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시의회 예산갈등 '아슬아슬'

2023-12-05 10:53:51 게재

시의회 오세훈표 예산 대폭 '싹둑'

TBS 지원 조례 연장 놓고 대립각

서울시와 서울시의회의 예산안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시의회는 오세훈표 예산을 대폭 삭감했고 서울시는 이에 반발, 양측 힘겨루기가 거셀 전망이다.


5일 내일신문 취재에 따르면 서울시와 서울시의회는 최근 상임위에 이어 예결위의 예산안 심의를 진행했다. 5일과 6일 교육청 심의를 진행하면 예산 심의 마지막 단계인 계수조정에 돌입하게 된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주축인 서울시의회는 만만치 않은 예산 심의를 벌이고 있다. 오세훈표 주요사업 예산이 곳곳에서 삭감되는 등 전운이 감돈다. 대표적 분야가 서울런이다. 시의회 행정자치위원회는 시가 제출한 내년 서울런 예산 172억원 가운데 무려 51억원을 감액했다. 서울런은 취약계층 아동·청소년에세 온라인 교육 콘텐츠를 제공하고 멘토링을 통해 학습관리부터 정서적 문제까지 지원하는 사업이다. 서울런은 오 시장의 공약사업 중 하나이기도 하다.

시의회는 오 시장의 또다른 역점사업인 서울형 헬스케어 사업 예산도 삭감했다. 44억원 중 7억5000만원을 깎아 37억원으로 예산이 줄었다. 그레이트 한강은 오 시장이 서울관광객 3000만명 시대를 선언하며 힘을 쏟는 사업이다. 시의회는 여기에도 칼을 댔다. 여의도 선착장 기반시설 확충을 위한 초기 투자 예산 3억5000만원은 0원으로 돌렸고 그레이트 한강사업 일환인 한강공원 접근성 개선 사업 예산 12억원 중에서는 7억원을 잘랐다.

서울시는 시의회 칼질에 뒤통수를 맞았다는 분위기다. 국민의힘이 주축인 시의회가 오 시장 역점사업을 사사건건 발목 잡고 있다는 것이다. 시 내부에선 "시의회는 청년수당 예산 602억원 중 600억원을 감액했다. 사실상 사업을 접으라는 것"이라며 "올해 8년차를 맞은 청년수당은 수많은 청년들 인생을 바꿔 놓은 사업이다. 단순한 수당 지원에 그치지 않고 진로적성검사, 직무별 현직자 특강 등 구직활동에 도움이 되는 비금전적 프로그램 지원도 강화됐는데 전액 삭감은 무리한 처사"라는 불만이 나온다.

해결 기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시의회는 당초 시가 제출한 조직개편안을 보류했다. 도시계획국을 도시공간본부로 격상시켜 오 시장이 추진하는 고밀도심복합개발을 주도하려는 계획이지만 담당 상임위인 기획경제위원회에서 이를 보류시켰다. 하지만 시의회는 실랑이 끝에 일단 조직개편안을 통과시켰다. 불필요한 논쟁으로 예산 심의 전체 판을 뒤흔들 필요는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달도 채 남지 않은 기간 동안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질 전망이지만 핵심은 TBS 문제가 될 것이란 게 시 안팎의 관측이다. 현재 서울시와 시의회는 TBS 지원금 폐지 조례안을 두고 극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시는 퇴직금 지급 근거 마련을 위해서라도 폐지 조례안 시행을 내년 1월 1일에서 6개월 연기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시의회는 연기가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TBS 문제가 올해 예산 통과의 관건이 될 것"이라며 "현재까진 접점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소관 상임위인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오는 19일 관련 안건 논의를 위한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만약 시의회가 시가 요청한 지원폐지 조례 연기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TBS는 올해 말을 기점으로 문을 닫아야 할 상황이다. 지원 조례가 폐지됨에 따라 내년 1월부터 아예 출연금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시의회에서 연기 조례가 통과돼야 매각에 필요한 협상 시간과 정리에 들어가는 비용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게 시의 주장이다. 지난달 27일 정태익 TBS 대표이사와 박노항 이사장은 공동명의로 낸 입장문에서 "효율적인 조직 재구성과 민영화 준비를 위한 최소한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시의회에 호소했다. 그러면서 폐지 조례안 시행을 내년 7월로 6개월만 미뤄달라고 요청했다. 더불어민주당 시의원 30명은 해당 조례안의 시행을 2년 6개월 연기하는 조례안을 공동발의하기도 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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