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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지지도가 말하는 총선 경쟁력

2023-12-07 11:32:48 게재
심재웅 여론조사 전문가

정당지지도는 주가지수와 비슷하다. 시장상황에 따라 주가가 등락하듯 정치환경에 따라 정당지지도도 오르내린다. 그러나 길게 보면 주식시세가 기업의 내재적 가치를 따라가듯 정당지지도 역시 여당 야당의 본원적 경쟁력을 반영한다.

그런데 매주 발표되는 정당지지도는 변동성이 있고 조사마다 달라서 해석하기 어렵다. 한가지 방법은 정당지지도를 월간 단위로 집계하는 것이다. 한국갤럽은 4~5주의 조사결과를 종합해 월별통계를 산출한다.

정당지지도를 월 단위로 집계하면 응답자가 4000~5000명으로 늘어나고 표본오차는 1.5%p내로 줄어든다. 표본오차로 인한 변동폭이 좁아지고 조사결과는 그만큼 안정적이다. 유권자 세그먼트별 해석도 가능하다. 주간 조사는 유권자 세그먼트가 100~200명 정도지만 월간 조사는 400~800명 이상으로 커진다.

한국갤럽이 11월 1~5주 휴대전화 가상번호 전화면접(CATI) 조사를 통합한 정당지지도는 집권여당과 거대야당의 경쟁력을 다각적으로 보여준다. 그중에서 내년 총선에 영향을 주는 핵심 지표는 9가지다. (데일리 오피니언 567호 참조)

20대 남성은 여당, 20대 여성은 야당 우세

첫번째 지표는 수도권 경쟁력이다. 서울은 국민의힘이 7%p 우세이고, 경기 인천은 민주당이 3%p 앞서 있다. 한강 벨트, 수도권 벨트에서 모두 승리하지 못하면 여당이든 야당이든 총선에서 과반수를 확보하기 어렵다. 수도권 다음 경합지역은 충청과 PK다. 충청은 민주당이 7%p 앞서고 PK는 국민의힘이 11%p 우세다. 국민의힘이 낙동강 벨트를 지키더라도 대표적인 스윙보터 지역인 중원에서 밀리는 것은 여당에게는 반가운 소식은 아니다.

20대 청년층의 50%는 지지하는 정당을 선택하지 않았다. 여당 야당 모두 청년 유권자의 신뢰와 기대를 얻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지표다. 지지 정당이 있는 청년만 보면 야당을 선택한 비율이 5%p 더 많다. 청년 유권자의 정치적 입장은 남녀 간에 현격한 차이가 있다. 20대 남성은 여당 선택비율이 13%p 높지만 20대 여성은 야당 선택이 26%p 높다. 청년 유권자의 남녀 간 간극은 우리나라 정치가 풀어야 할 숙제다.

먹고사는 문제가 중요한 민생 유권자는 자영업, 기능·노무·서비스 종사자, 전업주부다. 자영업은 내수경기에, 기능·노무·서비스 종사자는 고용이슈에, 전업주부는 생활물가에 민감하다. 자영업은 민주당이 4%p 앞서 있고 기능·노무·서비스 종사자도 6%p 민주당 우세다. 전업주부만 국민의힘이 21%p 앞선다. 민생이 중요한 유권자는 스윙보터다. 민생 정책과 맞춤형 공약이 공략 포인트다.

보수 진보의 결속력, 확장성도 중요한 지표다. 상대 결속력은 보수 진영이 약간 우세다. 보수 유권자의 67%가 여당을 지지한다. 반면 진보 유권자는 64%만 야당을 지지한다. 중간지대 확장성은 민주당이 앞서 있다. 중도성향 유권자는 야당 지지가 8%p 더 높다. 반면 '탈이념형' 유권자 중에서는 국민의힘이 10%p 우세다. 총선국면에서 이념논쟁으로 여당이 이득을 볼 수 있는 여지는 제한적이다.

대통령 국정운영에 대한 부정평가는 58%다. 야당은 얼마나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을까? 국정운영 부정평가자 중 민주당을 지지하는 비율은 53%다. 야당은 정권심판론 구호만으로는 부족하다. 야당 대안론의 긍정 메시지를 보완해야 지지기반을 넓힐 수 있다.

마지막 변수는 투표율이다. 지난 2020년 총선에서 최종투표율은 66%를 기록했다. 정치 관심이 아주 많거나 약간이라도 관심있는 유권자가 투표장에 나온다면 내년 총선 투표율은 67%로 예상된다.

수도권에서 여야 확실한 우세 장담 못해

11월 한달 동안 501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의 정당지지도는 불과 1%p 차이다. 정치에 대한 관심이 아주 많은 유권자(21%)는 여당 지지가 4%p 높지만 정치에 대한 관심이 약간이라도 있는 과반에 가까운 유권자(46%)는 야당 지지가 1%p 더 높다.

예상투표율을 적용해도 아직은 미세한 승부다. 11월 조사에서 27%의 유권자는 여당 야당 어느 쪽도 선택하지 않았다. 수도권은 여당도 야당도 확실한 우세를 말하기 어렵다.

D-125. 진짜 승부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여론조사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

심재웅 여론조사 전문가