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압수수색 '과잉' 논란

2023-12-06 11:15:11 게재

압수수색 상점 주인 실종 후 발견

14번째 압수수색에 경기도 강력 반발

조희대 "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검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과 관련해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은 상점 주인이 실종되는 일이 벌어졌다. 그는 수 시간 만에 무사히 발견됐지만 검찰의 압수수색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6일 경찰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수원시 매산동에 있는 한 세탁소 주인인 60대 A씨가 실종됐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A씨의 딸은 "아버지와 연락이 닿지 않는다"며 112에 신고했다.

검찰, '이재명 법인카드 유용 의혹' 관련 경기도청 압수수색│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관련한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강제수사에 돌입했다. 수원지방검찰청 공공수사부(김동희 부장검사)는 지난 4일 경기도 수원시와 의정부시에 있는 경기도청 남부청사와 북부청사 등을 압수수색했다. 사진은 4일 오후 압수수색이 진행 중인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 모습. 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CC(폐쇄회로)TV 등을 토대로 추적에 나서 4시간여 만에 전북 익산시 한 모텔에서 A씨를 발견했다. 발견 당시 A씨는 건강에 별다른 이상이 없는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A씨가 운영하는 세탁소는 이 대표의 경기도지사 시절 법인카드 사용처 중 한 곳으로 파악돼 수원지방검찰청의 압수수색을 받은 곳으로 알려졌다. 그는 실종 전 휴대전화를 통해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메모를 남겼다고 한다.

앞서 수원지검 공공수사부(김동희 부장검사)는 지난 4일부터 경기도청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 압수수색 대상엔 경기도 법인카드가 사적으로 사용한 곳으로 지목된 식당과 과일가게 등 상점들도 포함됐다.

경기도에 따르면 김동연 지사 취임 이후 검찰과 경찰로부터 압수수색을 받은 건 이번이 14번째다. 이 대표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과 관련해서는 이번이 처음이지만 검찰은 이 대표의 배우자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과 관련해 이미 2차례 경기도청을 압수수색한 바 있다.

거듭된 압수수색에 경기도는 '과잉 수사'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수원지검의 압수수색이 시작된 지난 4일 김동연 지사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의 과잉수사, 괴롭히기 수사, 정치수사에 강력한 유감과 경고를 표한다"며 "경기도청에 대한 검찰의 도를 넘는 업무방해를 중단해 달라"고 촉구했다.

그는 "취임 후 경기도청에 대한 압수수색이 집행 기준으로 14번, 날짜로 따져보니 54일간이었고 약 7만건의 자료를 이미 압수수색한 바 있다"며 "법인카드와 관련해서도 오늘까지 총 세 차례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도대체 작년 7월에 취임한 저와 비서실 보좌진들이 전임 지사 법인카드와 무슨 관계가 있느냐"며 "이번 압수수색은 철 지난 재탕, 삼탕 압수수색"이라고 검찰을 강하게 비판했다.

검찰의 과잉 압수수색 논란은 조희대 대법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도 이어졌다.

민주당 진성준 의원은 경기도청 압수수색과 관련해 "동일 사건, 동일 대상을 상대로 한 압수수색이 반복적으로 계속되는 게 적절한가"라고 물었고, 조 후보자는 "구체적으로 영장 발부 내용에 대해 아는 바가 없기 때문에 이 사건에 대해 말씀드리기 어렵다"면서도 "가능하다면 수사가 단기간에 일회적으로 끝나는 게 원칙"이라고 답했다.

조 후보자는 수사기관의 광범위한 압수수색을 통제하기 위한 압수수색 영장 사전심문제 도입을 검토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제도는 검찰이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하면 판사가 피의자 등 사건 관계인을 심문한 뒤 영장 발부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는 제도다.

"압수수색 영장이 청구되면 검사에게 왜 영장을 청구했는지 물어보고 (피의자 등을) 사전에 심문하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민주당 서영교 의원 지적에 조 후보자는 "최근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조서의 증거능력이 약화되면서 압수수색의 필요성이 증대된 건 틀림없는 사실이나 그 과정에서 문제점이 있는 것도 드러났다"며 "대법원장에 취임하면 이를 공론화시켜 논의해보겠다"고 말했다.

실제 '2023 사법연감'에 따르면 작년 전국 법원에 청구된 압수수색 영장은 총 39만6807건으로 전년 34만7623건에 비해 4만9184건(14.1%)이나 증가했다. 법원은 이 중 36만1613건을 발부해 발부율이 91.1%에 달했다.

이처럼 압수수색 영장 청구 건수가 증가하고 법원의 발부율 또한 높아 국민 기본권 침해 등의 우려가 제기되자 법원은 지난 2월 압수수색 영장 사전심문제도를 도입하는 내용의 형사소송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하지만 검찰의 반발로 실행이 유예된 상태다.

검찰 관계자는 "조 후보자의 발언은 원론적인 필요성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며 "심문 제도의 속성상 누구를 부르고 기일을 잡다보면 수사의 밀행성, 신속성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구본홍 김선일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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