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혁신 이끄는 적극행정 | (1) 성공 확률 높이는 사전컨설팅

5년간 311건 발굴, 시민 '속앓이' 해결했다

2023-12-01 12:22:22 게재

규제·현행법에 막힌 사각지대 찾아

행정경계 허무는 발상전환, 혁신 동력

시민의 쓰린 속을 달랜 서울시 적극행정에 관심이 모인다.

1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 동대문구에 위치한 ㄱ건물은 무허가건축물로 건물주가 사망하고 자녀들도 상속을 포기하면서 주인이 없는 상태가 됐다. 주인이 없는 부동산은 국가 소유이지만 건축물대장이 없다는 이유로 국가는 귀속 절차를 이행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건물에 세들어 살던 3명의 세입자는 보증금을 받을 길이 사라졌다. 문제는 해당 건물이 너무 낡아 하루 하루 안전 문제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었다. 임차인들이 보증금 반환이 이루어질 때까지 퇴거를 미루겠다며 계속 거주 의사를 고집했기 때문이다.

보다못한 서울시가 나섰다. 시가 국가 지위를 대신해 임차인들 전세보증금을 먼저 돌려주고 퇴거를 유도한 뒤 추후 건축물 철거 등을 통해 민원을 해결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의지만으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었다. 주인없는 건축물에 대한 귀속 절차를 이행하지 않는 국가를 상대로 무단 점유 변상금을 부과하거나 안전 문제 때문에 철거가 이루어질 경우 국가에게 철거비를 청구하는 등 적극적인 행정 행위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서울시 감사담당관 소속 적극행정팀은 해당 부서의 이 같은 시도를 적극행정으로 판단했다. 법률적 문제와 행정 절차상 문제는 없는지 검토에 착수했고 시민 안전을 우선해 시가 국가를 대신해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우선 지급하고 건축물을 신속하게 철거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전부가 찬성한 것은 아니었다. 사전컨설팅팀은 나중에 발생할 수 있는 분쟁 소지를 없애기 위해 정확한 사실관계 확인과 꼼꼼한 업무 집행을 당부했다. 반환금 수령 주체와 관련해 시 해당부서 및 해당 구청의 정확한 사실조사, 권리관계 분석, 법령 검토를 통해 반환금이 권리자에게 지급될 수 있도록 철저하게 검토하는 것을 조건으로 달았다.

기존 법·행정 체계의 경직된 적용에 따라 사고 우려가 커지던 ㄱ건물 사태는 해결의 실마리를 잡았다. 동대문구는 보증금 지급 관련 권리 관계 확인에 나섰다.

서울시 도시정비과는 지난달 시 예산(체비지관리 소요경비)을 선집행해 임차인들에게 보증금을 지급했다. 현재 세입자는 이사갈 집을 찾고 있다. 서울시가 적극 행정으로 문제를 풀었지만 현행법은 준수해야 한다. 해당 건물은 엄연히 국가 소유이고 세금을 들여 보증금을 선지급한 셈이기 때문이다. 시는 국가를 상대로 전세보증금 반환청구, 건축물 철거 요청, 변상금 부과 등 후속 조치를 진행 중이다.

서울시가 적극행정을 통해 장애인 등 몸이 불편한 운전자들이 손쉽게 전기차 충전을 할 수 있는 로봇충전기를 개발, 본격 보급을 앞두고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사진 서울시 제공

◆장애인 위한 전기차 로봇충전기도 개발 = 서울시는 새로운 행정수요와 사회변화에 선제 대응하기 위해 시민의 생활편의를 증진하거나 불편을 해소하는 적극행정을 말 그대로 '적극' 권장하고 있다. 최근 5년간 311건의 사례를 발굴·진행했고 매년 상·하반기 우수사례를 선정, 직원들 참여를 독려 중이다.

시민들 앓는 이를 빼주는 일이 우선이지만 참신함이 돋보이는 아이디어도 다수 발굴했다. 친환경차량과는 급증하는 전기차 충전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약 23억원의 민간 투자를 유치하고 대규모 전기차 충전시설(201개)을 구축했다. 특히 교통약자의 충전 편의를 돕기 위해 무인로봇충전시스템을 개발, 실증사업을 벌이고 있다.

사전컨설팅은 적극행정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지뢰'를 미리 제거하는 작업이다. 중앙정부나 현행법과 충돌은 없는지, 부서 간 업무영역 중복으로 인한 문제는 없는지 등을 전문적 상담을 통해 사전에 검증, 힘들여 벌인 사업이 무위에 그치는 일을 줄이고 적극행정의 성공 확률을 높이는 데 톡톡히 기여했다.

서울교통공사가 기존 법으로는 설치할 수 없던 1.5m 이내 좁은 승강장에 승강기를 설치할 수 있었던 것도 사전컨설팅 역할이 컸다. 규격과 공법에 대한 검토를 거쳐 설치 가능성을 타진했고 도시철도건설규칙 개정까지 이끌어냈다.

사전컨설팅을 담당하는 서울시 감사위원회 관계자는 "각종 규제나 불명확한 법령으로 적극적인 업무 추진이 불가능한 경우, 사전컨설팅 제도나 적극행정 의견제시 제도 등을 통해 업무가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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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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