임위원으로 재직하면서 대장동 개발사업 관련 편의 제공 등의 대가로 7000만원의 뇌물을 받은 것으로 판단했다.

이번 판결은 재판이 진행 중인 대장동 특혜 의혹 관련 사건 중 법원이 판단을 내린 첫 사례다. 김 전 부원장의 혐의가 대부분 유죄로 인정됨에 따라 대장동 일당과의 유착관계를 부인해온 이 대표로서는 난처한 처지에 놓이게 됐다.

김 전 부원장은 이 대표가 "측근이라면 정진상, 김 용 정도는 돼야하지 않나"라고 했을 정도로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꼽힌다. 김 전 부원장은 성남시의회 의원, 경기도청 대변인, 이 대표 대선캠프 총괄본부장 등을 지내며 지근거리에서 이 대표를 보좌해왔다.

무엇보다 재판부가 대장동 특혜 의혹의 실체를 인정했다는 점에서 향후 이 대표의 재판에 불리하게 작용할 공산이 크다.

재판부는 "이 사건은 지방의회 의원 김 용과 개발사업을 관장하는 성남도시개발공사 실세 유동규가 민간업자 사이에서 장기간에 걸쳐 인허가를 매개로 금품수수를 통해 밀착해 유착한 일련의 부패범죄"라고 규정했다. 또 "유동규·김만배 등 민간업자들의 관여로 인해 공정하게 진행되어야 할 공공개발에 있어 지방의회 다수당의 이의가 있음에도 비정상적 정치적 개입을 통해 공사가 설립됐다"며 "이후 공사가 민간업자들의 이권 개입의 통로가 됐으며, 지역주민과 공공에 돌아갔어야 할 개발이익의 상당 부분이 민간업자들에게 귀속되는 결과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이 대표측이 '공사를 통해 민간으로 돌아갈 이익을 공공이 환수했다'고 주장해왔던 것과 배치된다.

재판부가 유씨 진술의 신빙성을 상당부분 인정한 것도 이 대표에게는 부담이다.

김 전 부원장측은 검찰이 제시한 유일한 증거가 유씨의 진술인데 그의 증언 내용이 수차례 바뀌었다는 점에서 배척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재판부는 "유씨가 일부 일시 등을 부정확하게 진술하긴 했으나 비본질적인 차이"라며 "주요 부분에 대해선 비교적 일관되게 진술하며 자금 전달 당시 감각적 경험에 대해 세밀하게 진술하는 점 등을 종합하면 신빙성이 낮지 않다"고 판단했다.

유씨의 진술은 이 대표 재판에서도 주요 혐의의 근거가 되고 있다. 유씨는 이날 선고 이후에도 "주위에 있는 사람들은 이재명을 위한 도구였다"며 "수혜자는 이재명"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이 대표의 대장동 관련 혐의를 심리하는 재판부는 다른 곳이어서 대장동 의혹 실체나 유씨 진술의 신빙성에 대한 판단은 바뀔 수 있다.

김 전 부원장측 김기표 변호사는 선고 직후 "저희는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일이 없는데 (유죄) 선고가 난 것을 납득할 수 없다"며 항소할 뜻을 밝혔다. 그는 "재판부가 전반적으로 유동규 진술을 신빙할 수 없는 것 아니냐 하면서도 개별적으로 각 사건에서 신빙성을 인정한 것은 그 자체로 모순"이라며 "그런 점들을 항소심에서 잘 밝혀나가도록 하겠다"고 했다.

검찰은 판결문 내용을 분석해 향후 대응방향을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검찰이 주장한 사실관계가 대부분 인정받았고 유씨 진술도 상당부분 신빙성이 인정됐다"며 "의미가 있는 만큼 차분히 판결문을 분석한 후 어떻게 대응할지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김 전 부원장이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사실관계가 인정됨에 따라 이 대표의 선거자금 등 사용처에 대한 수사로 이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한편 법원은 이날 남씨에게는 징역 8개월, 유씨와 정씨에게는 무죄를 선고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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